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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통령의 교육개혁 주문, 제대로 이행되고 있나

[기고] 대통령의 교육개혁 주문, 제대로 이행되고 있나

기사승인 2020. 04. 2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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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동 신내초등학교 교사
유성동 신대초등학교 교사
『대학(大學)』 ‘정심장(正心章)’에 心不在焉 視而不見(심부재언 시이불견) 이란 구절이 있다. 이는 ‘마음이 있지 아니하면 보아도 보이지 않는다’란 뜻이다. 이를 ‘하고자 하는 마음이나 관심이 없으면 무엇을 보더라도 건성으로 보게 되고 참된 의미를 놓치게 된다’로 해석한다면 과도한 의역일까. 지난해 10월 대통령은 교육개혁 관계 장관회의에서 교육개혁이란 큰 화두를 던지며 다음 사항을 지시했다. 대입제도 공정성 확립, 고교 서열화 문제 해결, 정시 비중 확대, 공교육의 획기적 강화 등이다.

이를 공정성 확립을 시작으로 교육혁신을 통해 공교육 역량 강화로 이어가라는 막중한 지시로 생각했다. 오랜만에 대통령께서 교육에 관심을 가져주시는구나 하는 고마움도 있었다. 그러나 교육개혁에 대한 대통령의 절박한 주문은 정시 비중 확대와 고교 서열화 문제 해결을 위한 관련 정책 발표 이후 일시정지 된 상태이다. 공교육의 획기적 강화를 위해 이어져야 할 후속 조치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정시비율 확대는 공정성을 높이는 최선의 결정일까. 결론은 ‘모른다’이다. 그럼 공정성을 높이고자하는 정시비율 확대 정책이 교육혁신일까. 정답은 ‘아니다’이다. 정시 전형 비율을 30%까지 올리자는 것은 2년 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35%는 4년 전으로, 정부가 목표로 하는 40% 달성을 위해선 9년 전으로 시계를 거꾸로 돌리면 된다. 정시 확대 정책은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다. 2009학년도 입학사정관제 도입 이후로, 2013학년도 학생부종합전형 도입 이후로 정시 비율은 꾸준히 하락돼 왔다. 국민 모두는 눈 뜨고서 공정성을 포기해 온 것이다.

10년 넘게 무시해 온 공정성이 갑자기 온 나라의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서라도 공정성을 되찾고자 하는 노력, 가상하다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교육혁신일 순 없다. 혁신이란 적어도 과거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정이란 일정한 과정(절차)의 정당성을 담보하는 것이지 그 자체가 목표일 순 없다.

혁신이란 무엇인가. 묵은 풍습과 관행,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 새롭게 하는 것이다. 즉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다.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단장 역을 맡은 남궁민은 “시스템을 바로 세울 겁니다”라고 선언한다. 시스템이 제대로 바뀌면 꼴찌 팀도 우승을 꿈 꿀 수 있는 강팀으로 변모하게 된다. 교육계의 문제는 묵은 제도와 관행이다. 우수한 교사자원과 학생들을 비상하게 하는 시스템이 아닌 이들의 발목을 끌어내리는 시스템이다.

나는 혁신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 두 가지를 제시하려 한다. 그 첫째로 혁신은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책임지는 것이고, 책임져야 할 사람이 책임질 수밖에 없게끔 제도화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유독 교육계에는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눈 씻고 찾아도 보이질 않는다. 한국교육개발원이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9 교육여론조사’에 따르면 초중고 공교육에 대한 전체 응답자의 평가 결과가 평균 5점 만점에서 2.75점으로 나타났다.

흥미롭게도 언론은 이러한 결과를 보통(C)수준으로 해석하고 있다. 5점 만점에 2.75점을 백점 만점으로 환산하면 55점이 된다. 55점이 보통수준인가? 과락점수가 아닌가. 교원능력개발평가 기준으로 보자면 능력향상연수 대상(5점 만점에서 2.5점 미만)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수준이다. 대한민국 공교육이 매년마다 과락점수를 받고 있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교육부나 시도교육청의 책임 있는 사람 어느 누구도 사과 성명 하나 없다. 관련 보도자료 역시 찾을 수 없다. 내년에도 대한민국 공교육은 과락을 면치 못할 것이다. 슬픈 현실이다. 책임지지 않는 리더를 둔 구성원은 불행하고 불안할 뿐이다.

