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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조원태, 한달새 400억 대출…상속세 납부인가 지배력 강화인가

[취재뒷담화]조원태, 한달새 400억 대출…상속세 납부인가 지배력 강화인가

기사승인 2020. 08.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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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회장, 모친과 말다툼 '소동'<YONHAP NO-2091>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왼쪽)과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제공=대한항공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은행에서 거액의 돈을 연달아 빌리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조 회장은 지난달 16일 한진칼 주식 70만주를 담보로 농협은행과 대출 계약을 한 데 이어 이달 7일 80만주를 담보로 우리은행과 대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조 회장은 23일 새 각 200억원씩 총 400억원을 대출받았습니다. 대한항공은 ‘개인적인 목적’이라는 이유를 들어 밝히고 있지 않습니다.

회사 대표의 거듭된 수백억원대 대출에 재계에선 무슨 용도로 자금을 비축하는지에 대해 추론이 무성합니다. 대주주가 회사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것은 재무상황이 불안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주가에 악재로 작용합니다. 조 회장이 올해 첫 주식담보대출을 공시한 다음 날인 지난달 24일 한진칼 주가는 1400원(1.57%) 떨어졌고 이달 3일까지 계속 하락해 6거래일 만에 7400원(8.3%)이나 내렸습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회사 대표의 주식담보대출은 회사의 어려운 자금 조달 사정을 보여주는 의미로 해석된다”며 “하지만 오너가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는 사실보다 자금의 실제 용처가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조 회장의 경우 보유 지분 증여세 납부용이라는 분석이 중론입니다.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유족 일가는 총 2700억원의 상속세를 5년간 분할 납부하기로 했는데, 조 회장이 내야할 상속세는 600억원에 달합니다.

그는 과거에도 증여세를 내기 위해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전례가 있습니다. 고 조양호 회장으로부터 2013년 5월 대한항공 주식 70만4000주씩 증여받은 한진 3남매는 2015년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총 130억원의 대출을 받아 증여세를 납부했습니다.

일각에선 3자 연합과 지분 확보 ‘눈치게임’ 즉 경영권 방어 위해서라는 분석도 나오긴 합니다만, 주식을 추가로 매입하기 위해 대출받았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보입니다. 한 시장 전문가는 “경영권 분쟁 와중이나 그 이전에도 조 회장은 본인이 주식을 직접 사서 지배력을 늘리는 전략을 쓰지 않았다”며 “대신 델타항공 등 우호세력들이 지분을 사들이는 식”이라고 말했습니다.

재계의 눈은 3자 연합의 임시 주총 개최 여부에 쏠리고 있습니다. 3자 연합 중 한 축인 반도건설의 보유 지분 의결권 제한이 해제되면서 올해 정기 주총 때 이루지 못한 이사진에 ‘내 편 심기’를 다시 시도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는 것이죠. 그만큼 조 회장은 경영권을 위협받는 상황입니다. 조 회장의 수백억원대 대출에 대해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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