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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야? 문자야? 알파벳과 뒤섞인 ‘한글의 훼손’…“청소년 문화” vs. “바로 잡아야”

글자야? 문자야? 알파벳과 뒤섞인 ‘한글의 훼손’…“청소년 문화” vs. “바로 잡아야”

기사승인 2018. 10. 09.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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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의 한글·언어 사용 전무…전문가 "계몽 측면의 교육 필요"
한글날
9일 오전 광화문 광장에서 한글날 경축식이 열린 가운데 시민들이 뮤지컬 공연을 바라보고 있다./조준혁기자
JMT(존맛탱(음식 등이 너무 맛있다), 지금 TMI(Too Much Information·너무 과한 정보) 때문에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해짐), 인싸(Insider 줄임말·무리에 잘 섞여 노는 이), 틀딱(큰 소리 치는 노인을 뜻하는 ‘틀니딱딱’의 줄임말), 맘충(Mom과 벌레충의 준말·자기 자식만 위하는 극성 엄마).

572돌 한글날인 9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유튜브 등 개인방송 매체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비속어와 외래어, 혐오 신조어들이다. 이들 신조어는 알파벳과 혼용되며 사실상 새로운 문자로 자리잡고 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한글 훼손의 주범이라는 주장과 사회적 현상을 반영한 새로운 문화라는 의견이 분분하다.

시민 김남희씨(41·여)는 “신조어가 생기면 국어사전에도 새로 수록되는데 굳이 청소년들의 문화를 멀리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면서 “아이들이 커가면서 새롭게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우현씨(37)는 “(새로운 한글 문화들도) 아이들이 새롭게 만드는 문화인데 어른들이 못 따라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다만 아이들 입장에서 어른들이 그런 문화를 배워야 하는 것인지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멀리해야 하는 것인지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한글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었다.

경기 동두천시에서 한글날 경축식을 보기 위해 손주와 함께 서울 광화문 광장을 찾은 이용희씨(57)는 “태극기를 흔들고 애국가를 부르고 국민의례를 하는 것은 결국 우리가 지켜나가야 하는 전통”이라며 “한글도 같은 맥락으로, 한글 정신을 훼손하는 신조어 문제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 50대 시민 박소영씨는 “예쁘고 듣기 좋은 우리말을 놔두고 왜 신조어를 만들어서 써야 하는 지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잘못하면 외국인들이 그런 신조어나 은어를 보고 한국 표준말인줄 오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을 중심으로 우리의 글과 언어가 선정적으로 사용되고 있어 바람직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사회적 공감대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방민호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2000년대 이후에 한국사회가 서구를 비롯해서 외국 문화·문물들과 광범위하게 접촉을 이뤄 말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면서 “다만 인터넷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너무 거칠어지고 공격적이 되는 게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남길임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혐오가 드러나는 신조어들은 사회의 문제”라면서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현상적인 부분만을 두고 논의할 것이 아니라 이 같은 현상이 왜 생겨났는지에 대해 국민계몽 측면에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글날
9일 오전 11시께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572돌 한글날경축식 행사장’에서 시민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기념사진을 남기고 있다./김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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