둘째로 혁신은 어떠한 자리에서 최고의 역량을 발휘할 사람을 그 자리에 앉히고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게끔 하는 것이다. 교육계는 그 반대이다. 학교에서 잘 가르치고 유능한 교사들은 교육청으로 전직을 한다. 인근 연구학교와 국립부설학교 등으로 전근한다. 현재 대한민국 교육은 학교의 유능한 인재를 외부로 유출시키는 시스템이다.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승진제’란 시스템이 현재 대한민국 교육계를 장악하고 있다.

학교를 병원에 비유해보자. 승진제가 적용되는 병원에서는 죽어가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 유능한 의사를 어렵사리 모셔왔어도 환자를 즉시 치료할 수 없다. 병원에서 유능한 의사의 나이와 경력을 문제 삼기 때문이다. 의사경력이 20년이 안 돼 진료하면 안 된다면서 더 나이 들 때까지 기다렸다 오라고 한다. 병원은 또한 그 유능한 의사가 다른 병원에서 보직을 맡은 적이 없고, 상부기관에서 근무한 적이 없다고, 보고서나 논문 등이 채택된 적이 없고, 작은 시골 병원에서 근무한 적이 없다고, 예전 전공의 시험점수도 낮다고, 진료도 수술도 불가하다고 한다.

만약 이게 현실이라면 정신 나간 소리 아닌가. 그런데 대한민국 교육 현실이 이러하다. 현재 장학사와 연구사들이 차지하고 있는 그 자리, 더 나은 전문성을 갖고 5년, 6년간 그 자리에서 교육정책을 추진할 인재들은 즐비하다. 공개채용이나 경력채용, 개방형 또는 공모 직위로 그 자리를 채워 교육청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 교육전문직원은 교육청에서 밤늦게까지 잡무에 시달릴 것이 아니라 학교로 돌아가 자신의 역량을 맘껏 발휘하길 바란다.

학교에선 최고의 교사 아닌가. 좀 더 일찍 학교장이 되고 싶은 게 속마음이라면 그것이 가능하도록 제도와 시스템을 바꾸면 될 일이다. 승진제가 혁파되지 않는 한 대한민국 공교육의 미래는 과락, 그리고 또 과락일 뿐이다. 그 엄청난 사회적 비용과 기회비용의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로, 국가에게로 돌아가고 있다.

대통령의 명령에 교육당국은 지금이라도 뒷짐을 풀고 응답하길 바란다. 방점은 ‘공교육을 획기적으로 강화하여’에 찍혀져야 한다. 교육 당국과 교육 관료들의 시선이 괜스레 다른 곳을 향하지 않았으면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피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회피한다면 대한민국 교육은 더욱 깊은 심연으로 빠져들고 말 것이다. 희생과 고통, 실패 없는 혁신이란 있을 수 없다.

대통령의 교육혁신에 대한 당부 속에는 이에 대한 감내도 포함된다. 진정한 개혁과 혁신에 따라올 반대와 공격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 간담회 참석하고 시설 방문하느라 바쁜 리더는 필요 없다. 책임 회피에만 능한 리더도 필요 없다. 혁신적 정책을 몸소 발굴하고 끝까지 책임질 줄 아는 리더가 필요하다.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는 시스템이 혁신이다. 교육행정은 해당 분야 전문가가, 학교교육은 교사로 담당케 하여 각자의 역량을 최고로 발휘하게끔 이끄는 것이 혁신이다.

진정한 혁신의 결과는 효과의 점진적 확대와 함께 그 효과를 누리게 되는 대상 또한 확대시킨다. 세종의 한글창제가 그러했다. 세종은 책임질 줄 아는 리더였고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였다. 대한민국 교육계에는 이러한 리더가 없는 걸까. 천재를 바보로 만드는 시스템을 더 이상 두고 볼 순 없다. ‘심부재언 시이불견’도 안 된다. 지금이야말로 대통령의 교육개혁 명령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확인해볼 적기(適期)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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