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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기생충’ 봉준호 감독 “황금종려상, 정점 찍었다 생각 안해”

[인터뷰] ‘기생충’ 봉준호 감독 “황금종려상, 정점 찍었다 생각 안해”

기사승인 2019. 06. 24.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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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봉준호 감독/사진=CJ엔터테인먼트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한국 영화사 100년 만에 처음으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의미를 더했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기생충'은 9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했으며, 필름페스트 뮌헨, 로카르노 영화제, 뤼미에르 영화제 등 해외 유수 영화제의 러브콜도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빈부격차의 사회적 계급 문제를 봉준호 감독만의 예리하고 탁월한 연출력으로 담아낸 '기생충'은 국경을 초월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전세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칸 수상작이라 국내 개봉 당시에도 부담이 컸을 것 같아요.

"칸 영화제서 상을 받으면 오프닝 전 화면에 그 문구를 박아야 해요. 영화제 조항이거든요. 게다가 대통령이 축전도 보내줘 국가적 경사처럼 보도가 되었잖아요. 엄청난 영광이었지만 영화제 수상작이라고 하면 국내 관객들이 너무 난해하거나 고고한 예술작품으로만 오해할까 봐 걱정했어요. 배부른 투정이긴 하죠. 국내 관객을 만나는 일이 제일 긴장됐어요."

-영화에서 '물'이 중요하게 쓰인 것 같은데, 이유가 있나요?

"맞아요. 처음엔 방뇨를 하려는 남자가 나오고 기택이 그를 양동이 물로 뿌려 쫓아내려다가 슬로우 액션으로 비로 변해요. 물의 성질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데 계급의 수직성과 맞닿은 것 같았어요. '기택' 가족이 부잣집을 빠져나와서 아래로 계속 내려갈 때 내리는 비도 하강의 흐름이고 인물들도 하강의 흐름이예요. 그 물이 절대 역류를 못한다는 게 서글프죠."

-영화의 엔딩이 굉장히 씁쓸해요. 

"희망적 단초를 찾기가 쉽지 않은데 섣불리 희망을 말했다가 되레 거짓말 같아지는 느낌이기 때문에 영화의 엔딩은 현 상황 또는 시대의 모습과 솔직하게 대면해야 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편지의 마지막은 희망적인 얘기를 하기는 하는데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그마저 슬프죠. 시대를 바라보는 창작자의 솔직한 태도가 아닐까 생각했었어요."

-최우식씨가 부른 '기생충'의 엔딩곡 '소주 한 잔'의 가사는 직접 썼다고요?

"네. 정재일 감독의 권유로 제가 노랫말을 썼는데 장밋빛 미래는 아니에요. 음악의 톤도 묘한 낙관성 같은 게 있는데 '꾸역꾸역 살아간다'는 느낌으로 마무리 하고 싶었죠. 관객들이 그 노래를 들으시려면 끝까지 앉아 있어야 해요."

-여배우들의 연기력 찬사도 이어지고 있어요. 조여정, 이정은, 박소담 등과 작업해본 소감이 어떤가요.

"우선 조여정 씨는 '인간중독'이란 영화가 참 인상적이었어요. 거기서 장교부인들의 모임시퀀스가 굉장히 재밌었는데 대사 감각도 좋았고 재밌어서 인상적이었죠. 우리가 이제껏 알던 조여정이란 배우보다 연기의 폭과 깊이가 더 넓은 것 같았어요. 이정은 씨는 같이 일한지 10년 정도 됐는데, 목소리의 마술사예요. 송강호 선배가 물어볼 정도로 표현력이나 음색 변화, 목소리가 씹히는 느낌 하나까지도 정확해요. '문광'은 '기생충' 흐름에 아주 중요한 역할인데 이정은만이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박소담은 섬세하고 정확한 연기를 통해 장면을 잘 메워줘요. 축구선수로 치면 이영표나 박지성처럼 경기장 구석구석을 다 메우는 느낌이죠. 정말 스마트해요."

-감독으로서 정점을 찍었는데, 또 다른 꿈이 있나요?

"뮌헨에서 저의 작품전을 한다는데 좋으면서도 불안해요. 새로운 출발이 되어야하는데 경력의 정점이 된다는 게 싫더라고요. 저 이제 서양식 나이로 49년 8개월 살았는데, 아직 젊은 40대 감독이니까요. 하하. '칸은 과거가 됐다'고 말했던 건 영예는 빨리 잊혀졌으면 좋겠고, 대신 더 새로운 모험을 하고 싶어요."

-박찬욱, 김지운 감독과 함께 '성공한 덕후'로 불리는데, 영감은 어디서 얻나요. 

"성덕이 되려면 기본적으로 인간관계가 안 좋아야 해요.(웃음) 친구가 많고 인관관계가 원만하면 덕후가 될 수 없어요. 고립되어야 하고 외로워야 하죠. 그리고 텍스트에 대한 '집착'이요. 사람은 나를 거부할 수 있어도 책이나 영화가 나를 거부하진 않거든요. 그런데 또 재밌는 게 그 안에 사람이 있어요. 평소 일상적인 것에서 더듬이의 예민함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기도 해요. 지하철이나 식당에서 사람들의 대화를 듣다보면 많은 자극이 되요."

-차기작 계획은요?
"두 가지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어요. 미국 작품은 이미 2~3년 전에 계약돼 준비하고 있는데 250~300억 규모예요.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공포스러운 사건을 다룬 작품도 하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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