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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한갓진 물길·황홀한 반영...가을, 호수가 좋다

[여행] 한갓진 물길·황홀한 반영...가을, 호수가 좋다

기사승인 2022. 09. 13.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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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좋은 호수길 4선
여행/ 초평호
초평호는 충북에서 가장 큰 호수(저수지)다. 수상좌대와 청명한 호수가 어우러진 풍경이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준다./ 김성환 기자
머릿속이 산만할 때 예쁜 풍경을 음미하며 걷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인다. 이맘때 호수가 좋다. 고요한 수면이 한여름 달뜬 마음까지 차분하게 만들어준다.

여행/ 초평호 하늘다리
초평호의 명물 '하늘다리'/ 김성환 기자
여행/ 초평호
초평호 하늘다리 가는 길/ 김성환 기자
◇ 충북 진천 초평호 초롱길·전망대길

초평호는 충북에서 가장 큰 호수(저수지)다. 금강 지류인 미호천의 상류에 초평댐이 들어서며 생겼다. 여행자에게 초평호는 덜 익숙하지만 낚시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오래전부터 '성지'로 통했다. 잉어, 가물치, 붕어, 뱀장어를 낚겠다는 이들이 전국에서 모여든다. 요즘에는 낚시에 무심한 사람들도 알음알음으로 찾아온다. 곳곳에 자리 잡은 수상좌대와 청명한 호수가 어우러진 '아날로그적' 풍경을 카메라에 담기위해서다. 마침 걷기 좋은 수변길도 잘 조성됐다. 자동차를 타고 드라이브 하다가 마음 내키는 곳에 내려 산책을 즐기는 이들을 자주 만난다.

걷기 좋은 구간은? 농다리에서 한반도지형전망공원까지 약 7.5km 구간에 조성된 '초롱길'과 '전망대길'이 인기다. 특히 초평호전망대에서 진천군청소년수련원을 지나 하늘다리로 이어지는 약 1.5km 구간이 백미로 꼽힌다. 사위가 고요해 분위기가 고상하고 잎이 무성한 나무가 많아 초가을 볕발을 피하기에 적당하다. 하늘다리는 길이 93m의 출렁다리다. 규모는 작지만 적당히 솟은 봉우리와 한갓진 물길이 더하는 운치가 좋다.

초평면 두타산 중턱의 한반도지형전망공원은 들르자. 여기선 초평호가 한눈에 보인다. 자동차가 간다. 초평붕어마을을 뒤로 난 도로를 따라 약 2.5km 가면 닿는다. 농다리도 꼭 봐야한다. 고려시대에 축조돼 1000년 남짓 세월을 버틴 돌다리로 진천의 대표적인 볼거리다. 돌다리라고 우습게 볼 것은 아니다. 높이가 1.2m로 낮지만 길이가 약 94m, 너비가 3.6m나 된다. 돌을 얼기설기 엮은 탓에 투박해 보여도 막상 보면 꽤 야무지다.

여행/ 산막이 옛길
괴산호를 따라가는 산막이 옛길/ 김성환 기자
◇ 충북 괴산 산막이 옛길

괴산호를 따라 조성된 길이다. 칠성면 사오랑 마을에서 산막이 마을까지 약 4km 이어진다. 산막이 마을은 '산이 겹겹이 막아선 곳'이라고 붙은 이름이다. 그만큼 오지였다는 얘기. 죄인을 가두기에도 제격이었다. 조선 중기의 학자 노수신(1515~1590)이 을사사화(1545)에 휘말려 이 두메에서 한동안 유배생활 했단다.

어쨌든 1950년대 괴산댐이 들어섰다. 물길이 막혀 괴산호가 생겼다. 오지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던 길도 잠기고 돌다리, 섶다리도 무용지물이 됐다. 사람들은 산비탈에 위태로운 벼랑길 냈다. 시간이 흘러 사람마저 떠나자 벼랑길이 잊혀졌다. 이걸 다시 복원한 것이 산막이 옛길이다.

풍경이 수려하고 분위기가 호젓한 호수길은 금방 입소문이 났다. 요즘은 괴산을 대표하는 관광자원이 됐다. 오래된 느티나무 위에 만든 '괴음정', 바닥을 강화유리로 마감한 고공전망대, 연하협 구름다리 등 볼거리가 많다. 걷기도 편하다. 대부분 구간이 나무덱으로 조성된 데다 경사도 거의 없다. 30~40분이면 완주가 가능하다.

