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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금융지주, 지주사출범 10년 만에 자산 582% 껑충…‘조정호 매직’

메리츠금융지주, 지주사출범 10년 만에 자산 582% 껑충…‘조정호 매직’

기사승인 2021. 04.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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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경영인 영입, 성과주의 집중
자산규모 11조→69조로 키워
화재·증권 모두 작년 최대 실적
"수익성 확보 사업다각화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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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금융지주가 지주사체제 전환 10년 만에 자산을 57조6100억원이나 불렸다. 주요 계열사인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의 매출 호조 덕분이다. 업계에서는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의 성과주의를 앞세운 인재경영으로 비약적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조정호 회장은 한진그룹 4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나 그룹 내에서 가장 존재감이 없던 금융업을 물려받았지만 현재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손해보험과 증권 분야에서 가장 경쟁력 기업으로 키워내며 한진가(家) 중 뛰어난 경영능력으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각각 매출액 11조1326억원, 16조6049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지주사 출범 이후인 2011년과 비교하면 각각 263%, 879%나 오른 수치다. 지난해 영업이익도 메리츠화재가 6080억원, 메리츠증권이 8280억원을 기록했다.

주요 계열사의 실적에 힘입어 메리츠금융지주의 주가도 올 들어 장개장일인 1월 4일 9680원에서 4개월여 만인 19일 현재 1만6900원으로 7220원이 뛰며 탄력을 받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 상장일인 2011년 5월13일 종가는 5530원이었다. 2011년 11조9539억원의 자산도 2020년 69조5644억원으로 증가했다.

조정호 회장의 힘이다.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4남인 조정호 회장은 2002년 조 회장이 세상을 떠날 때 형들이 규모가 크고 수익을 내는 항공·조선·해운 등을 하나씩 물려받을 때 그룹 내에서 존재감이 없던 금융업을 물려받았다. 2005년 한진그룹에서 계열분리를 할 당시만 해도 메리츠금융그룹 자산은 3조3000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한진중공업을 물려받았던 차남 조남호 회장은 2019년 경영권을 잃었다. 3남인 고(故) 조수호 회장이 승계한 한진해운도 2017년 파산했고, 장남 고(故) 조양호 회장이 물려받은 대한항공은 ‘갑질논란’에 오너 3세 간 경영권 분쟁 등 조용한 날이 없었다.

모두 자식들을 경영 전면에 내세우면서 벌어진 일이다. 하지만 조정호 회장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일찌감치 도입해 이런 분란을 없앴다. 회사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인재라고 판단되면 반드시 영입하고 우수한 전문경영인을 영입한 뒤에도 이들을 믿고 경영활동에 거의 관여하지 않는다. 또한 성과를 거둔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임금체계를 만들어 인재 스스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전부 “메리츠는 사람과 문화가 전부인 회사”란 조 회장의 경영철학이 바탕이 된 기업문화다.

메리츠금융그룹 관계자는 “다른 한진가 형제들과 달리 일찌감치 전문경영인 체제를 굳히며 성과주의로 인재를 경영하며 실적을 높이고 있다”면서 “조정호 회장은 우수한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면 이들에게 사업을 전폭적으로 믿고 맡기며 세세한 부분보다는 M&A 등 큰 줄기만 챙기는 편”이라고 말했다.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과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이 대표적이다. 삼성화재·삼성투신운영·삼성증권 등을 거치며 2015년 메리츠화재에 합류한 김 부회장은 법인보험대리점(GA) 제휴 확대와 사업가형 점포제 도입, 전속 보험설계사 증원 등을 통해 매년 급격히 성장을 주도하며 올해 3연임에 성공했다. 조정호 회장의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월가출신의 최희문 메리츠화재 부회장은 취임할 당시 2010년 77억원의 메리츠증권 순이익을 지난해 5651억원으로 70배 이상이나 키우며 믿음에 보답했다.

다만 메리츠증권의 영업이익의 향상으로 메리츠화재에 치중됐던 비중이 줄어들었지만 그룹의 한 축인 메리츠화재의 수익성 확보에 나서야 한다. 외연 확장을 통해 신계약이 늘어남에 따라 높아진 손해율과 사업비율 관리는 과제다. 지난해 메리츠화재의 손해율은 78.3%였다.

이에 메리츠화재는 장기인보험에 집중하고 있다. 장기인보험은 보험료 납입 기간이 3년 이상으로 길어 수익성이 높다. 김 부회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올해 인보장 시장점유율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메리츠화재의 장기인보험시장 점유율은 16~17%가량으로 삼성화재에 이어 두 번째다.

또한 메리츠증권은 물론 메리츠화재까지 보유 대출채권이 상당부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로 구성돼 부실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정호 회장은 PF사업으로 비약적 고성장을 이끌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채무보증비율을 자기자본의 100% 미만으로 제한하는 등 규제 강화에 나서면서 성장이 둔화될 우려가 있어 사업 다각화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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