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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무채색 갯벌 따라 느릿느릿...노을도 쉬어가네

[여행] 무채색 갯벌 따라 느릿느릿...노을도 쉬어가네

기사승인 2022. 10. 18.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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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노을길
무안 노을길
무안은 갯벌의 고장이다. 한갓진 가을 해변과 너른 갯벌은 먹먹한 일상에 숨통을 틔우는 힘이 있다./ 김성환 기자
계절이 가을 복판으로 달려간다. 화려한 단풍무리 좇아 산으로 향하는 것이 일쑤지만 종종 바다를 찾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한갓진 해변이 건네는 '힐링'이 울긋불긋 산야(山野)가 던져주는 그것보다 결코 못하지 않아서다. 전남 무안에 '노을길'이 있다. 해안 따라 걸으며 갯벌과 바다, 소담한 마을을 기웃거릴 수 있는 길이다. 하늘 높고 맑은 가을에는 노을이 더 붉고 고와지기 마련. 이러니 가을에는 노을길을 한번쯤 걸어봐야 한다.

무안 노을길
무안 땅은 황토가 많다. 황토를 품은 갯벌에도 붉은빛이 돈다./ 김성환 기자
노을길은 무안군 망운면 송현리 조금나루 해변에서 현경면 봉오제까지 약 10km를 잇는 해안도로다. 도로라고 하지만 교통량이 적어서 갓길로 걷기에 무리가 없다. 물론 곳곳에 산책로와 전망대 등이 따로 조성돼 있다. 사람들은 감미로운 해안 풍경을 만끽하며 드라이브를 하다가 마음이 끌리는 곳에 내려 산책을 즐긴다. 작정하고 전 구간 걷기에 나서는 이들도 적지 않단다. 모래사장이 넓은 해변이 가깝고 재미있는 '낙지공원'도 있다.

해안 따라 가는 길이니 풍경의 9할은 바다와 갯벌. 물 빠진 펄에 기우뚱 자리 잡은 고깃배와 갯일에 여념이 없는 촌부들이 여백을 메운다. 갯벌이 뭐 그리 대수일까 싶지만 무채색의 진창도 형형색색 단풍 못지않은 울림을 준다.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이곳에서 온갖 생명이 숨을 쉰다. 사람도 몸 붙이고 살아간다. 사방에 보이지 않는 생기가 가득해서 광활한 갯벌을 마주하면 먹먹한 일상에 숨통이 트인다. "말랑말랑한 흙이/ 말랑말랑 발을 잡아준다/ 말랑말랑한 흙이/ 말랑말랑 가는 길을 잡아준다/ 말랑말랑한 힘/ 말랑말랑한 힘"(함민복 '뻘').

여행/ 낙지공원
낙지공원의 낙지 전망대/ 김성환 기자
여행/ 무안 노을길
노을길에는 갯벌을 배경으로 사진촬영하기 좋은 소품도 있다./ 김성환 기자
보존해야할 객관적인 이유도 물론 있다. 싱싱한 갯벌은 육지와 바다 사이에서 정화작용과 생태보존 역할을 한다. 지난해 7월 서천갯벌(충남 서천), 고창갯벌(전북 고창), 신안갯벌(전남 신안), 보성-순천갯벌(전남 보성·순천) 등 '한국의 갯벌' 4곳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이름을 올린 것도 이 때문이다.

현경면, 해제면, 망운면 등에 걸쳐 있는 무안갯벌은 이런저런 이유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는 빠졌지만 결코 예사롭지 않은 곳이다. 면적을 따지면 전남 신안에 이어 두 번째로 광활하다. 원시성을 유지한 덕에 2001년 한국 최초로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고 2008년에는 전남 순천만에 이어 람사르습지에도 등록됐다. 또 함해만(함평만) 일대 갯벌은 신안 갯벌과 함께 국내 최초의 갯벌도립공원에 지정됐다. 게다가 젊다. 약 3000년 전에 형성돼 두께가 2m미만이다. 여기에 얕은 바다 수심 등 어패류의 산란과 서식지로 훌륭한 조건을 갖췄단다. 무안낙지가 유명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여행/ 톱머리해변
갯벌이 드러난 톱머리해변/ 김성환 기자
여행/ 톱머리해변
갯벌이 드러난 톱머리해변/ 김성환 기자
노을길 중간에는 '낙지공원'도 있다. 커다란 낙지 형태의 전망대가 재미있는 곳. 낙지 다리를 활용해 만든 미끄럼틀이나 갯벌 위로 살짝 뻗은 관람 덱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하다. 차 한 잔 마시며 몸을 녹일 휴게 시설이 있고 해안 솔숲에는 카라반도 자리잡았다.

