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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도, 국민의힘도 싫다”…무효표 던진 2030 청년층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싫다”…무효표 던진 2030 청년층

기사승인 2021. 04. 08.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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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층' 청년, "여야 모두 정쟁만 일삼는 모습 환멸"
20대 여성, 故박원순 성추행 피해자 대응에 실망
전문가 "정의당 無공천과 '정치혐오'가 무효표로"
[포토]투표 기다리는 시민들
4·7재보궐 선거일인 지난 7일 오전 서울 도봉구 르노삼성자동차 도봉사업소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기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 정재훈 기자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사는 20대 남성 문 모(26)씨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무효표를 던졌다. 7일 이른 아침 투표장으로 발걸음을 향한 그는 고민 끝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이름 정중앙에 투표 도장을 찍었다.

자신을 ‘중도층’이라고 밝힌 문 씨는 “민주당에 대한 심판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국민의힘이 국민을 대표해 심판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어 무효표를 던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여야 모두 참신한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기는커녕 정쟁만 일삼는 모습에 환멸을 느꼈다고도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무효표는 총 3만5188표로 전체 투표수 490만2630표 중 0.72%를 차지했다. 279만 8788표로 57.50%를 얻은 오 시장, 190만 7336표(39.18%)의 박 후보자, 5만 2107표(1.07%)의 허경영 국가혁명당 후보에 이어 4위에 해당한다. 이는 김진아 여성의당 후보(0.68%)와 신지혜 기본소득당 후보(0.48%)보다도 많은 숫자다. 기권자는 352만 3239명이었다.

청년들은 ‘네거티브’ 선거로 인한 정치혐오를 토로하며 ‘길 잃은 표’에 대한 심경을 털어놨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20대 여성 신 모(25)씨도 이번 보선에서 ‘안철수’ 이름에 투표 도장을 찍는 무효표를 던졌다. 평소 민주당을 지지해왔던 신 씨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사건을 대응하는 박 후보와 민주당의 행보에 크게 실망했다고 했다. 신 씨는 “민주당에 절대 표를 주지 않겠다고 생각했지만 ‘아니면 사퇴하겠다’는 식의 가벼운 발언을 일삼는 오세훈 후보에 표를 줄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 씨는 “투표를 아예 하지 않는 것 보다는 무효표로 민심을 표출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남성 장 모(24)씨도 사전투표에서 무효표를 던졌다. 장 씨는 “평소 북한 문제를 대응하는 민주당의 태도도 싫었지만, 여론조사에서 계속 우위를 점하자 오만한 태도를 보이는 오세훈 후보를 뽑기도 싫었다”고 설명했다.

유재일 시사평론가는 2030 청년층의 무효표 현상에 대해 정의당이 후보를 공천하지 않은 것이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 평론가는 이날 아시아투데이와의 통화에서 “특히 민주당에 실망한 진보 성향의 청년 유권자들이 뽑을 후보가 없어 무효표를 던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무효표 현상은 2017년 프랑스 대선 결선 투표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당시 앙마르슈의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와 극우파 국민전선(FN) 마린 르펜 모두 싫다는 무효표가 전체 11.49%에 이르렀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 “정치를 혐오하게 된 청년층이 무효표를 통해 의사를 표현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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