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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예견된 참사, 한국 야구에 던져진 숙제들

WBC 예견된 참사, 한국 야구에 던져진 숙제들

기사승인 2023. 03. 14.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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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교체 작업과 전임감독제 등 필요
대표팀
13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중국전에서 5회말 22-2 콜드게임 승리로 경기를 마친 한국 선수들이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
한국 야구는 더 이상 세계 최고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 명확하게 증명됐다. 3개 대회 연속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탈락을 경험한 한국 야구가 원점에서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환골탈태'해야만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강철(57·kt 위즈)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13일 22-2로 이긴 중국전을 끝으로 2023 WBC 일정을 조기에 마무리했다.

1라운드 2승 2패로 4승의 일본, 3승 1패의 호주에 밀려 8강 진출이 좌절됐다. 당초 4강이 목표라던 대표팀의 초라한 성적표다.

탈락보다 더 충격적인 건 경기내용이었다. 대표팀은 한참 기량이 떨어지는 중국 투수들을 상대로 대량득점을 했을 뿐 호주-일본-체코전까지 만족스러운 경기력을 펼치지 못했다.

이번 대회 참패를 계기로 한국 야구가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는 세대교체와 전임감독제 등 크게 두 줄기에서 변화가 필요하다.

류현진-김광현의 황금세대 지나갔다

결정적인 원인은 믿었던 젊은 투수들의 컨디션 저하다. 대회 전 전문가들은 선수들이 정규시즌에 들어가는 몸을 만들어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지만 그게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이 감독은 미국 애리조나주 전지훈련 때부터 "타자들에 비해 투수들의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아 걱정"이라고 했다. 이미 이때부터 좋지 않은 징조가 보였고 본선에서 최악의 경기력으로 드러났다. 젊은 투수들은 하나같이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해 애를 먹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 감독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그나마 컨디션이 올라온 투수들을 계속해서 쓸 수밖에 없었고 이마저 과부하가 걸리면서 여러 잡음을 낳았다. 이들 역시 정상 컨디션이 아닌 상태에서 연투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돌아보면 결국은 준비 부족이었고 예견된 참사였다. 철저하게 준비된 일본 투수들과는 극명하게 대비됐다. 컨디션을 떠나 크게 성장한 다른 나라 투수들과 비교해서 한국 투수들은 실력이 빼어나게 좋은 것도 아니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숨어있다.

결국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점에서 확실한 투수를 키워내는 것이 추후 한국 야구에 가장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그런 관점에서 세대교체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영광의 서막을 연 2008 베이징 올림픽부터 약 15년간 한국 야구를 대표해온 류현진, 김광현 등의 시대는 끝이 났다. 확실한 에이스 발굴과 더불어 전반적인 프로야구의 질적 향상이 함께 도모돼야 한다. 최근 프로야구에는 제대로 된 훈련 과정을 소화하지 않고 마운드에 올랐다가 볼넷을 남발하는 그저 그런 투수가 너무 흔해졌다는 지적이다.

공부하는 '국대 전임감독' 필요

이번 WBC 대표팀에서는 선수뿐 아니라 벤치의 운용 능력과 지도력 등도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현역 프로팀을 맡고 있는 감독이 대표팀까지 병행하는 상황에 대한 문제점들이 대회 준비 기간부터 고스란히 노출됐다. 한국 벤치는 번번이 투수 교체를 실패하면서 결정적인 호주전을 잃었다.

앞서 한국 야구는 2017년 선동열 전 감독에게 최초로 국가대표 전임 감독 지휘봉을 맡겼으나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 이후 국회 청문회에 불려 나가는 촌극을 겪었다.

이어 사령탑에 오른 김경문 전 감독이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하면서 전임 감독제는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큰 그림에서 야구가 국제 경쟁을 회복하려면 최대한 많이 국제대회에 출전해 경기를 치러봐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국가대표만을 맡는 전임 감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임 감독제가 부활하면 이를 중심으로 당장 24세 이하 선수가 출전하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등을 통해 젊은 선수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이듬해 프리미어12에서 이들을 주축 선수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전임 감독도 이제는 이름값에 연연하지 말고 대표팀을 맡아서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하는 사람을 앉혀야 한다. 이번 대회에서 여실히 드러났듯 세계 야구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세계 야구의 추세를 읽을 줄 알고 배워 전수할 수 있는 지도자의 등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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