이런 유별난 갯벌이 노을길을 따라 펼쳐진다. 퍽퍽한 일상을 버틴 사람들은 여기서 위로를 받고 힘을 얻어 간다. 노을이 없어도 이 서정은 어딜 가지 않는다. 찾아간 날, 흐린 하늘 탓에 고운 노을은 없었지만 검게 변한 대지의 은근한 힘이 분명히 느껴졌다.

여행/ 황토갯벌랜드
황토갯벌랜드 앞에 펼쳐진 갯벌. 파래가 지천이라 초록빛이 돈다./ 김성환기자
노을길 끄트머리에선 조금나루해변(망운면), 홀통해변(현경면)이 가깝다. 모래사장 걸으며 여름날의 추억을 음미하기에 어울리는 곳이다. 해변도 해변인데 찾아가는 길이 예쁘다.
무안 서쪽의 망운면, 현경면, 해제면은 개미허리처럼 가느다랗게 육지와 이어진다. 그래서 이 지역을 지나는 도로를 달리면 양쪽으로 길쭉한 바다와 갯벌이 펼쳐진다. 발 딛고 선 곳이 섬 같지만 기어코 뭍이다. 갯벌을 굽이굽이 관통하는 물길을 따라 고깃배가 오고가는 풍경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든다. 조금나루해변에서 멀지 않은 톱머리해변(망운면)도 제법 이름난 곳이다. 간조 때면 길쭉하게 드러나는 모래사장과 울창한 솔숲을 보려고 애써 찾아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해제면의 황토갯벌랜드는 기억하자. 갯벌의 가치를 알리기 위한 생태학습장인데 여기서도 무안 갯벌의 속살을 오롯이 구경할 수 있다. 갯벌생태과학관, 황토찜질방, 숙박시설 등을 갖췄다. 무엇보다 갯벌생물들을 코앞에서 관찰할 수 있는 갯벌탐방로가 돋보인다. 칠면초 등 국내에 자생하는 염생식물의 약 50%가 무안갯벌에서 자란단다. 여름에는 자줏빛 칠면초가 융단처럼 깔리고 지금은 초록빛깔 파래가 펄을 뒤덮었다. 늘 검을 것 같던 갯벌도 계절마다 빛깔을 가진다.

여행/ 영산강
식영정 아래 영산강변에는 코스모스가 만개했다./ 김성환 기자
여행/ 식영정
한호 임연이 후학 양성을 위해 지은 식영정/ 김성환 기자
갯벌 말고 뭐 없을까. 무안에는 영산강도 흐른다. 몽탄면 식영정 아래 영산강변에는 코스모스가 활짝 피었다. 무안군이 조성한 꽃밭이다. 꽃밭따라 산책로가 잘 조성됐다. 여기도 해질 무렵 풍경이 예쁘다. '몽탄'은 '꿈여울'이라는 뜻인데 코스모스 만개한 강변은 정말 꿈속 풍경 같다. 식영정은 조선시대 문신 임연(1589~1648)이 후학 양성을 위해 지은 정자다. 언덕 아래로 보이는 영산강 풍경이 아름다워 숱한 시인묵객이 찾았던 곳이다. 정자를 에두른 오래된 나무들도 운치가 있다.

■ 여행메모

제2회 무안 YD(영드림·Young Dream)페스티벌이 28일부터 30일까지 무안 남악신도시 남악중앙공원 일원에서 열린다. 무안은 군 단위 고장이지만 전남도청이 있어 젊은 층의 거주 비율이 높은 도농복합도시다. 이를 알리기 위한 행사다. 청년들이 주축이 돼 길거리 퍼레이드를 하고 드론쇼, 전국댄스 경연대회 등을 선보인다. EDM 공연, 청년문화공연, 버스킹 공연도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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