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제공=한국은행
“‘통화정책’이란 게 방향을 틀기 어려운 ‘항공모함’과 같습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8년간의 임기를 되돌아 보며 이 같이 말했다. 이 총재의 임기는 오는 3월31일 만료된다. 그는 “금리는 모든 경제주체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영향을 준다”며 “이에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숙고의 숙고를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고 돌아봤다. 이 총재의 신중한 면모가 여실히 드러난 발언이다.
이 총재는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통한다. 하지만 총재 임기 동안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등이 약화된 데다, 2020년 초부턴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해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쳤다. 이날 이 총재가 참석하는 마지막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 연 1.25% ‘동결’ 결정을 내리며 끝까지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 총재는 재임 기간 기준금리를 총 5회 인상, 9회 인하했다. 특히 2020년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낮추는 이른바 ‘빅컷’(1.25%→0.75%)을 단행했다. 이 총재는 평소에는 차분하지만 상황에 따라 과감한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기준금리 빅컷은 그의 과감한 면모가 드러난 때였다.
이 총재는 정통 ‘한은맨’으로 꼽힌다. 지난 1977년 한은에 입행한 뒤 조사국장, 통화정책 담당 부총재보, 부총재 등 핵심 요직을 거쳤다. 2012년에는 한은을 떠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고문, 연세대 특임교수를 지냈다. 이후 2014년 박근혜 정부 당시 총재에 임명돼 첫 임기를 마쳤다.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 재임 임명장을 받는 등 정권이 바뀐 상태에서 연임되는 첫 기록을 남겼다. 총재 연임은 지난 1974년 연임한 김성환 전 총재 이후 44년 만에 처음이다.
이 총재는 유연성과 전문성을 모두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한은 내부에서는 이 총재의 통화정책에 대한 긍정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말 한은 노동조합이 직원 7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0.5%가 이 총재의 지난 8년간의 통화정책에 대해 ‘우수’ 또는 ‘매우 우수’라고 평가했다. 응답자 중 50.2%는 ‘보통’이라고 답했다. ‘미흡’ 또는 ‘매우 미흡’이라는 응답은 19.3%에 그쳤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 결정은 기대효과와 부작용이 모두 수반되기 때문에 어느 회의 하나 쉽게 결정할 수는 없었다”며 “그간 (저의) 통화정책에 대한 평가는, 조금 시간이 지나서야 가능할 것”이라며 특유의 신중한 자세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