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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늙는 사장, 후계자 없어 폐업’ 막기 위해 안간힘

일본 ‘늙는 사장, 후계자 없어 폐업’ 막기 위해 안간힘

기사승인 2019. 06. 0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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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는 100년이 넘는 기업이 수만 개에 이르고, 1000년이 넘는 기업도 20개 정도나 된다. 이처럼 역사 깊은 기업을 ‘노포(老鋪)’라고 표기하고 ‘시니세’라고 읽는다. 제품의 품질은 물론 창업 정신까지 유지·발전시킴으로써 고객의 신뢰를 잃지 않겠다는 철학을 내포하고 있는 것. 하지만 그런 일본에서 최근 후계자를 구하지 못해 폐업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본 후쿠이현에서 지방 명물인 비단 떡(羽二重餠·하부타에 모찌)을 내세워 1917년부터 영업을 해온 전통 화과자점 에비스당이 대표적. 에비스당은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으로 해법을 찾았지만 후계자를 찾지 못해 폐업에 몰리는 ‘늙은 사장’의 애로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고령화 심화로 여러 사회 문제를 겪고 있는 일본이 이번엔 경영자의 고령화로 위기를 겪고 있다. 후계자를 찾지 못한 기업들이 폐업 위기에 처했기 때문인데, 기업의 폐업으로 독자적인 기술·노하우를 잃게 되면 일본 경제에도 큰 손실이다.

에비스당의 나카미치 나오(中道直·69) 사장이 대표적 사례. 100년이 넘은 전통 화과자점이 후계자가 없어 폐업 위기에 직면하자 나카미치 사장은 후쿠이시 상공회의소의 사업승계지원센터에 도움을 요청, 지난해 7월 장애인 취업 지원 기업인 워크하우스와 인수합병(M&A)을 맺었다. 나카미치 사장은 에비스당을 워크하우스의 젊은 사장 시마다 유스케(嶋田祐介·33)에게 넘겨 줬다. 에비스당은 전통 화과자점의 역사를 계속 이어갈 수 있게 됐고, 워크하우스는 사업 확대를 통해 더 많은 장애인의 취업을 도울 수 있게 됐다.

일본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중소기업의 59세 이하 경영자는 1992년에 비해 45%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60세 이상 경영자는 25% 증가했다. 2018년의 경우 중소기업 경영자 가운데 가장 많은 연령은 69세였다. 경영자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 이후 고령화가 더 진행되면 은퇴하는 경영자들이 쏟아지게 된다. 후계자를 찾지 못한 경영자는 에비스당처럼 폐업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 때문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은 중소기업의 폐업을 막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2019년 중소기업 백서에 따르면 중소기업은 △배우자나 자녀 등 친족 내 승계(55.4%) △임원 및 직원 승계(19.1%)△ 사외 승계(9.1%)△ 기타(9.1%) 등으로 사업을 승계를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친족 내 승계에 대한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토지·기계 등 사업용 자산을 증여·상속했을 경우 부과되는 증여세·상속세의 납부를 유예해 주는 것이 대표적이다. 유예 기한은 10년. 친족 내 승계는 경영자가 가장 선택하기 쉬운 것이지만 그동안 세금 부담이 커 승계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친족 외 승계에 대한 지원도 활발하다. 특히 사업 승계를 위한 M&A 중개 플랫폼이 주목을 받고 있다. 중소기업 사업 승계 관련 M&A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토란비는 구매자와 판매자를 매칭해 준다.이 과정에서 구매자에게만 수수료 3%를 받아 수익을 올린다. 지금까지 1만개 이상의 사업 승계 M&A를 성사시켰다. 토란비에는 에비스당을 워크하우스와 연결시켜줬던 후쿠이시 상공회의소의 사업승계지원센터처럼 지방자치단체 고객도 많다. 보통 지방자치단체가 후계자를 필요로 하는 경영자의 사연을 듣고 웹사이트에 대리 등록하는 형식이다.

사업 승계 지원 특화펀드 역시 등장했다. 일본 퓨처캐피털과 다이이치간교신용조합·전국신용협동조합연합회 등은 지난달 31일부터 공동으로 중소기업 사업 승계에 대한 특화펀드 ‘간신(かんしん)기업승계지원펀드’를 설립했다. 3조엔(약 32조8600억원) 규모로 사업 승계를 고려하고 있는 중소기업에 투자한다. 단순히 자금 부족에 대한 투자 뿐만 아니라 후계자 육성 등에 대해서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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