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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오만 항구 접근권 확보, 이란이 침묵하는 이유는

미국의 오만 항구 접근권 확보, 이란이 침묵하는 이유는

기사승인 2019. 04. 1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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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 정부는 미국과 지난달 군사협정을 맺고 미군이 오만의 두쿰항(港)과 살랄라항을 군사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당시 이것은 미국의 이란 견제 움직임이라는 말이 많았지만 이란은 아직까지 별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오만의 두 항구에 대한 미국의 접근권 확보는 이란 견제보다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진전시켜 중국을 억누르기 위한 것이며, 이 같은 관점에서 볼 때 미국과 이란의 이해관계는 오히려 일치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중동 전문매체 알 모니터의 10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 간 전략적 경쟁 관계는 주로 육지에서 형성되고 점증돼 왔다. 페르시아만과 인도양 북부를 사이에 둔 양측의 해상 대립은 상당히 제한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對) 이란 제재 부활 과정에서도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산 원유의 해상 수송로를 가로막는 방법보다는 이란산 석유를 수입해 오던 ‘고객들’을 압박해 수요를 억제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이란 역시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는 위협만 늘어놓았을 뿐 미국과 이란 양측은 극도의 신중함을 보이고 있다.

최근 수년 간 주요 국가들의 이 지역 군사 배치는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이는 곧 미국의 오만 항구 접근성 확보가 전반적인 상황에 미칠 충격이 그리 크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게다가 지난 수십년 동안 미국과 오만 정부가 끈끈한 동맹·협력관계를 맺어온 점을 고려하면 미국에 대한 오만의 병참 지원은 색다를 것도 없는 일이다.

반면 인도양에서 중국의 영향력 부상으로 인한 새로운 ‘그레이트 게임’의 관점에서 볼 때 오만 항구에 대한 접근성 확보는 미국에게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21세기 전세계의 핵심 전략 지역으로 부상한 인도양을 놓고 중국과 미국 간에 급속한 긴장감이 촉발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현재 이 지역 핵심 항구 접근성을 놓고 중국의 ‘진주목걸이 전략’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서로 대립하고 있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이 경쟁에서 인도양 북부에 위치한 오만의 두쿰항, 이란의 차바하르항, 파키스탄의 과다르항 등은 상당한 지정학적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파키스탄 과다르항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 역시 지난 수년 간 오만과의 유대관계를 확대하고, 두쿰특별경제구역(SEZAD)에 100억 달러에 달하는 거액의 투자를 아끼지 않는 등 이 곳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뿐만 아니라 인도 역시 지난해 2월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오만 순방을 계기로 오만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셈법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란은 이 지역에서 이뤄지는 전략 경쟁에 직접적인 관여는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이란은 역내 미국의 두 동맹국, 인도 및 아프가니스탄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이란은 지난해 2월 자국의 차바하르 항구 운영권을 인도에 임대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인도가 진행중인 차바하르 항구 개발 사업에 대해 대이란 제재 적용 대상에서 면제해주기도 했다. 이 때문에 차바하르 항구 개발은 미국의 이란 핵협정(JCPOA) 탈퇴 이후에도 이란과 국제사회 주요국이 함께 진행하는 유일한 사업으로 남아 있다.

실제 차바하르 항구 임대를 통해 인도는 사방이 육지로 막힌 내륙 국가 아프가니스탄에게 해상로를 열어주면서 아프가니스탄의 파키스탄 의존도를 줄이게끔 유도했다. 이에 아프가니스탄은 지난달 차바하르 항구를 거쳐 인도에 물품을 수출하기 시작했다. 이 뿐만 아니라 차바하르 항은 인도를 중앙아시아와 러시아에 연결시켜 주는 알토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이란은 인도-태평양의 치열한 전략 경쟁에서 인도 쪽으로 기울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이란은 차바하르 항구에서 인도·아프가니스탄과의 협력을 전략적·군사적 협력이 아닌 경제적 협력으로 선을 그으려는 모습이다. 하지만 광범위한 전략적 관점에서 볼 때 이란 차바하르 항구는 오만 두쿰 항구와 마찬가지로 인도·미국의 편에서 중국을 상대로 함께 경기를 하고 있는 셈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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