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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은 끝났다”…코로나 위기 속 경영능력 입증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검증은 끝났다”…코로나 위기 속 경영능력 입증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기사승인 2020. 08.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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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운송으로 2분기 흑자전환·2조원 자구안 조기달성
'소통리더십'으로 회장 취임 1년 만에 경영능력 입증
지분율 높이는 3자연합이 경영 불확실성으로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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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코로나19에 안전한 여행을 위한 여객환경 조성을 위해 임직원들과 함께 직접 손걸레로 기내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2조원 마련 자구안 조기달성, 2분기 깜짝 흑자전환.”

코로나19의 위기상황에서 경영능력 시험대에 오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차근차근 당면한 숙제를 해결하며 총수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부친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에 지난해부터 한진그룹을 끌어나가게 됐지만 위기 상황에서 더욱 빛나는 리더십을 발휘하며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비롯한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 등 이른바 ‘3자연합’이 높은 지분을 앞세워 경영권 찬탈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기업 운영에 있어 중요한 경영능력을 검증한 만큼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는 분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와 기내식 및 기내면세점 판매 사업부(기내식기판 사업부)를 9906억원에 매각하는 안을 확정했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지난달 유상증자를 통한 1조1270억원에 매각대금 9906억원을 더해 2조1176억원의 현금을 마련, 지난 4월 산업은행으로부터 1조2000억원의 자금지원을 받으면서 약속한 ‘2조원 자구안’을 조기 달성하게 됐다.

보유 현금도 지난해 말 8163억원에서 올 상반기 4조3125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대부분의 항공사들이 구조조정에 들어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직원수 1만8681명으로 지난해 말(1만9063명)과 비교해 큰 변화가 없는 것도 눈에 띈다. 조 회장이 위기 상황에서도 슬기롭게 헤쳐나갔다는 지표다.

수익성 좋은 알짜사업인 기내식기판 사업부 매각은 조 회장의 과감한 결단이 뒤따른 조치다. 당초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매각으로 자금성을 확보할 예정이었지만 서울시가 공원화 추진으로 지지부진해지자 조 회장이 매각을 결정했다. 코로나19가 예상보다 더 길어지고 있는 만큼 금융당국과의 호흡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판단에서다. 국내 1위 선사 한진해운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2017년 파산했던 전례가 교훈이 됐다. 당시 한진해운은 채권단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자구안과 정부 및 주채권은행인 산은과의 소통 부재로 끝내 파산으로 치달았다는 분석이다.

조 회장은 산은의 자구안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며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 시국을 정부와 보조를 맞춰 해결해나간다는 전략이다.

조 회장의 경영능력은 이미 2분기 실적에서도 드러났다. 대한항공은 글로벌 항공사 중 유일하게 상반기 흑자를 기록하며 주목받았다. 화물운송의 영향이 컸다. 이 역시 조 회장의 아이디어다.

올 3월 코로나19로 여객기들이 잇따라 공항에 발이 묶이자 “유휴 여객기의 화물칸을 이용해 화물 수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 공급선을 다양화하는 한편 주기료 등 비용까지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역시 화물운송에 중점을 두면서 코로나19의 재확산에 따른 여객 노선 운항 재개에 기민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가 수그러들자 검사시간을 단축해주는 유전자증폭(PCR) 검사 도입이라든지 국제선 노선 재개 등 환승이나 비즈니스 수요라도 서서히 풀어나갈 노력을 할 예정이었지만 재확산 조짐이 보이면서 일단은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올해 대한항공은 코로나19에 경영권 분쟁 등 대내외적으로 힘든 상황에 직면했지만 조 회장이 직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한마음으로 위기를 이겨내고 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2분기 깜짝 실적 발표 후 “2분기 흑자 전환은 모두 임직원 덕분”이라고 직접 메일을 써서 보내기도 했다. 총수가 나서 회사 이익의 공을 직원들에게 돌린 것은 대한항공 창사 이례 이번이 처음이다. 비즈니스 캐주얼 도입도 조 회장 취임 후 바뀐 부분이고, 직원들의 생일 때마다 스타벅스 커피 쿠폰을 선물로 제공하는 것도 변화라면 변화다.

한 직원은 “작은 부분이지만 한명 한명의 모든 직원에게 신경을 쓰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전했다.

조 회장의 ‘소통의 리더십’은 ‘3자연합’이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을 계속 늘리며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발휘된 터라 더욱 빛난다.

3자연합은 한진칼 신주인수권(워런트)을 시장가격보다 높은 주당 2만5000원에 120만주를 공개매수하는 등 경영권 분쟁의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 아직은 대표이사 해임에는 위협적인 지분율은 아니지만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워런트가 전량 행사되면 3자연합의 지분율은 46.71%까지 오른다. 이는 이사 선임 안건 통과의 요건인 50%에 육박해 이후 조 회장의 경영운영에 있어 불확실성으로 계속해서 존재할 가능성은 높다.

하지만 신주인수권을 주식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약 1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한 터라 당장은 위협적인 수준까지는 아니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은 총수로 오른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코로나19의 위기상황을 잘 버텨냈다”면서 “경영능력은 이제 검증된 만큼 3자연합에 맞설 비장의 경영권 방어 카드로 안정적 경영권 확보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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