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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문화재단 ‘옆집에 사는 예술가 프로젝트’...토요일마다 “나도 예술가”

김포문화재단 ‘옆집에 사는 예술가 프로젝트’...토요일마다 “나도 예술가”

기사승인 2019. 06. 30.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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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문화재단, 토요 예술투어 다섯 번째 '오픈 스튜디오'


"옆집에 예술가가 산다. 그 예술가가 작업실을 개방해 진행하는 오픈 스튜디오 프로젝트에 참여해 작가의 예술세계를 엿보고 공유하며 같은 주제를 놓고 함께 작업한다. 그 순간 나도 작가가 된다." 

 

이 같은 기분 좋은 상상이 경기 김포시에서 현실이 돼 매주 토요일 열 두 곳의 작업실이 활짝 열렸다. 이름하여 '옆집에 사는 예술가 프로젝트'(이하 옆집 프로젝트)다.


경기문화재단이 'G-오픈스튜디오' 지역협력사업으로 김포문화재단과 공동 진행한 '옆집 프로젝트'는 6월 1일 문영태, 홍선웅, 홍정애 작가를 시작으로 29일 신달호, 김동님 작가에 이르기까지 한 달간 총 다섯 차례에 걸쳐 열 두 명의 예술가가 참여해 '매주 토요일 김포 예술가의 작업실이 우리를 찾아온다'는 콘셉트로 진행됐다. 


작업장을 개방한 작가들은 김포시 곳곳에 소재한 자신의 작업실에서 사전 신청을 통해 참여한 사람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매회 본격적인 작업 전 자신의 예술장르에 대해 이해도를 높여주는 '스탠딩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 뒤 그 날의 주제에 대해 설명하고, 작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참가자들은 그림을 그리고, 영상을 보고, 돌을 쪼고, 작가와 함께 산책을 하는 등 자유분방함 속에서 색다른 문화 체험을 하며 사유의 폭을 넓혔다.


작업실에서는 자신만의 느낌을 이야기하고, 작가와 공감대를 형성하며 작품으로 구현해내는 아주 특별한 경험을 했다. 보고 즐기던 것을 넘어 작가적 상상력과 내재된 자신의 재능을 합치시키며 예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는 짜릿함을 만끽한 것이다.


충만한 예술혼이 아니어도 괜찮았다. 산이 있고 너른 들이 펼쳐진 그 곳이 캔버스가 되고 자신의 자리가 작업대가 됐다. 작가를 그대로 따라 해도 느낌은 분명 달랐다. 자신의 감정(Feel)을 고스란히 담아낸 작품에 스스로 감탄했다면 그것으로 만족이다.


29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하성면 봉성리(공간1)와 마곡리(공간2) 야트막한 야산 아래 자리 잡은 조각가 신달호의 작업실이 열렸다. 35명의 참가자들은 저마다 설레고 기대에 찬 표정으로 봉성리 작업실에 도착했다. 대리석과 브론즈, 나무를 주재료로 작업한 작품이 가득한 작업실은 신 작가의 '작가정신'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신 작가는 30여 년을 천착해 온 '환원' 시리즈의 완성을 위한 끊임없는 고뇌와 그 결과물에 대한 가슴 떨리는 감동을 이어오고 있다. 스스로를 자연 속에 가두면서도 자연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여 무한한 확장성을 구현해내는 신 작가 특유의 레토릭이 작품 곳곳에 스며 있음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날 프로그램은 두 군데(공간1, 2) 작업실에서 순차적으로 진행됐다. 먼저 신 작가가 돌과 나무 등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품을 구상하는 '공간1'에서 작품 설명과 함께 작가와의 대화로 작업실 탐색이 시작됐다.


이어 10여분 떨어진 마곡리(공간2) 작업실로 이동해 본격적인 돌(검은 화강석)과의 조우로 메인 프로그램을 이어갔다. 돌의 변신이 시작되는 시간이었다.


밑그림을 그린 뒤 다듬고 쪼며 시시각각 '작품'으로 변해가는 돌판을 바라보는 참가자들의 표정에는 들뜬 기대감이 역력했다. 그들의 몰두가 어떤 작품을 탄생시킬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신 작가도 참가자들이 구현하고자 하는 작품에 대한 구체적 논의와 함께 그에 걸맞은 형태가 될 수 있도록 기본 구도를 설정하고, 돌을 쪼는 정의 각도를 잡아주는 등 '낯섦의 극복'을 돕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주했다. 부모와 함께 참가한 어린이들도 김포문화재단 스태프들의 도움을 받으며 돌과 하나가 되어 갔다.


딸과 함께 프로그램에 참가한 심은숙씨(46, 김포시 북변동)는 "조각가들이 사용하는 정과 망치로 돌을 쪼는 경험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라며 "미술에 관심이 많은 딸(도효영·금파초 3년)이 자신의 꿈을 이루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심씨는 이어 "신달호 선생님 작업실에 전시된 작품을 보면서 작업 과정의 어려움을 느낄 수 있었다"며 "차가운 돌에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 고뇌하는 작가의 모습이 그려진다"고 말했다.


이번이 두 번째 옆집 프로젝트 참가라는 50대 김주영씨(경기도 분당)는 "지난 8일에는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스튜디오에서 영상을 시청한 뒤 일반인들이 접근하지 못하는 철책 넘어 한강을 산책했다"며 "사유의 폭을 넓힌 기회로, 걷는 동안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평소 미술에 관심이 많아 지난해부터 옆집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다는 김씨는 "오늘은 자연과 어우러진 꾸미지 않은 작업실에서 난생 처음 돌을 쪼는 경험을 해 보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주인공은 일반인 참가자들이다. 하지만 그들이 워크숍을 통해 작가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작업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열 두 명의 작가를 작품과 함께 빛나게 해 준 숨은 주인공은 이정화 옆집예술기획자다. 

 

이 기획자는 이번 프로젝트를 '룰이 없는 자유분방함 속에서의 질서'를 핵심 가치로 정하고, 참가자들이 작가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허용된 예술가의 공간을 마음껏 즐기며 작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의 'A to Z'를 도맡아 준비하고 진행했다.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동행한 박정연 김포문화재단 전시기획팀 주임은 "옆집 프로젝트에 참가한 사람들은 대부분 미술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지만 이들을 예술가들과 좀 더 가깝게 연결해준 분이 이정화 기획자"라며 "생소하지만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과 함께 작업하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잘 이끌어주었다"고 말했다. 

 

박 주임은 이어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김포지역 예술가들이 훌륭한 문화자산이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며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을 발굴하고 기획해 김포시가 보유하고 있는 문화예술 인프라의 가치를 극대화시키겠다"고 말했다

 

김현아 김포문화재단 문화예술본부장은 "시민 누구나 옆집 프로젝트를 통해 '나도 예술가'라는 감성의 호사를 누릴 수 있도록 내년에는 프로그램을 더욱 다양화 하겠다"며 "일반인들이 평소 멀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예술가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예정된 2시간이 훌쩍 지났다. 완성을 위한 작업은 아니었지만 참가자들의 얼굴에선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이날은 옆집 프로젝트 마지막 토요일이다. 신달호 작가에 이어 김동님 작가 작업실에서 수채화 작업을 끝으로 올해 프로그램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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