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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일왕 나루히토, 부친처럼 아베 우경화 견제할까

새 일왕 나루히토, 부친처럼 아베 우경화 견제할까

기사승인 2019. 05. 0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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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 New Emperor <YONHAP NO-4716> (AP)
사진=/AP, 연합뉴스
나루히토(德仁·59) 새 일왕의 즉위로 일본에는 레이와(令和) 시대가 막을 열었다. 전쟁을 겪은 세대로 평화를 강조하고, 우경화를 견제해온 아키히토(明仁·85) 전 일왕이 물러난 후 즉위한 나루히토 일왕은 첫 전후(戰後) 세대 일왕이기도 하다. 일본에서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설렘으로 들썩이고 있지만 새 일왕이 그의 아버지처럼 우경화에 대해 ‘조용한 저항’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나루히토 일왕은 1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등 정부 부처 장관과 지방단체장 등이 모인 가운데 ‘조현 의식’(朝見の儀)이라는 행사를 가졌다. 제126대 일왕으로 즉위한 후 가진 첫 행사로 “(새로운 일왕으로서) 헌법에 따라 국가 및 국민통합의 상징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겠다”고 즉위 소감을 밝혔다.

생전 퇴위해 조코(上皇·상왕) 지위에 오른 아키히토 전 일왕은 이른바 ‘평화 지지자’로 아베 정권을 견제하는 역할을 해왔다. 아베 총리가 정치적 숙원으로 개정하려는 평화 헌법에 대해서도 수호해야 한다는 입장을 시사해왔다. 평화 헌법은 군사력과 교전권 보유를 금지한 헌법 9조로 아베 정권은 이를 개정, 사실상 일본을 전쟁 가능한 국가로 바꾸려 하고 있다.

아키히토 전 일왕은 국정에 관여할 수 없는 ‘상징 천황’임에도 우경화 견제 발언을 꾸준히 지속해왔다. 2015년 태평양전쟁 종전(終戰) 70년을 맞이하면서 아베 총리는 ‘아베 담화’를 발표했다. 아베 담화는 일본의 침략·식민 지배에 대해 사죄·반성의 뜻을 담은 1995년 ‘무라야마 담화’에서 사실상 후퇴한 내용으로 주변국의 비판을 받았다. 사죄와 반성의 표현은 없었다.

그러자 같은 해 아키히토 전 일왕은 종전 메시지를 통해 “과거를 돌이켜보며 깊은 반성을 하며, 앞으로 전쟁의 참화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 바란다”고 우회적인 견제구를 던졌다. 그가 종전 메시지에 ‘깊은 반성’을 담은 것은 이 때가 처음이며, 이후 2018년까지 4년 간 종전 메시지에 깊은 반성이라는 표현을 계속 담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키히토 전 일왕이 2012년 아베 정권 출범 이후 “조용히 저항해왔다”고 평가했다.

아키히토 전 일왕은 물러나지만 아베 총리는 여전히 개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그는 지난달 23일 개헌 추진 단체의 집회에 보낸 메시지를 통해 ‘새로움’을 추구하는 분위기를 개헌 논의로 이어가기 위한 불을 붙였다. 아베 총리는 “레이와라는 새로운 시대의 시작 선에 섰다. 이 나라의 미래상을 정면으로 논의해야 할 때가 오고 있다. 헌법은 국가의 이상(理想)을 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오는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해 기반을 다진 후 개헌을 본격 추진한다는 복안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나루히토 일왕이 부친과 비슷한 역할을 할지 관심이 쏠린다. 나루히토 일왕은 2014년 기자회견에서 “지금의 일본은 전쟁 이후 헌법을 기초로 만들어졌다”며 개헌 견제를 시사하는 발언을 해 주목받았다. 하지만 즉위 소감에서는 아키히토 전 일왕과 달리 현행 헌법 수호에 대한 메시지는 담지 않았다. 그는 “세계평화를 간절히 희망한다”고만 했다. 아키히토 전 일왕이 1989년 즉위 당시 “여러분과 함께 헌법을 지키고 평화와 복지증진을 희망한다”고 소감을 밝힌 것과는 비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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