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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의 시대, ‘핵심파트너’ 아세안의 비전·과제는?

불확실성의 시대, ‘핵심파트너’ 아세안의 비전·과제는?

기사승인 2022. 10. 23.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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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관료·전문가·언론인 모인 ERIA 에디터 원탁회의
아세안 중심성…아세안 근간이자 과제
수사학·토크숍 뛰어넘는 중심성 추구가 핵심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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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제11차 동아시아·아세안연합경제연구센터(ERIA) 에디터 원탁회의에서 전문가들이 아세안의 비전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모습./사진=프놈펜 정리나 특파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어떻게, 누구의 승리로 끝날 것인가? 첨예한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에서 국가들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가? 600일 넘게 이어진 미얀마 군부 쿠데타 사태는 어떻게 될 것인가? 국제뉴스를 매일 다루는 국제부 기자도, 국제 전문가들도 선뜻 예측하기 어려운 질문들이다.

세계를 이끌어 가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러브콜을 아끼지 않고 있는 곳이 있다. 최근 베트남을 방문한 한국 외교부 고위 관계자도 윤석열정부의 새로운 인도·태평양 정책의 핵심 파트너로 꼽은 곳, 바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이다. 이런 '불확실성의 시대'에 아세안 전문가, 외교 관료와 학자들이 모였다. 지난 18일 아세안의 싱크탱크로 꼽히는 동아시아·아세안연합경제연구센터(ERIA)가 아세안과 한·중·일·러 언론인까지 초청한 제11차 에디터 원탁회의에서다.

△ 아세안을 설명하는 단어 "중심성"

아세안을 설명하는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로는 '아세안 중심성(Centrality)'을 꼽을 수 있다. 동아시아 다자간 지역협력체를 꾸려 나가는 과정에서 아세안 10개국 전원의 참석을 보장하고, 아세안 스스로가 의제 선정을 주도하고 구심점을 잡겠다는 것이다. 대외관계 이행에 있어 회원국들이 공통의 입장을 마련하고 공동행동을 취해온 아세안의 중심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올해 의장국을 맡은 캄보디아의 심 비아렉 외교부 아세안 총무국장은 이날 "훈센 캄보디아 총리도 아세안이 매년 도전에 직면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한번에 이렇게 많은 도전에 직면한 것이 처음이라 말했다"며 "남중국해부터 미얀마 문제, 러·우 전쟁에 양안관계까지 더해졌지만 아세안은 이런 도전에서 도망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세안은 참가국들이 평화·안정·규칙에 대한 지역 이익 측면에서 참가국들이 그들의 분노·좌절 또는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바로잡을 있는 플랫폼을 제공함으로써 이러한 문제에 맞섰다"고 평가했다.

비아렉 국장은 "국가들은 아세안의 플랫폼을 신뢰한다. 같이 앉기 싫고 말도 듣기도 싫고 함께 사진에 찍히기 싫어도, 모두 같은 방에 있었다"며 "서로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외부 파트너들과 많은 공동성명을 발표했고, 우리 모두의 공통 관심사는 대화·협상·다자간 프레임워크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복잡한 문제, 대화 하나로 모든 것이 해결될 수는 없지만 아세안은 평화적 대화와 신뢰 구축의 연결점 중 하나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세안의 중심성이 포기할 수 없는 가치라는 것을 다시 천명한 셈이다.

아세안 전문가들도 미중 긴장 고조 등 복잡해지고 있는 국제정세에 대응하기 위해 역내 협력과 교역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 정부 자문관을 역임한 아시아비전연구소 속 시파나 회장은 "세계가 겪고 있는 불확실성을 감안해, 아세안이 더 이상 특정 국가나 외부 블록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도록 역내 무역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과 미국의 긴장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 몇 년은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쩨앙 반나리트 아시아비전연구소 소장도 아세안이 향후 5년동안 경제 안보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파트너십 구축에도 집중해야 한다. 앞으로의 10년이 아세안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10년이 될 것"이라 강조했다.

