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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운 맴도는 은행권, 檢 무리한 흔들기 ‘도마’

전운 맴도는 은행권, 檢 무리한 흔들기 ‘도마’

기사승인 2018. 06. 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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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무리한 은행 ‘흔들기’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채용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에 이어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에 대한 구속 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무리하게 수사를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커지는 모습이다.

일단 한숨을 돌렸지만 은행권에는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함 행장이 구속은 면했지만, 여전히 검찰 재청구 가능성·노조 사퇴 요구 등의 위험 요인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뒤늦게 알려진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검찰 소환 조사 사실도 분위기를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채용비리 직격탄을 맞은 DGB대구은행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박인규 전 행장에 이어 차기 행장 내정자도 채용비리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되자, 행장 선임 작업을 급히 중단했다. ‘경영권 공백’에 따른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은 지난 1일 검찰의 구속영장이 청구된 함 행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에서 기각 결정을 내렸다.

함 행장은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진 2013~2016년 하나은행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업무방해 및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은행권 안팎에선 함 행장의 구속영장 기각 가능성을 점쳐왔다. 비슷한 사례로 검찰 조사를 받았던 이 전 우리은행장도 구속 영장이 기각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구속된 박 전 대구은행장의 경우 채용비리에 따른 업무방해 혐의와 비자금 조성 등 업무상 횡령 및 배임, 증거인멸교사 등의 혐의 등이 있어 구속 영장이 청구됐다.

KB국민은행에도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은행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 윤종규 회장이 지난달 9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최근 알려지면서다.

검찰은 윤 회장을 상대로 2015∼2016년 국민은행 신입사원 채용과정에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업무방해 등)가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또 종손녀가 선발되는 과정에 윤 회장의 지시가 있었는지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은 일명 ‘VIP 리스트’를 관리하며 최고경영진의 친인척 등에 특혜를 제공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국민은행 신입사원 채용과정에서 은행 측이 남녀 성비를 맞추기 위해 남성 지원자의 서류전형 점수를 비정상적으로 높여주는 등 부당하게 업무를 처리한 정황도 포착하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DGB대구은행도 박 전 행장의 사퇴 후 후임 행장 선임 작업을 일시 정지했다. 김경룡 대구은행장 내정자 역시 채용비리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은행은 지난 1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당초 4일로 예정했던 은행장 선임 관련 임시주주총회를 잠정 연기하기로 했다. 대구은행 이사회는 “조직 안정화를 바라는 김 내정자의 요청과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의혹이 해소되기를 바라는 이사들의 뜻에 따라 임시주총을 연기했다”고 밝혔다.

대구은행은 경북 경산시 금고를 유치하면서 담당 공무원 아들을 부정 채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내정자는 당시 해당 지역 책임자여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다. 김 내정자는 지난달 29일 참고인 신분으로 채용 특혜 의혹에 대해 검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일단 ‘윗선’에 칼끝을 겨눴던 검찰이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한 사중은행 관계자는 “함 행장의 구속 영장이 기각된 점이 긍정적이기는 하나 분위기를 반전시키기는 어려워 보인다. 여전히 우려 요인은 남아있고 타 시중은행들 역시 안도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직 은행장에 대한 수사를 밀어붙이고 있는 검찰이 무리한 흔들기를 멈춰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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