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 살린 ‘마의 12번 홀’, 33년前 잭 니클라우스의 재림

기사승인 2019. 04. 1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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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F-MASTERS/ <YONHAP NO-2394> (REUTERS)
타이거 우즈가 15일(한국시간) 끝난 PGA 투어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두 팔을 벌려 포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제83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4라운드. 11번 홀(파4)을 마친 황제의 표정은 일그러졌다. 선두에 2타 뒤진 공동 2위로 출발했지만 7개 홀만을 남겨두고 버디 3개와 보기 3개를 맞바꾸며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2타차는 요지부동이었다. 모두가 고개를 가로젓던 이때부터 반전이 일어났다. ‘49홀 노보기’ 등 좀처럼 흔들리지 않고 줄곧 1위를 내달리던 프란체스코 몰리나리(37·이탈리아)가 아멘 코너의 두 번째인 12번 홀(파3)에서 티샷이 개울에 빠져 더블보기를 범하면서 뜻밖의 공동 선두를 허용하자 황제 타이거 우즈(44·미국)는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13번 홀(파5)부터 16번 홀(파5)까지 4개 홀에서 단숨에 3타를 줄였다.

순식간에 2타 앞선 단독 선두로 올라선 우즈가 마지막 18번 홀(파4) 그린에 들어섰고 팽팽한 긴장감 속에 투 퍼트(보기)한 공을 홀 컵에 떨어뜨리는 순간 11년 만에 재현된 두 손을 번쩍 든 황제의 포효에 갤러리들은 떠나가는 함성으로 화답했다. 기적의 역전극으로 황제의 진정한 귀환이 완성된 순간이다.

우즈는 15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7475야드)에서 끝난 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총상금 1100만달러·약 125억원) 4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4개 등으로 2언더파 70타를 때렸다.

우즈는 최종 합계 13언더파 275타(70-68-67-70)가 되며 더스틴 존슨(35·미국), 잰더 쇼플리(26·미국), 브룩스 켑카(29·미국) 등이 포진한 공동 2위 그룹을 1타차로 제치고 2005년 이후 14년 만에 5번째 그린재킷(마스터스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옷)을 어깨에 걸쳤다. PGA 81승째 및 메이저 대회 기준으로는 2008년 US 오픈 이후 11년 만에 통산 15번째 우승컵을 수집했다.

메이저 대회 우승 시계를 되돌린 우즈는 33년 전 천신만고 끝에 마스터스 챔피언에 오른 잭 니클라우스(79)의 재림을 보는 것 같다는 평가다. 이번 우승으로 우즈는 니클라우스가 보유한 마스터스 통산 최다 우승(6회)과 메이저 대회 최다승(18승)에 바짝 다가섰고 샘 스니드의 PGA 투어 최다승(82승) 경신을 눈앞에 뒀다. 또 만 43세 3개월 15일의 나이로 그린재킷을 차지해 이 부문 1986년 당시 니클라우스의 46년 2개월 23일에 이어 두 번째 최고령 기록을 썼다. 14년만의 마스터스 챔피언 복귀도 종전 1961년 이후 13년 만인 1974년 다시 우승한 게리 플레이어(84·남아공)를 넘어서는 이색 기록으로 남았다.

22년 전인 1997년 프로 전향 후 채 1년이 되지 않아 마스터스 최연소 우승을 거머쥔 우즈가 최고령 타이틀마저 넘본다는 사실은 오랜 기간 역대 최고 골퍼로 군림하는 황제의 위상을 잘 대변한다.

자신의 업적을 모두 갈아치울 기세이지만 니클라우스는 황제의 귀환을 누구보다 환영했다. 그는 ‘골프 채널’을 통해 “오래전부터 우즈가 다시 우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우즈가 메이저 최다 우승 기록을 깰 것인지 내게 많이 묻는데 결국 건강에 달린 문제”라고 축하를 건넸다.

2년 연속 유일한 한국 선수로 세 번째 마스터스에 도전한 김시우(23)는 최종일 3언더파 69타를 쳐 로리 매킬로이(30·북아일랜드), 조던 스피스(26·미국) 등과 공동 21위(5언더파 283타)에 위치했다. 첫 번째 도전에서 컷 탈락, 작년 공동 24위에 이어 마스터스 개인 최고 성적을 낸 데 만족했다. 12번 홀·15번 홀(파5)에서 더블보기로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한 몰리나리는 공동 5위(11언더파 277타)로 대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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