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무서운 기세를 탄 서요섭이 달라진 원동력을 작은 습관의 변화로 꼽았다. 서요섭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4년 4월 프로에 입회한 후 서요섭(23)은 철저한 무명 선수나 다름없었다. 2016년 한국프로골프(KPGA) 1부인 코리안 투어에 데뷔한 그는 우승은 고사하고 3년간 누적 상금이 1억원을 넘지 못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서요섭이 확 달라졌다. 최근 기세는 KPGA 내에서 전성기 시절의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4·미국)가 부럽지 않다. 올 시즌 출발은 지난 3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첫 5개 대회에서 100위권이 2회, 50위권 1회 등이다. 최고 성적이 5월 휴온스 셀레브리티 프로암에서 공동 28위일 만큼 ‘톱10’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6개 대회에서 쌓은 상금은 500만원이 채 되지 않았다.
서요섭이 급부상한 건 6월 치른 두 개 대회다. 데상트 매치 플레이에서 연장 접전 끝에 준우승하며 이름을 알렸고 이어진 거액이 걸린 KEB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에서 마침내 생애 첫 우승에 성공했다. 두 개 대회에서만 3억4000만원을 쌓으며 시즌 상금 1위(3억6073만1241원)로 떠올랐다.
“우승이 믿기지 않는다”는 서요섭은 변화의 원동력을 습관으로 꼽았다. 그는 “올해 생활 패턴을 바꾼 것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 “작년만 해도 아침에 일어나 연습하고 밥 먹고 힘들면 쉬었다. 올해는 아침에 조깅을 반드시 한다. 아침에 못하면 저녁에라도 한다. 경기 시작 전과 후 골프 피트니스로 충분히 몸을 풀어준다. 처음에는 잘 못 느꼈는데 시즌이 갈수록 좋은 작용을 하는 것 같다”고 돌아봤다.
서요섭 물세례 K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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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요섭이 동료들로부터 우승 축하 물세례를 받고 있다. 사진=KPGA
작은 습관이 차근차근 쌓이면서 큰 변화를 낳았다. 체력이 붙고 하체 밸런스가 단단히 잡히면서 여유가 생겼다. 서요섭은 “급하게 치려고 할 때 물을 살짝 마시면 한 템포를 쉬게 되고 여유를 찾게 된다”고 말했다.
사실 서요섭은 이형준(27)과 치른 데상트 매치 플레이 결승전에서 자력으로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던 정규 18번 홀의 약 1.5m 버디를 넣지 못한 것이 못내 한으로 남는다. 다 잡았던 승리를 놓치면서 이후 집중력이 흔들렸고 결국 연장전에서 무너졌다. 이때의 쓴맛이 첫 우승의 밑거름으로 작용했다. 서요섭은 “졌지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면서 “다음 기회가 오면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고 언급했다.
대구 출신인 서요섭은 같은 고향인 배상문(33), 김대현(31)의 대학(대구대) 후배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를 따라 골프연습장에 갔다가 골프를 배웠다. 국가대표 상비군을 거쳤고 오랜 기다림 끝에 새로운 스타로 급부상했다.
불안한 시드 걱정을 날려버린 서요섭은 이제 더 먼 곳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장기적으로는 미국 진출을 노려볼 생각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는 “첫 우승으로 목표를 높여 잡았다”며 “시즌 전까지는 제네시스 포인트 20위 안에 드는 것이었다. 20위 안에 들어온 만큼 제네시스 대상을 타보고 싶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