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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병훈 에이피알 대표 “금수저 아냐…남들 쉴 때 더 달렸다”

[인터뷰] 김병훈 에이피알 대표 “금수저 아냐…남들 쉴 때 더 달렸다”

기사승인 2023. 05.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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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열정 무기로 13년간 사업 매진
유튜브·책 보며 시장트렌드 파악해
화장품 '메디큐브'·디바이스 '에이지알'
가성비 만족한 고객들 재구매율 높아
빠르면 연말 '상장' 인지도 업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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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 아버지가 실직하셨습니다. 언제나 최선을 다하시고, 가족들에게도 늘 당당하신 분이었습니다. 어려서 잘 모르겠지만 능력보다 정치에 밀린 것 같다는 친척들 말씀을 들었어요. 그때 눈앞이 번쩍거렸죠. '그래, 내 능력이 우선되는 조직을 만들어보자.' 그날 에이피알이 시작됐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8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36층 에이피알 본사에서 만난 김병훈 대표는 질문에 막힘없이 답하고 대화를 리드하는 능력도 뛰어난 스타일이었다. 자칫하면 자랑만 듣다가 인터뷰가 끝날 것 같았다. 그래서 물었다. "일찍부터 사업하셨던데, 금수저시죠?"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금수저 NO, 남들 쉴 때 일해 회사 키워
김 대표는 "회사를 차릴 때 부모님의 도움은 전혀 받을 수 없었던 상황"이라며 "24살 때 처음 현장에 나와 일만 했으며, 36살인 이제야 휴가라는 걸 처음 즐기게 됐다"고 고백했다.

그는 조직을 키울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로 '젊음'을 꼽았다. 일례로 김 대표는 '황금연휴'를 좋아했다고 한다. 쉴 수 있어서가 아니었다. 남들이 쉴 때 일을 하면 경쟁자들보다 더 앞서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보다도 더 젊고 의욕이 넘쳤기에 가능했다. 당시를 떠올리던 김 대표는 "일에 있어서는 시간을 갈아 넣을 정도로 열정을 쏟아 왔던 것이 저의 무기였다"고 말했다.

그가 열심히 달려왔다는 것은 에이피알의 실적 성장세와 브랜드 개수만 봐도 어림짐작할 수 있다. 김 대표는 2014년 에이피알을 창업한 뒤 '메디큐브'(뷰티 디바이스), '에이프릴스킨'(화장품), '널디'(패션), '포맨트'(라이프스타일 뷰티), '글램디'(건강기능식품) 등 총 6개의 소비재 브랜드를 론칭했다.

소속 브랜드는 모두 '건강', '아름다움'과 밀접하다. 그는 "뷰티업계에 종사하면서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할 수 있었다"며 "사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변화의 흐름'에 올라타는 것으로,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 책과 유튜브를 많이 참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에이피알 제품의 재구매율은 높은 편에 속한다. 짧은 시간에 뷰티 시장에 성공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덕분에 실적도 고공행진 중이다. 에이피알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역대 최고치인 232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률은 19%로 역대 최고였던 직전 분기(9%) 대비 두 배 이상 높다.

◇지금도 열공 중…다양한 브랜드 시너지 극대화
에이피알 제품들의 강점은 가성비다. 대표적으로 회사의 간판 브랜드인 '메디큐브'는 20만~30만원대의 미용기기 '에이지알'을 앞세워 홈 뷰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경쟁사들과 비교했을 때 가격은 5분의 1에서 10분의 1수준으로 저렴하다. 당연히 '저렴하기에 성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김 대표는 "규모의 경제로 원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을 승부수로 생각했다"며 "개발한 제품에 확실한 믿음을 가지니 남들이 3000개 제작 발주를 할 때 우리는 10만개를 발주하는 승부수를 띄울 수 있었고,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강조했다.

에이피알은 창업 이후 매년 실적이 수직 상승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엔 역대 최고 수준을 갈아치웠다. 하지만 김 대표는 최고 실적이라는 표현에는 선을 그었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꾸준히 성장하는 이유에는 '공부'라고 답했다.

그는 "당연히 처음 시작했을 때는 숙련도도 떨어지고 의혹만 앞서서 결과물이 충분치 못했다"며 "하지만 계속된 공부(고객 피드백, 시장조사)는 시간이 지나면서 확실하게 데이터베이스화 됐고, 결국엔 우리가 앞서나갈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닮고 싶은 기업으로 '애플'과 '하이브'를 꼽았다. 그는 "이 두 기업의 공통점은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 간다는 것"이라면서 "사업 성장 전략을 짤 때 많이 참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이피알의 또 다른 강점은 다양한 브랜드다. 다만 브랜드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신경 쓸 일도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조직 안팎에서는 여러 브랜드를 한꺼번에 운영한다는 것이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러한 시각에 그는 "브랜드 간 원활한 소통을 통해 사업적 시너지는 오히려 극대화되고 있다"며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다른 브랜드들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점이야말로 우리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실제 뷰티 브랜드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패션에 적용하는 등 브랜드들 간 연계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다만 더 이상 브랜드를 늘리진 않고, 현재 운영 중인 브랜드의 성장에 더욱 힘을 쏟겠다는 방침이다.

에이피알 김병훈 대표 인터뷰
김병훈 에이피알 대표가 지난 18일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 송의주 기자
◇상장으로 글로벌 넘버원 '뷰티 회사' 될 것
에이피알의 해외 매출 비율은 37.1%에 달한다. 이에 대한 비결을 묻는 질문에는 "K-팝 및 엔터테인먼트 사업 외에도 넷플릭스를 통한 영화, 드라마들이 해외에서 잘 되면서 그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해외 매출 가운데 비중이 가장 큰 축은 미국, 중국, 일본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인정받을 경우 유럽, 인도 등에서도 활약이 가능한 만큼 가장 공을 들이는 시장은 '미국'이라고 한다.

에이피알의 주요 판매 제품은 소비재인 만큼 경제상황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일각에선 올해 어려운 세계 경기로 소비재 사업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는다.

이에 김 대표는 "경제 상황이 안 좋아졌다고 해서 밥을 안 먹을 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가 제품을 필수재로 자리 잡게 한다면 경제 상황과 관계없이 꾸준히 팔릴 것"이라며 "고객들이 정말 필요해서 쓸 수밖에 없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에이피알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기업의 명운이 걸린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엔 기업 가치 7000억원을 인정받아 상장 전 투자 유치(프리 IPO)에도 성공했다.

김 대표는 "상장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는 '성장'이다. 상장을 하면 인지도가 더 높아질 것이고, 그러다 보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글로벌 기업이 돼서 전 세계에 '한국에서 이런 제품을 만들 수 있구나'라는 사례를 보여줘 후배 기업들이 갈 수 있는 길을 닦길 원한다고 한다.

한편 그는 인터뷰 내내 필기를 했다. 일을 잘 하는 비결 중 하나로 복기(復棋)를 꼽았다. 이렇게 습관을 잡으면 놓치는 일은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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