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KB국민은행 2명중 1명은 ‘책임자’

KB국민은행 2명중 1명은 ‘책임자’

기사승인 2019. 01. 24. 06: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
국내 최다 고객을 보유한 KB국민은행은 직원 두 명 중 한 명이 책임자다. 정확히는 전체의 절반 이상이 업무를 ‘지시’하는 차장·부장급 직원이다. 실제 영업점에서 일을 하는 계장·대리보다 많다. 임금 수준도 높다. 이들 3명 중 1명은 억대 연봉을 받는다. 근속연수를 채우면 승진하는 호봉제를 적용받고 있다. 지금 한창 일할 5년차 대리급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노릇이다. 2014년 입사자부터 ‘페이밴드’가 적용되며 일정 기간 내 승진을 못할 경우 임금이 오르지 않아서다.

이는 은행권의 ‘항아리형’ 인력 구조의 폐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매년 수천명의 은행원들이 짐을 싸지만 고질적인 ‘고비용 구조’는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들은 최근 2~3년 희망퇴직을 상시화하며 노령화된 인력 구조를 탈피하려 애 쓰고 있다. 관리자가 많을수록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높은 직급에 맞는 급여·복리후생비를 지급해야 하는 반면 생산성은 오히려 하락하는 구조다.

문제는 대규모 희망퇴직에 수천억원의 비용을 지출하고 있음에도 인력 구조는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신규 채용은 줄이고 기존 직원 승진 잔치는 계속 벌여온 점을 원인으로 꼽는다. 은행의 성과보수 체계의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일반직원 대비 책임자 비중은 58.6%로 주요 시중은행 중 가장 높다. 책임자는 임원을 제외한 4급 이상을 말한다.

국민은행은 2017년, 2018년 초 희망퇴직을 통해 2800명, 400명가량의 직원을 내보냈지만, 2015년 말 55.6%였던 책임자 비중은 2016년 56.7%, 2017년 57.9%로 높아졌다.

타 시중은행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KEB하나은행은 2015년 구 외환·하나은행 합병 이후 45.3%였던 책임자 비중이 2016년 말 45%, 2017년 말 46.1%, 2018년(3분기말 기준) 47.8%로 올랐다. 하나은행도 2017년 207명이 짐을 쌌지만 큰 효과가 없었다.

유일하게 우리은행만 같은 기간 비중이 53.9%에서 53.6%로 0.3%포인트 낮아졌다. 그러나 추세적 흐름이 아닌 만큼 유의미한 숫자로 보기는 어렵다. 신한은행은 2015년, 2018년 비중이 54.6%로 같았다.

직원은 줄어드는데 관리자는 늘어나는 역현상의 원인으론 ‘세대교체’의 부재가 꼽힌다. 사람을 내보낸 만큼 새로운 인력을 뽑지 않았다는 말이기도 하다. 또 최근 몇년새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한 은행들이 희망퇴직 조건을 완화하며 실무자급 직원들의 이탈이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은행의 고비용 구조도 무관치 않다. 노조의 반발을 피하기 위해 은행의 성과보수 체계 전반을 수술하지는 못하고, 거액의 퇴직금을 쥐어주는 쉬운 길을 택하는 방식은 ‘겉핥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현 정부 기조에 따라 신규 청년채용을 늘리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이에 지난해 은행권은 3000명의 신규 직원을 채용한 바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작년에 채용한 신입직원들 일부는 현재 연수를 받고 있어 직원 등록이 안된 상태”라며 “이들이 직원 등록할 경우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