로런스 앤더슨 싱가포르 라자라트남 국제관계대학원 연구소(RSIS) 선임연구원도 아세안 중심성에 대한 도전을 지적하며 "강대국 중 일부는 아세안에 립서비스만 하며 실제로는 지역 그룹화를 약화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세안이 모든 수준에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연결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약 3조 달러에 달하는 아세안의 교역 규모는 향후 20년 동안 두 배로 늘어날 것이고, 젊은 인구를 감안한다면 아세안은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말만 오가는 수사학을 넘어 '중심성'의 기치 아래서 보다 지정학적인 문제를 다루며 나아가는 것이 2025년 이후 아세안의 비전이자 핵심 과제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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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제11차 동아시아·아세안연합경제연구센터(ERIA) 에디터 원탁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한 림 족 호이 아세안 사무총장이 "아세안과 중국이 현재 남중국해 행동강령(COC)의 두 번째 초안을 작성 중"이라고 밝혔다./사진=프놈펜 정리나 특파원
△"아세안=허울뿐인 토크숍?" 오명 벗어던질 수 있을까

아세안에 대한 가장 흔한 비판은 '허울뿐인 토크숍'이란 것이다. 수많은 말들이 오가는 '수사학' 대잔치가 벌어지지만 정작 실질적인 문제 해결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 비아렉 사무총장은 "아세안은 신이 아니다"라면서도 "본질적으로 전례가 없는 문제에 직면할 때 우리는 가능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협의에 의존한다. 다채로운 지역에서의 다양성은 우리의 자부심이자 공통의 정체성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빨리 가려면 혼자 가라,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곧 지난 55년 간의 아세안이 걸어온 여정의 진정한 본질"이라 설명했다.

더디게 진전되고 있는 남중국해 행동강령(COC)에 대해서도 희소식이 전해졌다. 이날 화상으로 참여한 림 족 호이 아세안 사무총장은 "아세안과 중국이 현재 COC의 두 번째 초안을 작성 중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등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화상회의 등을 활용해 논의를 이어왔다"며 "계속해 중국과 COC 협상을 추진하고 신속한 결론을 위해 노력하고자 대면 논의도 재개했다"고 덧붙였다. 정확히 10년 전인 2012년, 캄보디아에서 열린 제25차 아세안외무장관회의(AMM)에서 남중국해 관련 분쟁에서 회원국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아세안 설립 이후 최초로 의장 성명 채택에 실패한 이후 전해진 첫 진전이다.

10년이 걸리더라도 대화와 협의를 통한 포용과 통합이란 아세안의 정신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지만 미얀마 쿠데타에 대해선 여전히 날카로운 지적이 이어졌다. 1년 6개월 전 채택된 아세안과 미얀마 군부간의 5개항 합의는 전혀 진전되지 않았지만 의장국인 캄보디아 측은 여전히 대화와 평화로운 해결에 방점을 두고 있다.

반면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던 싱가포르·인도네시아의 경우,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아세안이 미얀마 위기에 인질로 잡혀선 안된다"며 "미얀마 사태로 아세안의 신뢰와 통합이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얀마 군부의 탄압을 피해 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얀마 독립언론 미지마의 대표로 참석한 킨 마웅 윈은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고통을 겪고 있다. 군부와 시민들이 어떻게 (대화를 통해) 화해하겠는가. 불가능한 일"이라며 "아세안은 물론 한국·일본, 미얀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도까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결국 아세안이란 공동체를 꾸려 온 핵심인 중심성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이냐가 아세안이 당면한 핵심 과제인 셈이다.

아세안의 미래를 그려나가는 논의가 오가는 ERIA의 에디터 원탁회의는 아세안 10개국을 모두 돌아 첫 개최지였던 캄보디아로 돌아왔다. "아세안보다 ERIA가 훨씬 돈이 많을 것"이란 캄보디아 측 연사의 진심어린 농담처럼 일본은 아세안에 비용과 자문을 아끼지 않고 다방면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퍼붓고 있다. 아세안을 핵심 파트너로 꼽은 한국에게도 과제는 남아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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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제11차 동아시아·아세안연합경제연구센터(ERIA) 에디터 원탁회의 모습./제공=E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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