산 좋아하는 이들은 산책로 말고 호수를 에두른 등잔봉(450m), 천장봉(437m), 삼성봉(550m)을 잇는 능선 길을 타기도 한다. 등잔봉과 천장봉 중간에선 산막이 옛길의 상징이 된 '한반도 지형'도 볼 수 있다.

여행/ 횡성호수길
횡성호수길 5구간 B코스. 잔잔한 수면에 반영된 풍경이 예쁘다./ 김성환 기자
◇ 강원 횡성 횡성호수길,

횡성호는 횡성댐이 들어서며 생겼다. 호수를 에두르는 횡성호수길은 6개 구간에 걸쳐 약 31.5km 이어진다. 6개 구간으로 이뤄졌는데 특히 5구간이 인기다. 이유는 이렇다. 5구간은 다른 구간과 달리 순환형이다. 한창 걷다가 원점회귀하거나 완주한 후 대중교통을 이용해 다시 출발지로 돌아와야 하는 수고가 필요 없다. 길이 판판한 것도 장점이다. 횡성호수길 5구간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열린 관광지'다. 열린 관광지는 장애가 있는 사람도 편하게 다닐 수 있도록 조성된 무장애 관광지다. 아이에게도 적당할 만큼 걷기가 편하다. 그래서 '가족길'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망향의 동산'이 출발점이자 도착점이다. 망향의 동산은 횡성호가 생길 때 수몰된 마을의 주민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조성했다. 당시 갑천면 일대 5개 마을, 258세대가 물에 잠겼단다.

5구간은 A코스(4.5km)와 B코스(4.5km)로 나뉘는데 사람들은 특히 B코스를 좋아한다. 호수와 바짝 붙어 지나는데다 곡선 구간이 많아 같은 곳이라도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느낌이 든다. 지루할 틈이 없다는 얘기다. 조붓한 오솔길이 은사시나무 군락을 지나고 낙엽송 숲을 관통한다. 갈대군락도 나타나고 시야가 탁 트인 전망대도 등장한다. 무엇보다 호수에 반영된 풍경이 백미다. 수면이 어찌나 잔잔한지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산과 나무, 길과 사람이 오롯이 호수에 비친다.

여행/ 정읍사오솔길2코스
내장산 줄기가 반영되는 내장호/ 김성환 기자
내장호
내장호 주변 산책로/ 김성환 기자
◇ 전북 정읍 내장호 정읍사오솔길(2코스)

내장호를 에두르는 수변길은 '정읍사오솔길 2코스'에 해당한다. 정읍사오솔길은 백제가요 정읍사의 애틋한 그리움을 테마로 조성한 길이다. 맞다. 행상 나간 남편은 끝내 돌아오지 않고, 그를 애타게 기다리던 여인은 망부석(望夫石)이 됐다는 그 얘기다. 이 노래의 무대가 정읍으로 알려졌다.

정읍사오솔길 2코스는 내장호를 한 바퀴 돈다. 4.5km로 1~2시간이면 완주가 가능하다. 길 따라가면 고즈넉한 수목원, 동학혁명 100주년 기념탑 등이 나온다. 한국사에 일대 변혁을 가져온 동학농민혁명의 발원지가 바로 정읍이다. 호수 풍경을 감상하며 휴식을 취할 쉼터도 곳곳에 마련돼 있다. 무엇보다 우뚝하게 솟은 내장산이 고요한 수면에 반영되는 풍경이 백미다. 사람들은 정읍사오솔길 1코스를 많이 걷는다. 정읍사공원에서 내장산 기슭 월영마을까지 약 6.4km 이어진다. 길은 이름처럼 소박하고 분위기는 동네 뒷산처럼 푸근하다. 아쉽다면 함께 걸어도 좋다.

'호남의 금강산' 내장산이 멀지 않다. 본격 산행은 본격 단풍시즌까지 미루더라도, 그 유명한 내장사까지는 걸어본다. 들머리부터 시작되는 단풍나무 터널의 자태는, 꼭 가을 아니라도 아름답고 우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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