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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수천억원 쓰는 ‘깜깜이’ 정책연구용역 결과 공개 확대된다

매년 수천억원 쓰는 ‘깜깜이’ 정책연구용역 결과 공개 확대된다

기사승인 2018. 10. 22.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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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 중앙부처·지자체에 '공공부문 정책연구 투명성 제고방안' 마련 권고
공공부문 정책연구용역 현황_권익위
자료=국민권익위원회
정책이나 사업의 타당성 확보를 위해 폭넓게 추진되고 있는 공공부문 정책연구용역 결과에 대한 공개와 검증이 지금보다 한층 더 강화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2일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시도교육청, 공직유관단체에 ‘공공부문 정책연구 투명성 제고방안’을 마련해 내년 10월까지 관련 제도를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번 권고는 그동안 방대한 공공예산이 투입되고 있음에도 정책연구 결과에 대한 공개가 미흡한 점을 보완하려는 취지에서 이뤄졌다. 권익위가 중앙행정기관 59곳, 지자체 243곳, 공공기관 330곳, 지방공기업 149곳 등 781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공공부문에서 추진된 정책연구용역은 총 3만3985건으로 규모는 약 2조3631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정책연구용역의 51.2%(최근 5년 1만7374건)를 차지하는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등 공직유관단체의 경우 별도의 연구용역 관리규정 없이 용역을 추진해 연구자·과제 심의, 결과평가·공개 등과 관련한 제도적인 공정성 확보장치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용역 관리규정’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는 공직유관단체는 전체의 10.6% 수준인 52개뿐이었다.

A공사의 경우 별도규정 및 심의절차 없이 사장방침(내부결재)을 받아 최근 5년간 95건의 연구용역을 진행했고, B연구원은 용역관리규정은 있으나 학술연구 성격이 강한 용역을 제외한 직무분석, 컨설팅 등 사업·경영 관련 용역은 과제심의 절차 없이 용역을 추진했다.

특히 공직유관단체 연구용역의 상당수가 특정인과의 학술연구 필요성 등을 이유로 수의계약으로 체결됐음에도 그 사유를 심의하지 않거나 증빙·정산 없이 연구비가 지급된 사례도 있었다. 최근 5년간 공직유관단체 연구용역 수의계약 건수는 전체 계약 1만7374건 중 59.3%인 9793건이며, 경쟁유찰 후 수의계약(1552건)을 제외할 경우 47.4%인 8241건이었다.

또한 경영평가위원 등 직무관련자와 용역계약을 체결해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사례도 있었으며, 특정기관·연구자와 지속적으로 수의계약을 체결해 연구가 편중되는 경향도 있었다.

이와 함께 막대한 예산투입에도 불구하고 정책연구용역의 52.6%가 과제의 이름조차 알 수 없는 등 비공개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5년간 1조2616억원을 쏟아 부은 479개 공직유관단체 용역의 84.5%가 연구목록과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고, 지자체의 비공개 비율도 44.0%에 달했다.

여기에 정책이 이미 시행돼 비공개 사유가 사라졌는데도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사례도 많았다. 정책연구관리시스템(프리즘)에 10년 이상 비공개 상태인 용역은 전체 비공개 3958건 중 24.5%인 971건이었다.

공개기준이 아예 없거나 구체적이지 않았고 계약방식, 계약금액, 연구자정보 등 세부계약정보를 공개시스템을 통해 확인하기 어려운 용역도 다수 있었다. 또 연구결과를 평가하는 검수단계에서 기존연구와의 중복·유사여부 검토도 부실했다. 표절과 같은 연구부정이 발생해도 용역비를 그대로 집행했고, 현행 연구유사성 검증시스템의 검사범위도 넓지 않아 정책연구용역과 학술논문, 빅데이터 등과의 폭넓은 비교가 어려웠다.

심지어 연구과제 성과를 부풀리기 위해 정체가 불분명한 가짜 학술지인 ‘와셋(WASET)’에 논문을 다수 게재해 혈세를 낭비한 사례도 아시아투데이 단독 취재 결과 밝혀지기도 했다. 와셋은 비용만 지불하면 논문을 실어주는 유령학회로 미국 등에서는 불법으로 규정돼 있다.

지난 21일 아시아투데이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규환 자유한국당 의원으로부터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KETEP),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세라믹기술원 등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 5곳은 와셋 논문 게재 등을 통해 연구비 530여억원을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권익위는 수의계약 사유의 적절성 심사, 연구비 증빙·정산 제도화 등을 포함해 연구용역 관리규정을 정비하도록 공직유관단체에 권고했다. 또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지자체에도 경영평가기간 전후 연구용역 수주를 제한하는 등 경영평가위원의 용역수주에 대한 이해충돌방지기준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안준호 권익위 권익개선정책국장은 “이번 제도개선을 통해 매년 수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연구결과가 정책에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검증이 강화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국민의 알 권리를 확대하고 예산집행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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