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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비로소 공정해지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칼럼] 비로소 공정해지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기사승인 2018. 07. 23.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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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건강보험은 국민 모두가 보험료를 거둬서 만든 기금으로 질병에 걸린 국민의 진료비를 대신 내주는 제도다. 이른바 ‘모두는 하나를 위해, 하나는 모두를 위해(all for one, one for all)’의 원칙이 그대로 살아 움직인다. 그래서 건강보험재정의 구조는 철저히 폐쇄적이다. 기본적으로 수입은 보험료이고, 지출은 진료비다. 수입도 지출도 목적이 분명해서 옆으로 새는 일이 없다. 다만 보충적으로 수입의 약 14%는 정부지원금이 담당하고, 지출의 2.9%는 관리운영비로 사용한다.

그동안 건강보험재정은 정치권에 악용되는 일도 없었고, 대형 재정사고도 없었다. 그래서 국민의 신뢰도가 상당히 높다. 다만 건강보험 보험료의 부과가 공평하지 못하다는 점, 그리고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부족해서 여전히 본인부담금이 너무 크다는 점이 늘 지적됐다. 그래서 건강보험은 지금 두 가지 큰 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수입구조에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개혁하는 것이고 지출구조에서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의학적으로 필요한 모든 비급여를 2022년까지 건강보험에 포함시키는 ‘문재인 케어’가 완성되면 국민들은 ‘건강보험 하나만으로’ 의료보장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큰 병에 걸렸을 때 가계를 파탄시킬지도 모르는 병원비에 대한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에서 불공정한 부분은 이번 달부터 크게 개선됐다.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격차를 해소하고,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큰 방향이다. 또한 소득이 충분한 피부양자를 지역가입자로 전환해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이 세 번째 목표이다.

대부분이 서민층인 지역가입자의 77%인 589만 세대의 보험료가 평균 2만2000원 낮아졌다. ‘송파 세 모녀’의 월 4만7060원 보험료는 1만3100원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반면에 소득과 재산이 상위 2∼3%인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는 적정한 수준으로 올랐다. 직장가입자의 99%는 보험료 변동이 없지만 상위 1%의 고액소득자는 보험료가 인상됐다.

부과체계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는 피부양자이다. 지금까지는 국민건강보험법에서 피부양자는 ‘직장가입자에게 주로 생계를 의존하는 사람으로서 보수나 소득이 없는 사람’으로 규정돼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건강보험 실시 초기에 제도정착을 위해 피부양자 범위를 넓게 인정해주었는데 그것을 지금까지 방치했기 때문이다. 충분한 경제능력이 있음에도 피부양자로 얹혀있던 분들은 이제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이번에 바뀐 기준은 소득이 연 3400만원을 초과하거나, 재산과표가 5억4000만원을 초과하고 9억원 이하이면서 연소득이 1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다. 이렇게 피부양자에서 지역가입자로 바뀌는 대상은 약 35만명이다.

피부양자에 대해 긴 설명을 붙이는 까닭은 “왜 새삼스럽게?” 하는 불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료를 낼 만한 소득이 있어도 피부양자로 얹혀있으면 본인은 좋겠지만 그 부담은 다른 국민이 지게 된다. 그보다 훨씬 적은 소득을 가지고도 보험료를 내야 했던 가입자들도 많았다. 소득이 없는데도 보험료를 착실히 내고, 죽을 때조차 ‘공과금’ 돈봉투를 남기고 간 ‘송파 세 모녀’를 생각해 보면 쉽게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소득이 있으면서도 부담을 하지 않고 혜택은 받아가는 경우를 ‘무임승차(free riding)’라고 하는데 이는 사회보장에서 극력 피해야 할 일로 간주한다.

비로소 건강보험은 치명적 약점들을 바로잡아가고 있다. 문재인 케어로 건강보험은 국민들을 안심시킬 것이고, 보험료 부과체계는 국민이 건강보험을 신뢰하게 만들 것이다. 부과체계는 4년 후인 2022년에 제2차 개편을 실시해서 더욱 완전한 공정성을 기해 나갈 것이다.

건강보험은 이제 노인장기요양보험과 함께 국민의 삶에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는 필수불가결한 사회보장제도가 됐다. 더 세심하게 국민의 건강을 보살피고 이를 위한 재정을 국민이 더 공정하게 나누어 부담하는 제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부단히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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