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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극 ‘베니스의 상인들’ 초연…“장애물 뚫고 나가는 긍정 에너지 담았다”

창극 ‘베니스의 상인들’ 초연…“장애물 뚫고 나가는 긍정 에너지 담았다”

기사승인 2023. 05. 20.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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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본과 젊은 소상인들의 대결" 내달 8∼11일 국립극장 무대에
창극 베니스의 상인들 기자간담회 현장 (13)
창극 '베니스의 상인들' 주역들이 17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태평양, 민은경, 김준수./제공=국립창극단
셰익스피어 5대 희극 중 하나인 '베니스의 상인'이 창극으로 부활한다.

국립창극단은 유대인에 대한 반감이 컸던 16세기 유럽에서 쓰인 원작을 현대의 감수성에 맞게 탈바꿈한 창극 '베니스의 상인'을 다음 달 8∼11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선보인다.

이성열 연출은 17일 국립극장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몇백년 전 작품이다 보니 현대인의 관점에서 의아하거나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들이 있다"며 "유대인 샤일록에 대한 종교나 인종적인 편견을 과감하게 탈색시키고 우리 시대에 맞는 새로운 서사를 넣었다"고 밝혔다.

'베니스의 상인들'은 원작에서 천대받던 악덕 고리대금업자인 유대인 샤일록을 베니스 무역을 주도하는 대자본가로, 낭만적인 무역 상인 안토니오를 소규모 상인들이 모인 조합 우두머리로 설정했다. 김은성 작가는 "대규모 무역 상사 회장인 샤일록과 소규모 상인 조합 간의 대결 구도가 원작과 가장 크게 바뀐 각색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이 연출은 "샤일록은 3대에 걸쳐 부를 물려받은 인물로 기득권을 계속 확장하려고 한다. 악인이라기보다는 자본가로서 철저하게 충실하다"며 "반면 안토니오는 '흙수저'로 시작해 사람들을 모아서 기득권을 무너뜨리려는 민중이자 시민이다. 이 두 세계가 부딪치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샤일록과 안토니오는 국립창극단 대표 스타인 김준수와 유태평양이 각각 맡았다. 이 연출은 샤일록은 뱀 같이 간교하고 독한 이미지, 안토니오는 바위처럼 든든하고 강직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은 제목을 원작의 '상인'에서 '상인들'로 바꿨다. 이는 공동체적 연대를 부각한 것으로, 안토니오를 중심으로 젊은 상인들이 진취적으로 살아 나가는 모습을 반영한다.


창극 베니스의 상인들 이성열 연출
창극 '베니스의 상인들'의 이성열 연출./제공=국립창극단
이 연출은 "작품이 주는 웃음에는 희망이 있다"며 "우리를 가로막는 벽이나 장애물을 젊은이들의 사랑과 패기, 시민들과의 연대와 협업으로 뚫고 지나가는 긍정 에너지를 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니스의 상인들'은 역대 창극단 작품 중 가장 많은 62개 곡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62곡 모두 전통 소리를 우리 장단과 음계를 이용해 만든 작창곡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보통 창극에서 작창곡은 전체의 60∼70% 정도를 차지하는데 이번에는 100%를 채웠다. 창 창작에는 소리꾼 한승석과 작년 국립창극단의 '작창가 발굴 프로젝트'에 참여한 예비 작창가 2명이 보조로 참여했다.

작곡을 담당한 원일은 "작창에 혼신의 힘을 기울인 작품으로 내가 직접 작곡한 곡은 단 한 곡도 없다"면서 "이는 이탈리아 배경의 셰익스피어 작품을 판소리의 원형적인 힘으로 전부 끌고 간다는 의미"라고 얘기했다.

이어 "내 역할은 이 작창곡들을 어떤 프레임을 씌워 관객에게 전달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었다"면서 "록, 팝, 헤비메탈 등 다양한 장르를 캐릭터에 맞게 녹였고 창극에서는 이례적으로 전자음악적 요소도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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