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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칼럼] 신천지에 놀란 中 종교 압박 필연

[여의도 칼럼] 신천지에 놀란 中 종교 압박 필연

기사승인 2020. 03. 08.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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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정리되면 대대적으로 정비할 듯
지금 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이른바 ‘인민 전쟁’을 치르고 있다. 보건 당국이 발표하는 통계만 놓고 따질 때 승리가 목전에 왔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아 보인다. 심지어 3월 15일에 발원지인 우한(武漢)과 후베이(湖北)성을 제외한 전국을 대상으로 1차 사태 종식을 선언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그래서 집권당인 공산당은 벌써부터 당의 영도하에 14억명 중국인들이 위대한 승리를 쟁취했다고 분위기를 돋우려 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당의 생각대로 흘러갈 것 같지는 않은 것 같다. 거의 2개월 이상 이어져온 ‘인민 전쟁’ 초창기에 드러난 당국의 무능력으로 인해 민심이 많이 이반됐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굳이 다른 사례를 들 필요도 없다. ‘인민 전쟁’을 우한 현지에서 직접 진두지휘하는 보건 담당 쑨춘란(孫春蘭) 부총리가 이번 달 초 주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칭산(靑山)구의 한 아파트 단지를 방문했을 때 당한 모욕을 생각해보면 알기 쉽다. 아파트 고층에 몸을 숨긴 일단의 주민들로부터 “거짓말, 거짓말이다. 모두가 거짓말이다. 정부는 거짓말쟁이다”라는 욕을 흠뻑 들은 것이다. 이 사실은 중국 언론에 보도되지는 않았으나 현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광범위하게 퍼진 다음 외신에도 일부 보도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상식적이고도 일반적인 수습책으로는 성난 민심을 다독이기 쉽지 않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해프닝이다.

그렇다면 파격적인 충격 조치들을 서둘러 취하는 순발력이 필요하다. 마궈창(馬國强) 우한 서기, 장차오량(蔣超良) 후베이성 서기를 경질하면서 희생양을 이미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폭발 직전인 민심을 다독이기 어렵다. 그래서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이 아마도 종교에 대한 대대적 압박 조치 카드가 아닌가 싶다. 현재 코로나19는 중국 내 종교들과 어떤 상관 관계가 있는지 분명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 추세를 보면 상당히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해야 한다. 특히 신천지로 인해 초토화된 한국의 상황을 보면 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종교를 희생양으로 삼아 민심을 다독이는 카드에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상황이다.

◇신천지에 대해 특히 분노

게다가 중국은 신천지 신자들이 우한을 비롯한 중국의 곳곳을 제 집 드나들 듯 했다는 사실에 대단히 분노하고 있다. 사태가 진정되면 뭔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는 것은 하나 이상할 게 없다. 내친 김에 모든 종교를 대상으로 조치를 취하겠지만 말이다. 이와 관련, 베이징의 홍콩인 기독교 신자 저우(鄒) 모씨는 “신천지 때문에 이제 전국의 모든 종교에 대한 대대적 압박이 시작될 수밖에 없게 됐다. 내가 아는 외국인 성직자나 신자들은 모두 본국으로 귀환했거나 몸을 숨긴 상태”라면서 향후 몰아칠 태풍에 대해 우려했다.

중국은 헌법 36조에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이 자유에는 믿지 않을 자유도 포함돼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후 종교를 희생양으로 삼게 될 경우 이 조항을 원용하면 문제 될 것이 없다. 종교인들의 처지에서는 “왜 조용히 신앙생활을 하지 전도 같은 것을 하느냐”라고 압박을 할 경우 할 말이 없게 된다. 더불어 중국은 외국인 성직자와 신도들에게는 체류 자격을 문제 삼아 쾌도난마의 행태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일부 성직자들은 추방까지 각오해야 하는 것이다.

파룬궁 위폐
중국에서는 사교로 규정된 파룬궁 신도가 유포시킨 것으로 보이는 위조지폐. 공산당에 대한 증오의 글로 도배돼 있다./베이징=홍순도 특파원/
중국은 종교로 인해 왕조가 무너지는 뼈아픈 경험을 많이 했다. 지난 세기 말에는 파룬궁(法輪功) 신도들에 의해 권부(權府)의 상징인 중난하이(中南海) 일대를 포위당하는 초유의 사태를 겪은 바도 있다. “아침에 뱀에 물리면 10년 동안 두레박의 새끼줄 보고도 놀란다”라는 말이 생각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앞으로 전개될 종교 압박은 백해무익한 사교를 중국에서 몰아낸다는 명분도 없지 않다. 이제 중국의 종교와 종교인들은 당분간 고난의 행군을 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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