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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느는 분노범죄로 ‘벌벌’…“재범 우려자, 국가가 돌봐야”

갈수록 느는 분노범죄로 ‘벌벌’…“재범 우려자, 국가가 돌봐야”

기사승인 2018. 10. 31.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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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조절 장애형 범죄' 갈수록 증가세
지난해 살인사건 가운데 우발적 범행 하루에 1번꼴로 발생…공포 확산
범죄 전문가들 "재범우려 커 제도적 장치 필요…단순한 처벌보다는 근본적인 치료 우선돼야"
질문 답하는 PC방 사건 피의자
서비스가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PC방 아르바이트생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김성수씨가 지난 22일 오전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공주 치료감호소로 가기 위해 경찰서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하고 사람들에게 위해를 가하는 ‘분노범죄’가 전국 각지에서 잇따르면서 사회적 불안도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인천 흉기 난동사건을 일으킨 가해자가 조현병 환자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자신도 언제든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란 생각에서다. 완전 무방비 상태에서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순간 ‘욱’ 분노범죄 늘어나는데…무방비 국민들 ‘불안’
이달 들어서만 서울·인천 등 전국 각지에서 순간적으로 욱한 마음에 사람을 살해한 사건이 잇따르자 치안에 대한 불안감을 표출하는 사람들이 많다. 김경희씨(여·35)는 “강서구 PC방 사건의 살해 동기가 불친절, 무시라는 것을 듣고는 무서웠다”면서 “어디서, 어떤 범죄에 맞닥뜨릴지 모르니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14일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의 한 PC방을 찾은 김성수씨(29)는 자리를 치워 달라는 요구에 불친절하게 대한 아르바이트생 신모씨(21)와 말다툼을 벌였다. 경찰까지 출동하면서 일단락되는가 싶더니 김씨는 화를 삭히지 못하고 집에서 흉기를 가져다 신씨를 무참히 살해하기에 이르렀다. 강서구 등촌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도 김모씨(49)가 지난 22일 이혼과정에서 갈등을 빚은 전처 이모씨(47)를 흉기로 찔러 죽음에 이르게 했다. 인천에서는 지난 27일 조현병 환자인 A씨(58)가 대낮 길거리에서 행인 2명을 흉기로 찔러 상해를 입혔다. 피해자 1명은 목 뒷부분을 수차례 찔려 아직 의식이 없는 상태다.

이처럼 분노범죄는 갈수록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전체 살인사건(살인미수 포함) 914건 가운데 화를 못 참고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사건은 357건(39.1%)이었다. 하루에 1번꼴로 우발적 살인사건이 발생한 셈이다. 우발적 범행 비율로 따지면 2014년(33.85%)에 비해 5.25%포인트 상승했다.

◆ 전문가들 “단순한 처벌보단 근본적인 질환 치료가 중요”

최근 발생한 범죄 가해자의 경우 조현병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례가 다수였다. 인천에서 행인에게 흉기를 휘두른 A씨는 조현병 증세로 2002년부터 2016년까지 정신병원에 입원한 전력이 있었으며, 강서구 PC방 살해사건의 가해자인 김씨도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분노조절 장애형 범죄가 느는 것은 정신과 치료를 꺼리는 우리나라의 사회적 분위기에서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정신질환에 대해선 쉬쉬하는 경우가 많아 조기에 파악하기 쉽지 않다. 가족이나 지방자치단체·정부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면 상당한 사회적 문제로 발전할 수 있는 만큼 완쾌될 때까지 장기치료를 할 수 있는 법·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조현병 환자는 재범 우려가 큰 만큼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환각·피해망상이 있는 조현병 환자는 자신이 어떤 범죄를 저지르는지도 모른다”면서 “단순한 처벌보다는 근본적인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 현재 성도착증의 경우 최대 15년까지 치료 가능하기에 이를 적용하면 된다. 다만 치료감호소인 국립 법무병원이 턱 없이 부족한 실정이어서 치료 목적의 수용시설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에서 수용할 수 없기에 정신병원 입원 치료도 필요한데, 현재로선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현행 정신건강보건복지법에는 보호자 2명, 정신과 전문의 2명 동의 하에 입원을 시킬 수 있고, 3개월마다 퇴원 심사를 받도록 돼 있다. 재범 우려가 큰 환자의 경우에도 정신병원 장기입원이 힘들다. 법을 개정해 장기 입원치료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다만 인권문제도 있어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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