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청구인 무죄판결 확정돼…재판 주문에 영향 미치지 않아" 문제된 형사소송법 312조, 내년부터 개정돼 시행
심판정 입장한 유남석 헌재소장과 재판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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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23일 오후 헌법소원·위헌법률 심판이 열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입장해 자리에 앉아 있다. 왼쪽부터 문형배·이영진·이은애·이선애 재판관, 유남석 헌재 소장, 이석태·이종석·김기영·이미선 재판관./연합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사태’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됐다가 무죄를 확정받은 유해용 변호사가 검찰이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를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있도록 한 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으나 각하됐다.
헌법재판소는 유 변호사가 형사소송법 200조와 옛 형사소송법 312조 1항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심판에서 각하 결정했다고 23일 밝혔다.
형사소송법 200조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수사에 필요한 때에 피의자의 출석을 요구해 진술을 들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옛 형사소송법 312조는 검사의 피의자 신문조서가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되고 실제 진술한 내용이라는 점이 인정되면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더라도, 실제 진술이 조서에 담겼다는 점 등이 증명되면 증거로 쓰일 수 있는 셈이다.
앞서 유 변호사는 대법원 수석·선임재판연구관 재직 당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공모해 특정 재판의 경과를 살피는 등 사법농단 연루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그는 당시 검찰 수사를 문제 삼으며 관련 형사소송법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헌법소원을 냈다.
당시 유 변호사는 “현행 피의자신문 제도와 그 결과물인 피의자 신문조서에 대한 광범위한 증거 능력 인정은 피고인의 방어권을 제약한다”며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진술거부권을 침해하고 자기부죄금지의 원칙과도 배치되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후 유 변호사는 사법농단 사건으로 기소돼 1심과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데 이어 지난 10월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헌재는 “이 사건에 대해 청구인의 무죄판결이 선고됐고, 검사의 항소 및 상고가 모두 기각돼 무죄판결이 확정됐다”며 “이 사건 출석요구 조항 및 조서 조항에 대한 위헌 결정이 재판의 결론이나 주문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재판의 전제성이 없으므로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유 변호사가 문제삼은 형사소송법 312조는 개정돼 오는 2022년1월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피의자 신문조서가 증거 능력을 얻기 위해서는 피고인과 변호인의 동의가 있어야만 한다. 피고인 측이 검찰 조사를 받을 때 범행을 자백했더라도, 법정에서 말을 바꾸면 해당 내용을 증거로 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