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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강도수법 ‘아포덴’에 떨고있는 일본 노인들

신종 강도수법 ‘아포덴’에 떨고있는 일본 노인들

기사승인 2019. 03. 17.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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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보유율 높은 노인 가구 타깃…강도살인
집에 현금 보유 등 전화로 물은 뒤 범행 저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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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덴 피해 사례.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 1. 경찰관 사칭“은행계좌가 도용당했으니 현금으로 인출해 놓으라” 2. 국세 조사원 사칭 “연금 수령자 대상 조사하고 있다. 예금 1000만엔(약 1억원)이 넘나?” 3. 지자체 직원 사칭 “의료비 환급액이 있다. 이름과 주소를 알려달라” 4. 친족(가족) 사칭 “휴대전화를 잃어버려서 지금 전화번호가 달라졌다. 현금이 급히 필요한데 지금 얼마가 있나?” 사진출처=/마이니치 신문
일본에서 사전에 현금 보관 상황 등을 물은 뒤 강도를 저지르거나 보이스피싱을 하는 사건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만나기 전 전화로 확인을 하거나 약속을 잡는 일명 ‘아포덴(アポ電)’이 신종 강도수법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 연락없이 집을 찾아가면 문을 열어주지 않을 확률이 높자 아포덴을 이용하는 것인데, 현금 보유 비중이 높은 노인들이 주요 대상이다.

일본 언론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도쿄 고토(江東)구에 살던 80세 여성이 집에 현금이 있는지 확인하는 전화인 아포덴을 받은 뒤 집에 강도가 들어 살해됐다. 이 사건은 단순한 강도사건으로 보기엔 고도의 계획적 범행이란 평이다. 3인조가 한 팀으로 사건 발생 3주 전인 2월 상순부터 피해 노인이 살고 있던 아파트 주변을 배회하며 목표 대상을 정했다. 집안에 현금 보유 비중이 높은 노인을 타깃으로 정한 뒤 범행 전 피해 노인의 집으로 전화를 걸어 현금 보유 사실과 액수를 확인한 것.

사건 당일인 28일 오전 11시께 주변 방범 카메라에 찍힌 이들은 검은색 옷을 입고 해당 노인의 집으로 들어간 뒤 30분만에 나와 근처에 세워져 있던 승용차를 타고 도주했다. 이날 오후 집안 도우미가 노인의 집에 들어갔을 때 노인은 손발이 묶이고 입에 테이프가 붙여진 채 숨져 있었다. 3인조 강도는 당시 노인이 의식을 잃자 집안에 있던 150만엔(약 1500만원)은 손도 대지 못하고 곧장 집 밖으로 도주했던 것으로 보인다. 노인은 질식사했다.

아포덴 강도사건은 노인 가구를 대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 16일 새벽 4시 50분께 시즈오카현 오야마정에 사는 74세 여성의 집에도 한 남성이 침입해 집에 있던 100만엔(약 1000만원)을 갖고 도주했다. 당시 여성은 누군가 자신을 베개로 강하게 눌렀고, "경찰을 부르겠다"고 소리를 지르자 돈을 갖고 도망갔다고 전했다. 전날 아들을 사칭한 남성이 전화로 "100만엔이 필요하다"고 해서 현금을 준비해 놓은 상황이었다.

일명 약속 전화로 불리는 아포덴은 영어 어포인트먼트(Appointment·약속)와 일본어 덴와(電話·전화)를 합친 단어. 연락없이 찾아가면 문을 열어주지 않을 확률이 높자 아포덴을 이용한 것이다. 지난해 도쿄도 내에서만 이런 신종 수법이 전년 대비 30% 증가한 3만4000건 발생했다. 올해도 1~2월 두 달 동안 6000건 이상 발생하는 등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지금껏 피해 사례를 보면 경찰을 사칭해 은행계좌가 도용됐다며 빨리 돈을 인출해 놓으라고 한다든가, 아들을 사칭하며 ‘100만엔에 필요하다. 준비해 놓고 있어 달라’ 등의 전화, 연금 수급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라며 예금 1000만엔(약 1억원) 이상인지를 확인하는 전화, 의료비 환급액이 있으니 이름과 주소를 알려달라는 전화 등으로 다양하다. 이들은 말을 교묘하게 해서 신뢰를 얻고, 공공기관을 사칭해 노인들로 하여금 더 믿도록 하는 경향이 있다.

연락책, 범행 계획, 도주까지 계획된 조직형 범죄 가능성도 있다. 지난 2월 1일 시부야구에서 발생한 가택 침입 강도사건 현장에서 찾아낸 발자국이 이번 고토구 용의자의 발자국과 일치하고, 도주시 사용한 자동차와 휴대폰이 타인 명의로 돼 있었다. 또한 3인조는 같지만 멤버가 다른 점, 서로 연관성이 없는 인물로 구성돼 있다는 점에서 경찰은 연락책이 존재해 범행 조직원을 모으는 등 여러 인물이 관련된 범행 가능성을 놓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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