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엉뚱한 상상력+날카로운 사회인식...’봉준호 장르‘ 통했다.

‘엉뚱한 상상력+날카로운 사회인식...’봉준호 장르‘ 통했다.

기사승인 2020. 02. 10. 14:52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92nd Academy Awards - Arrivals
제공/연합뉴스
세계 영화계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 열광하고 있다. 보수적 성향이 강했던 아카데미까지 휩쓸며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등 4관왕에 올랐다. 세계는 왜 ‘기생충’에 열광할까.

봉준호 감독은 10일(한국시간) 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 인터뷰에서 “‘기생충’은 가장 한국적인 것들로 가득 차서 오히려 가장 넓게 전 세계를 매료시킬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생충’은 백수 기택(송강호)의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다. 반지하, 고액과외 등 한국사회에서만 이해할 수 있는 소재를 다루면서도 권력관계와 이에 따른 삶의 양태를 보여주며 부익부 빈익빈, 실업문제 등 세계 공통의 보편적 주제를 이야기한다. 이를 블랙 코미디로 유쾌하게 풀어낸 것이 호평으로 이어지고 있다.

봉준호 감독은 그동안 자신만의 스타일로 영화 세계를 구축해왔다. 장편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2000)부터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마더’(2009), ‘설국열차’(2013), ‘옥자’(2017)까지 그의 작품 속에는 유머와 휴머니즘, 날카로운 사회 인식이 녹아있다. 매 작품 치밀한 시나리오와 디테일한 설정으로 ‘봉테일’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대사나 세트, 소품, 배우들의 손동작 하나에도 나름의 의미를 담을만큼 섬세한 연출로도 정평이 나 있다.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엉뚱하고 자유분방한 상상력, 날카로운 사회 인식과 만나 독특하고 개성넘치는 작품으로 완성된다. 범죄, 미스터리, 스릴러, 공포 등 장르에 상관 없이 그의 작품을 ‘봉준호 장르’로 부르는 이유다.

봉준호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었던 ‘플란다스의 개’는 2000년 홍콩영화제 국제영화비평가상을 수상했다. 그는 이 영화로 뮌헨 영화제에서 신인 감독상을 차지했다. 그러나 이 작품은 평단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흥행에는 실패했다. 2000년대 중후반 한국 영화 산업이 쇠퇴기로 접어들 때에도 그는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끊임 없이 추구하며 ‘봉준호 장르’를 지켜왔다. 이 결과 ‘살인의 추억’을 시작으로 국내 최고 감독의 반열에 올랐다.

국내 영화계와 대중문화계는 영화 산업의 본산인 헐리우드에서 전해진 낭보에 환호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봉준호 같은 ‘천재’가 더 나오려면 한국영화계 토양부터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양준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은“제2의, 제3의 봉준호가 나오려면 정부를 통한 체계적인 지원이나 대기업 지원 등 개인의 재능과 창의성을 극대화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지금처럼 흥행 실패를 피하려 ‘천만 영화’ 흥행 공식에다, 배우 캐스팅에 의존해 영화를 만드는 태도는 종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