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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양친자 관계 확인, 동거·양육 기간보다 정서적 유대가 우선”

대법 “양친자 관계 확인, 동거·양육 기간보다 정서적 유대가 우선”

기사승인 2020. 05. 27.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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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입양한 자녀에 대한 법적인 친자(친생자) 관계를 판단할 때 동거·양육 기간 등 형식적 요건보다 부모와 자식으로서의 정서적 유대를 우선적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사망한 A씨의 동생이 A씨의 입양 딸 B씨를 상대로 낸 ‘친생자 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친생자 관계가 아니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7일 밝혔다.

결혼 이후 3년이 넘도록 자식이 없던 A씨는 1980년 이웃으로부터 “아이의 부모가 아이를 입양시키거나 보육 시설에 맡기길 원한다”는 말을 듣고 그해 출생한 B씨를 데려와 키웠다.

A씨는 B씨를 자신의 친생자로 출생신고하기도 했으나 5년 뒤 남편과 이혼하면서 B씨와도 헤어졌다.

B씨는 A씨의 첫 남편 손에 컸고, 2000년 A씨와 다시 연락하기 전까지 거의 왕래가 없었다. 다시 연락이 닿은 이후 A씨는 아이를 출산한 B씨를 만나기 위해 산후조리원을 방문하거나 아이의 돌잔치에도 참석하기도 했다.

이후 A씨가 2015년 사망하자 A씨의 동생은 A씨와 B씨의 친자 관계를 부인하는 소송을 냈다. B씨가 A씨의 실제 자식도 아니며 30년 가까이 서로 연락도 하지 않고 지냈다는 이유에서였다.

1심과 2심 재판부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A씨와 B씨가 법적으로 친생자 관계라고 봤다. 출생신고는 거짓이었지만 A씨가 B씨를 데려올 당시 입양 의사가 있었고 가족으로서 함께 생활한 기간이 있는 만큼 입양 신고 기능이 발휘됐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허위 출생신고를 입양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당시 B씨 생부모의 승낙이 없었고, B씨가 만 15세가 된 이후에도 입양 사실을 묵시적으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친생자 관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을 다시 뒤집었다.

재판부는 “양친자의 신분적 생활 관계는 현실 사정에 따라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감호·양육 여부를 주된 기준으로 삼기는 어렵고 정서적 유대관계 등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2000년 이후 서로 왕래했다는 점을 근거로 두 사람 간의 정서적 애착이 있다고 판단해 출생신고가 입양신고를 갈음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또 사건 소송 중에도 B씨가 A씨를 어머니로 생각한다는 뜻을 밝히고 아버지 밑에서 자라는 동안에도 A씨를 그리워했다는 점도 고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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