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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이 이태원 참사 조롱? 도넘은 가짜뉴스와 혐오

베트남이 이태원 참사 조롱? 도넘은 가짜뉴스와 혐오

기사승인 2022. 11. 0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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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라온 게시물. 베트남에서 교통사고 등으로 사망한 경우 수습 전 대나무 돗자리를 펴놓는 것을 따라한 장난을 이태원 참사를 조롱한 것이란 내용이 담겼다. 해당 게시물에는 베트남에 대한 비난과 혐오표현이 담긴 댓글이 이어졌다./사진=보배드림 캡쳐
베트남에서 핼러윈을 맞아 '죽은 척'한 장난이 이태원 참사를 조롱한 것이란 가짜뉴스와 선동이 인터넷 커뮤니티와 카카오톡 등을 통해 퍼지고 있다. 베트남 문화에 대한 이해는 물론 사실관계 확인조차 없이 퍼지는 가짜뉴스에 수교 30주년을 맞이한 양국 관계가 또다시 멍들고 있다.

지난달 31일 보배드림 등을 비롯한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소셜미디어와 카카오톡 단톡방 등에는 "이태원 참사를 조롱한 베트남의 선넘는 코스프레", "베트남이 이태원 사망자들을 조롱하고 있다"는 내용의 글과 사진이 퍼졌다. 이 게시물들은 대나무 돗자리를 덮고 죽은 척하고 있는 베트남 청년의 코스프레가 이태원 압사사고를 조롱한 것이라 주장했다. 이같은 내용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단톡방 등에 퍼지며 베트남에 대한 욕설과 혐오표현 등이 난무했다.

해당 사진은 지난달 30일 저녁 베트남 호찌민시 응우옌 후에 거리에서 촬영된 사진이다. 주말 차없는 거리가 운영된 이곳은 핼러윈을 맞이해 다양하게 분장한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이처럼 인파가 붐비는 거리에서 대나무 돗자리를 덮고 죽은 척 하고 있는 청년들의 모습은 베트남에서도 화제와 동시에 논란이 됐다. 이태원 참사 때문이 아니라 '수위'의 문제였다.

베트남에서는 교통사고 등으로 사람이 사망한 경우 시신을 수습하기 전에 우선 대나무 돗자리를 덮어 놓는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고인의 명복을 빌며 향을 피워놓거나 노잣돈 개념으로 돈을 놓고 가기도 한다. 사망사건과 관련된 뉴스에서도 '악플'이 보이는 한국과 달리 베트남에선 "(나무)아미타불"·"유족들과 슬픔을 나눕니다" 같은 댓글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날 호찌민시에서도 일부 행인들이 "깜짝 놀랐다"며 돈을 놓고 가기도 했다. 현장에 직접 있었다는 응우옌 민 타인씨는 1일 아시아투데이에 "사람들도 처음엔 진짜 죽은 줄 알고 깜짝 놀랐다가도 핼러윈 장난이란 것을 알아채곤 웃으며 돈을 놓고가거나 사진을 찍었다"며 "그래도 너무 심한 장난이었단 비판이 있긴 했어도 이태원 참사와는 전혀 상관이 없고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이태원 참사에 대한 뉴스들이 더 전해지고 베트남 유학생도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리며 베트남 네티즌들도 마음 아파하고 (해당) 장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고 덧붙였다.

본지가 연락한 몇몇 베트남 기자들도 "해당 사진이 화제가 됐고 그런 장난을 치는 것이 적절하냐에 대해 논란이 됐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한국을 조롱한다거나 모욕하는 반응도, 여론도 없다. 이태원 참사에서 베트남 유학생도 숨졌는데 베트남이 어떻게 그러겠느냐, 그럴 이유도 없다"며 "설령 수십만개의 댓글 중 한두개의 몰상식한 댓글이 있다고 해도 그것이 베트남 여론이나 국민들을 대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느냐"는 입장을 전했다. 이태원 참사를 모욕한 댓글이라 퍼진 것도 인터넷 채팅을 위해 약자로 표기된 내용 그대로 구글 번역기에 돌린데다 조롱하는 댓글도 아니었다.

베트남 교민사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거주 20년차 교민 A씨는 "이미 유튜브발 가짜뉴스와 선동으로 말도 안되는 혐베(베트남 혐오)가 심해져 교민사회도, 진출기업들도 우려가 크다"며 "이젠 이태원 압사사고란 비극까지 이용해 말도 안되는 베트남 혐오를 조장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베트남과 수교 30주년인데 이러면 양국 모두가 상처받는다. 가짜뉴스와 선동에 대해 대사관이나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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