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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금호석화 표대결 앞두고 때아닌 ‘의결권 자문사’ 공방전

[취재뒷담화]금호석화 표대결 앞두고 때아닌 ‘의결권 자문사’ 공방전

기사승인 2021. 03.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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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금호석유화학에서 때 아닌 ‘의결권 자문사(이하 자문사)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삼촌 박찬구 회장과 조카 박철완 상무 간 ‘표대결’이 벌어질 주주총회를 앞두고 자문사들이 속속 의견을 내고 있는데, 양측 기싸움이 팽팽합니다. 한 유력 자문사의 보고서를 두고 ‘누구 편’을 들었는지 장외전(戰)을 펼치는 분위기입니다.

지금까지 금호석화 주총 안건에 의견을 던진 자문사들은 총 3곳. ISS는 박 회장의 손을 들어줬고, 서스틴베스트는 박 상무가 제시한 모든 주주제안에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박 상무의 고배당안과 이사회 구성안에 두 자문사의 의견이 갈린 셈입니다. ISS는 박 상무의 고배당안과 이사회 안건이 회사 재무와 지배구조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한편, 서스틴베스트는 주주들에게 합리적인 제안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박 상무는 보통주 1주당 1만1000원의 고배당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박 회장 측(4200원)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입니다.

문제는 마지막 세 번째 자문사 글래스루이스의 보고서였습니다. 박 상무의 7개 의안에 찬성을 권고했지만, 4개 의안에 대해선 박 회장 측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를 두고 박 상무 측에서는 “환영한다”는 내용의 자료를 즉시 배포했습니다. 핵심인 배당안, 박 상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 등에 찬성을 해줬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박 회장 측은 불편한 눈초리입니다. 다른 이사회 구성안에 대해서는 사측 안건 편에 선 만큼 ‘박 상무 안건에 완전히 찬성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선을 긋고 있습니다.

양측이 이처럼 민감하게 대처하는 이유는 자문사들의 막강한 영향력 때문입니다. 주총의 ‘숨은 권력’이라고 불릴 만큼, 첨예한 안건이 올라올 때마다 기관·외국인 투자자들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2019년 한진그룹 주총에서도 조양호 전 회장은 주주들의 반대로 연임이 불발된 적이 있죠. 당시 업계에선 자문사들이 조 전 회장 연임에 반대의견을 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특히 금호석화의 경우 2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상황입니다. 박 상무와 박 회장의 지분 차가 4%포인트대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국민연금은 그동안 ISS와 글래스루이스의 권고 의견을 상당 부분 참고해온 곳으로 알려졌습니다. 두 자문사의 의견이 애매하게 엇갈리고 있는 만큼, 오는 26일 주총까지 박 회장과 박 상무 측의 장외 공방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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