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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고대안암병원 부정맥센터 교수, “오늘의 졸도가 내일의 급사에요”

김영훈 고대안암병원 부정맥센터 교수, “오늘의 졸도가 내일의 급사에요”

기사승인 2018. 07. 26.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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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자랑하는 세계적 부정맥 명의(名醫)
"심장병 환자라면 작은 전조도 놓쳐선 안돼"
"남북 보건의료 발전 위한 마중물 되고 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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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한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부정맥 명의다. 김 교수는 26일 “오늘의 졸도는 내일의 급사”라며 심장병 환자라면 졸도나 실신 등의 시그널을 절대 무시해선 안되고, 건강한 사람도 심장 부위에 통증을 느끼는 등의 전조증상을 경험했다면 전문의 진료를 받아볼 것을 권했다. /제공=고대안암병원
김영훈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사진>는 한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부정맥 명의(名醫)다. 의대 본과 3학년 때 사망한 줄 알았던 부정맥 환자가 극적으로 소생하는 것을 보고 순환기내과를 선택한 그는 이제 세계적 명의의 반열에 올랐고, 몸담고 있는 고대안암병원 부정맥센터는 재발률 0%에 도전하는 국내 최고의 부정맥센터로 자리매김했다.

부정맥은 심장박동이 규칙적인 리듬(박동)을 잃고 흐트러진 상태, 불규칙적으로 변한 상태다. 부정맥은 서맥, 빈맥, 불규칙 맥 등으로 나뉜다. 분당 60회 이하로 뛰면 서맥, 육체적 활동 없이도 100회 이상 뛰면 빈맥, 맥을 만질 때마다 맥이 고르지 않거나 심전도 검사에서 박동의 규칙성이 없는 상태가 지속되면 불규칙 맥이다.

부정맥이 심하면 심장이 제대로 혈액을 공급하지 못하거나 심장이 멈춰 돌연사 할 수 있다. 심방이 1분에 400~500번 뛰고 심실이 100~200번 뛰는 심방세동은, 뇌졸중을 유발할 수 있어 65세 이상 고령자라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

부정맥은 대부분 전조증상이 있다. 협심증이나 관상동맥 질환 등 심장병으로 진단받은 사람의 경우 이유 없는 졸도나 실신이 중요한 신호다. 김 교수는 26일 “대부분 정신 차리고 나서 별것 아니라고 여기기 쉽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면서 “이 시그널을 무시하게 되면 반드시 큰 일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이래서 탄생한 김 교수의 명언이 바로 “오늘의 졸도는 내일의 급사”다.

건강한 사람도 가슴이 조인다거나 압박감을 느끼고 목을 졸리는 듯한 교살감을 느낀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김 교수는 강조했다. 김 교수는 “얼굴이 하얗게 변하거나 식은 땀을 흘리는 경우, 가슴 부위에 손바닥 크기의 면적에 통증을 느낀다면 정확한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심장병은 발병 즉시 상당수가 급사로 이어지거나 목숨은 건진다 해도 뇌손상 등의 후유증을 남기게 된다. 심장병 진단자의 50% 이상은 급사로 사망한다. 심장기능이 떨어졌거나 정상의 반 이하 수준이라면 급사 가능성은 두 배 이상 높아진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 이 정도라면 환자가 일상에서 졸도나 실신 등의 전조증상을 겪지 않았었더라도 반드시 제세동기(ICD)를 삽입해야 응급상황 발생시 목숨을 유지할 수 있다.

김 교수가 센터장으로 있는 고대안암병원 부정맥센터는 국내 부정맥분야 치료를 선도한다. 혈액 한 방울로 부정맥 발견부터 뇌졸중 예측까지, 재발률 0%에 도전하는 신화를 써가고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가 부정맥센터를 세운 때는 2005년. 지금이야 국내 최고의 부정맥센터가 됐지만, 당시만 해도 과도한 투자 등을 이유로 설립에 반대했던 교수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김 교수의 정교한 설득력과 결단 있는 추진력 덕분에 부정맥센터는 해를 거듭하면서 오늘의 모습을 갖춰갈 수 있었다. 그 결과 고대안암병원 부정맥센터는 부정맥전문의 탄생의 산실이 됐다. 이곳 트레이닝을 거쳐 전국 각지에서 심장환자를 돌보는 전문의들이 25명가량 된다. 심장 개원의가 부족한 현실에 미뤄 보면 결코 작은 성과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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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교수(왼쪽 두 번째)가 모니터를 응시하며 환자 상태와 수술 상황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 제공=고대안암병원
고대안암병원 부정맥센터의 강점은 김 교수를 비롯한 최종일, 심재민 순환기내과 교수와 정재승 흉부외과 교수, 이헌정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등 다양한 진료과 전문의로 이뤄진 협진팀이 환자에게 최상의 치료결과를 전하고 있는데 있다.

