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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한·중·일 ‘극과 극’ 모바일 결제 시장… 현지서 직접 체험해보니

[르포] 한·중·일 ‘극과 극’ 모바일 결제 시장… 현지서 직접 체험해보니

기사승인 2018. 08. 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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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서 간식을 파는 상인의 오토바이에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QR코드가 붙어있다./사진 = 문누리 기자
“오늘 손님이 많아 거스름돈이 다 떨어졌어요. 알리페이나 위챗페이 있는 고객만 주문해주세요.”

지난달 말 중국 난징의 디저트 가게에서 카운터 점원이 현금을 정리하며 외친 말이다. 길게 줄 서있던 현지인들은 별 동요 없이 스마트폰의 QR코드를 켰다. 당황하는 사람은 알리·위챗페이를 사용하지 않는 관광객뿐이었다.

초록색과 파란색의 QR코드가 중국 상점가를 뒤덮었다.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로 ‘QR결제 황금기’를 맞은 중국 시장의 모습이다. 길거리에선 1000원정도의 저렴한 간식 하나도 QR코드로 결제할 수 있고, 좌판에 앉아 체리를 저울에 달아 팔던 상인도 손님의 스마트폰 QR코드로 돈을 받는다. 기자와 동행한 중국 지인들도 전부 지갑 대신 스마트폰 하나로 쇼핑·식사 등을 해결했다. 어느 식당에선 앉은 자리에서 QR코드로 메뉴를 주문할 수도 있었다.

‘중국에서는 걸인들도 QR코드로 구걸을 한다’는 우스갯 소리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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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난징의 한 식당에선 이 QR코드로 메뉴 주문도 가능했다./사진 = 문누리 기자
중국은 알리바바가 온라인 결제 시스템 ‘알리페이’에 2011년 QR코드 결제 방식을 얹기 시작한 이후 모바일 결제 시장이 급격히 성장했다. 30일 시장조사기관 아이리서치그룹에 따르면 2014년 9000억 달러(약 1000조원) 수준이었던 중국 모바일 간편결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 15조4000억 달러(약 1경7000조원)로 급증했다. 중국 내 결제 수단에서 모바일 결제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4년 4%에서 지난해 63%로 크게 상승했다. 또 다른 금융정보업체 RFi그룹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1분기 QR코드 결제 비율은 70%로 아시아 중 가장 높다. 결제 10건 중 7건이 QR결제인 셈이다.

중국에서 QR코드 결제가 대중화된 배경엔 낮은 신용카드 보급률과 위조지폐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은행 인프라가 미흡한 케냐에서 이동통신사에 돈을 넣어두고 문자메시지(SMS)로 결제하는 ‘엠페사’가 급속히 확산된 것과 비슷한 경우다. 특히 QR결제는 신용카드와 달리 결제 인프라 구축에 별도 비용이 들어가지 않을 뿐 아니라 계좌로 거래하기 때문에 중국 내 만연했던 위조지폐 문제도 방지한다는 장점이 있다. 중국인 려사기(여·25)씨는 “한국에서는 나도 신용카드를 쓰지만 중국에선 항상 QR코드를 쓴다”며 “QR코드가 신용카드처럼 할인혜택 같은 건 없지만 편해서 다들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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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구 한 식당 문에 붙어있는 카카오페이 QR코드 홍보 스티커./사진 = 문누리 기자
신용카드 사용률이 높은 한국도 최근 카카오페이를 필두로 QR코드가 새로운 결제 트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5월 수수료 0%의 ‘카카오페이 QR결제’ 서비스를 내놓고 소상공인들에게 QR코드 패킷을 무료 배포하는 등 관련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서비스 시작 두 달 만에 소상공인 가맹점 8만 곳 이상이 신청했다고 카카오페이 측은 설명했다.

국내 QR결제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중국과 달리 신용카드 보급률이 80%에 달하고 있으며, 카드 의무수납제로 인해 상인들이 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없는 한국의 특수한 금융 환경으로 인해 카드 이용률이 절대적으로 높은 데다가 소비자들이 신용카드의 할인·적립 혜택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실제 한 음식점 사장은 “카카오페이 QR코드를 걸어두긴 했지만 아직 QR결제로 음식값을 결제한 고객을 보진 못했다”며 “아직 잘 모르는 손님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모바일 중심으로 금융 트렌드가 재편되는 만큼 국내에서도 스마트폰 하나로 온·오프라인 간편 결제 가능한 QR결제 방식이 새로운 결제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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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구 한 식당 결제기에 붙어있는 카카오페이 QR코드 홍보 스티커./사진 = 문누리 기자
반면 현금결제율 81.2%에 달하는 일본은 QR코드 등 모바일 결제는커녕 신용카드도 사용하기 어려웠다. 신용카드 수수료가 5%에 육박하는 데다 우리나라와 달리 상점들이 카드를 의무적으로 받을 필요가 없어 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상점도 많아 소비자들도 현금을 선호한다.

RFi그룹에 따르면 일본은 조사 대상 국가 중 QR결제 비율이 8%로 가장 낮았다. 1980년대 후반 일본 경제에서 거품이 붕괴하면서 ‘빚 공포증’을 겪은 일본인들이 신용카드 사용을 꺼리기 때문이다. 유인홍 코트라 후쿠오카무역관장은 “일본인들은 자국 화폐 질이 좋고 위조지폐 사용 위험률도 적다고 생각해 현금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에서도 최근 현금 없는 ‘캐시리스(cash-less)’ 사회를 내세우며 2025년까지 무현금 결제 비율을 40%까지 높이겠다고 밝혔다. IT기업 중심으로 모바일 결제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모습이다. 실제 네이버 라인은 최근 일본 후쿠오카 동·식물원에서 ‘라인페이’로 결제하는 방문객을 대상으로 입장료 50% 페이백과 부채 증정 등 이벤트를 진행했다.

한편, 2017년 국가별 핀테크 활용도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69%로 1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32%, 일본이 14%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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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오카 동식물원에서 ‘라인페이’를 홍보하며 배포하는 부채./제공=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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