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광장’의 작가 최인훈, 대장암으로 별세...향년 84세

‘광장’의 작가 최인훈, 대장암으로 별세...향년 84세

기사승인 2018. 07. 23. 13:37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최인훈 작가 제공 문학과지성사
23일 별세한 최인훈 작가./제공=문학과지성사
한국 문단의 거목이자 소설 ‘광장’의 작가인 최인훈이 23일 오전 10시 46분 별세했다. 향년 84세.

4개월 전 대장암 말기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 경기도 고양시 명지병원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다.

1934년(공식 출생기록은 1936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고인은 고등학교 재학 중 한국전쟁이 발발해 월남했다. 1952년 서울대 법대에 입학해 6학기를 마쳤으나 전후 분단 현실에서 공부에 전념하는 데 갈등을 느끼고 1956년 중퇴했다. 1958년 군에 입대해 6년간 통역장교로 복무했고, 1959년 군 복무 중 쓴 단편소설 ‘그레이 구락부 전말기’와 ‘라울전(傳)’을 ‘자유문학’지에 발표하며 등단했다.

이듬해 4.19혁명이 있고 7개월 뒤인 1960년 11월 ‘새벽’지에 중편소설 ‘광장’을 발표했다. 이 소설은 발표 직후부터 문단 안팎에 적지 않은 파장을 가져왔고, 전후 한국문학의 지평을 새롭게 연 기념비적 작품으로 평가되며 지금까지 널리 읽힌다. 출간 이후 현재까지 통쇄 204쇄를 찍었다.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 최다 수록 작품이라는 기록도 보유한다.

‘광장’을 필두로 그는 이데올로기가 대립하는 분단 현실을 문학적으로 치열하게 성찰했다. 전망이 닫힌 시대의 존재론적 고뇌를 그린 ‘회색인’(1963),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면서 파격적 서사 실험을 보인 ‘서유기’(1966), 신식민지적 현실의 위기의식을 풍자소설 기법으로 표현한 ‘총독의 소리’(1967~1968) 연작, 20세기 자체를 전면적으로 문제 삼으며 동시대인의 운명을 조망한 대작 ‘화두’(1994) 등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밖에도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태풍’ ‘크리스마스 캐럴/가면고’ ‘하늘의 다리/두만강’ ‘우상의 집’ 등 소설과 희곡집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 산문집 ‘유토피아의 꿈’ ‘문학과 이데올로기’ ‘길에 관한 명상’ 등을 냈다.

2003년 계간지에 발표한 단편 ‘바다의 편지’를 끝으로 새 작품을 내지 않았다. 그는 2008년 신판 ‘최인훈 전집’ 발간을 기념한 기자간담회에서 “한 권 분량의 새 작품집을 낼 만한 원고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듬해 자신의 희곡이 올려진 무대에서 관객들과 만나 “창작하는 사람들에게 은퇴란 없다. 지금도 여전히 글을 쓰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인의 이름은 해외에도 알려져 ‘광장’이 영어, 일본어, 프랑스어, 독일어, 러시아어, 중국어 등으로, ‘회색인’과 ‘옛날옛적에 훠어이 훠이’이 영어와 러시아어로 번역 출간됐다.

동인문학상(1966), 한국연극영화예술상 희곡상(1977), 중앙문화대상 예술 부문 장려상(1978), 서울극평가그룹상(1979), 이산문학상(1994), 박경리문학상(2011) 등을 받았다.

1977년부터 2001년 5월까지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교수로 많은 문인 제자를 배출했으며 퇴임 이후에도 명예교수로 예우받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원영희 여사와 아들 윤구, 윤경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이다. 장례는 ‘문학인장’으로 치러지며, 장례위원장은 문학과지성사 공동창립자이자 원로 문학평론가인 김병익이 맡았다. 영결식은 25일 오전 0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내 강당에서 열린다. 장지는 ‘자하연 일산’(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지영동 456)이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