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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암살’ 용의자 석방, 인니 조코위 재선에 ‘순풍’

‘김정남 암살’ 용의자 석방, 인니 조코위 재선에 ‘순풍’

기사승인 2019. 03. 13.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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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onesia North Korea <YONHAP NO-5161> (AP)
지난 12일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자카르타 보고르 대통령궁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 사건의 용의자였다가 전격 석방된 시티 아이샤를 만나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인도네시아 대선을 한 달 앞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 사건의 용의자인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가 2년 만에 말레이시아에서 전격 석방됐다. 재선에 도전중인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정부는 아이샤가 석방된 것은 정부의 ‘로비’ 덕분이라고 공공연하게 홍보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아이샤가 피해자라는 여론이 지배적인 만큼 아이샤의 석방이 조코위 대통령의 재선에 ‘순풍’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의 12일 보도에 따르면 아이샤는 이날 인도네시아로 귀환해 자카르타에 위치한 보고르 대통령궁에서 조코위 대통령과 면담했다. 아이샤의 고향에서는 주민들이 그의 귀환을 환영하기 위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앞서 지난 11일 말레이시아 검찰은 갑자기 아이샤에 대한 공소를 취소했다. 재판부는 별도의 무죄 선고 없이 아이샤를 석방했다. 아이샤는 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뿌려 살해하는데 관여한 죄로 체포돼 재판을 받아왔다.

조코위 대통령은 아이샤의 석방과 관련, “정부가 국민을 보호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자평했다. 인도네시아 정부 역시 아이샤의 석방은 자국의 로비 덕분이라고 밝혔다. 실제 야소나 라올리 인도네시아 법무장관은 “석방을 위한 로비 활동을 2년에 걸쳐 계속해 왔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의 형법은 고의적인 살인에 대해서는 예외없이 사형을 선고하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지 언론은 조코위 대통령이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에게 선처를 호소해 왔다고 전했다. 만일 아이샤가 사형 선고를 받았다면 조코위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질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여론은 아이샤의 석방을 실현해 낸 인도네시아 정부에 호의적이다. 현지 유력지 콤파스·자카르타 포스트는 이날 1면에 아이샤 석방과 관련한 인도네시아 정부의 외교 교섭을 상세히 전했다. 이 외의 언론도 아이샤가 가족과 재회하는 장면 등을 전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자화자찬하고 있는 이 같은 일이 대선을 한 달 앞둔 시점에서 벌어졌다는 것. 자카르타 포스트는 아이샤의 석방이 다음달 치러질 대선 전에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조코위 정부가 내달 있는 대선을 염두에 두고 이 같은 행보를 보인 것 아니냐는 시각인 셈이다.

재선에 도전하고 있는 조코위 대통령은 현재 높은 지지율로 후보들 가운데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달 초 발표된 호주 여론조사업체 로이 모건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코위 대통령의 지지율은 58%에 달했다. 야당 대선 후보인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인도네시아운동당(그린드라당) 총재를 14% 차로 따돌리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아이샤의 석방이 “선거와 관계없다”고 부인했지만 다른 나라의 사법에 개입한 것을 숨기려고도 하지 않은 점에서 대선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읽힌다는 관측이 많다. 조코위 대통령이 외교력 있는 지도자란 것을 어필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는 것인데, 어쨌든 아이샤의 석방은 조코위 대통령의 재선에 ‘순풍’ 역할을 독톡히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야권에서는 아이샤 석방에 대한 인도네시아 정부의 대응을 좋게 평가하면서도 “이 일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견제에 나섰다. 더 이상 조코위 대통령과의 지지율 차이를 벌리고 싶지 않은 속내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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