심방세동 전극도자절제술은 이미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시술건수가 많을 뿐 아니라 90% 이상의 완치율을 기록하며 세계 최고수준의 치료성적을 거두고 있고, 지금까지 3000례 이상의 시술이 진행되는 동안, 생명과 직결된 장기인 심장을 다루는 시술임에도 시술 중 사망자가 단 한 명도 없을 정도로 정밀한 시술을 펼치고 있다.

시술이 필요한 환자에게는 심장MRI 검사를 실시한다. 김 교수는 “심장에 상처조직과 섬유화 정도를 파악해 시술로서 치료가 효과적인지 파악한다”고 말했다. 불규칙한 심장리듬과 그에 따른 심장의 스트레스는 심장의 섬유화를 유발하는데 심장에 섬유화된 조직이 많고 심장이 커져있는 등 심한 경우에는 시술로 치료가 잘 안되고 시술시간도 길어져 환자에게 부담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치료 후 재발확률도 높다. 이런 경우 흉부외과와의 협진을 통해 내시경으로 부정맥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수면다원검사도 매우 중요한 검사다. 김 교수는 “수면무호흡이 있는 경우 부정맥이 재발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재발률을 낮춰 치료효과를 높이고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실시한다”며 “시술 후 수면검사를 통해 수면무호흡증이 발견된 경우, 수면무호흡증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병행해 부정맥의 재발률을 10% 이상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방세동 환자의 경우 혈전이 생기기 쉽다. 혈전의 90%가 생성되는 좌심방(좌심방에 귀처럼 튀어나온 부분)에 우산모양의 장치를 씌워 혈전생성을 막을 수 있다. 혈전 발생의 위험성이 높은 심방세동 환자는 혈전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와파린과 같은 항응고제를 복용해야 하지만, 출혈 위험성이나 주기적 피검사 등의 불편 때문에 복용을 꺼리는 환자가 많다. 이 경우엔 혈전을 방지하는 ‘경피적 좌심방이 폐색술’로 뇌졸중을 사전에 예방한다.

혈액검사를 통해 심방세동이 얼마나 지속됐는지, 뇌졸중의 발생위험유무 등을 파악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심방세동 환자에게 뇌졸중은 매우 치명적인 합병증”이라면서 “좌심방이 폐색술이 약물치료보다 뇌졸중 예방에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 밝혀진 만큼 심방 세동환자라면 시술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대안암병원이 특별한 이유없이 뇌졸중이 발생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심장기록기를 사용해 2년 이상 추적관찰한 결과, 약 30%가 심방세동이 있었다. 심방세동이 뇌졸중의 숨은 원인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것이라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김 교수는 “해외에서는 65세 노년층의 모든 환자는 심전도검사를 통해 부정맥 여부를 확인해 조기에 발견하는 편”이라며 “국내에서는 종합검진항목에도 빠져 있어 발견이 늦고, 심지어 최초 발견 시부터 뇌졸중과 같은 심각한 질환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급사나 돌연심장마비는 부정맥의 가장 위험한 대표증상”이라며 “증상 발현 뒤에는 너무 늦을 수 있으므로 가족력 등 유전성 부정맥의 위험요소를 조기에 파악하고 정확한 검사를 통해 예방 및 대비하는 것이 생명을 지키는 적극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부정맥환자에게 국내 최초 24시간 응급심장마비 부정맥 시술 시스템을 구축한 고대안암병원 부정맥센터는 최적의 선택일 수 있다. 3인 이상의 심장내과와 심장외과 전문의, 영상의학과 및 응급의학과 전문의, 2명 이상의 부정맥 전문 간호사와 기사, 코디네이터가 한 팀으로 24시간 순환 근무를 하며 전문적인 응급 부정맥 시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한부정맥학회 회장으로, 모범적인 학회상을 구현해 온 김 교수는 자연스런 시대적 흐름일까, 통일시대를 대비한 남북 보건의료 활성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가 통일부 산하 남북보건의료교육재단 운영위원장을 맡은 것도 남북 간 격차가 큰 보건의료 시스템의 갭을 줄이고, 북한 의료인 스스로 자체 문제를 해결하고 선진화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도록 돕는 것이 통일시대를 맞는 의료인의 사명이라고 생각해서다.

북한의 의료수준에 대해 김 교수는 “남북분단 70년의 역사 동안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그 상태”라고 진단했다. 결핵환자가 인구 10만명 당 500명의 심각한 수준인 북한 의료현실에 대해 너무 몰랐고, 치열한 고민도 부족했었다는 김 교수는 “이제라도 우리 의료인들이 역할을 해서, 북한 의료 수준이 국제화할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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