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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연의 오페라산책]25주년 맞은 신국립극장 도쿄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손수연의 오페라산책]25주년 맞은 신국립극장 도쿄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기사승인 2023. 07. 12.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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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유키 후지노 NNTT 전무이사 "더욱 즐거운, 창의적, 세계적 극장으로"
일본 도쿄 신주쿠 서쪽 근처에 위치한 신국립극장 도쿄(New National Theatre, Tokyo, 이하 NNTT)는 현대 공연 예술을 위한 일본 최초의 국립극장이다. 1997년 세계적 수준의 최첨단 극장으로 문을 연 이래로 총 750편이 넘는 작품을 공연했다. NNTT의 공연 시즌은 매년 10월부터 7월까지며 오페라, 발레, 연극을 합쳐 한 시즌에 약 300회의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이 극장은 2022년 개관 25주년을 맞이했다. 따라서 '2022~23' 시즌은 개관 25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작품들로 1년간 공연됐다. 이와 더불어 지난해에는 전무이사가 새로 취임하는 등 경영진의 교체가 있었다. 타다유키 후지노 NNTT 전무이사를 도쿄에서 만나 25주년을 맞은 NNTT의 소회와 포부, 새로운 계획 등을 들어봤다.


타다유키 후지노 전무이사 신국립극장 도쿄 제공
타다유키 후지노 신국립극장 도쿄 전무이사./제공=신국립극장 도쿄
◇NNTT는 일본 공연예술계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 극장인가.

오페라, 발레, 무용, 연극 등 현대 공연예술을 위한 일본 유일의 국립극장으로 1997년에 개관했다. NNTT의 탄생으로 서양 오페라하우스와 같이 연중 오페라나 발레를 기획, 제작, 상연하는 국립극장이 처음으로 등장하게 됐다. 또한 오페라 가수, 발레 무용수, 배우를 양성하는 연수원도 보유하고 있어 인재 양성 측면에서도 일본 공연예술계의 중요한 거점이 되고 있다. 개관 25주년을 맞아 세 가지 문구를 표어로 정했다. '더욱 즐거운 극장으로(Ever More Enjoyable)', '더욱 창의적 극장으로(Ever More Creative)', '더욱 세계적 극장으로(Ever More Global)'가 그것이다. 이것이 NNTT의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다.

◇NNTT 전무이사로 취임한 지 1주년을 맞은 소감은.

NNTT에는 오페라, 무용, 연극 3개 부문이 있다. 이 세 분야는 장르가 다른 만큼 예술가들의 개성이 다르고 부서 특징도 다르다. 심지어 관객층도 다르다. 그 특징을 알려고 노력하면서 NNTT 25년 노하우도 파악했다. 동시에 코로나19로 인한 문제들도 해결해야 했다. 이곳 사람들은 다들 열정적이고 파이팅 정신이 넘친다. 앞으로 더욱 성장하겠구나 하는 확신이 있다.

◇NNTT는 지난해 25주년을 맞이했다. 1년간 25주년 기념 프로덕션들을 선보였다. 그동안 어떤 작품들이 공연됐나.

오페라에서는 '줄리오 체사레', '보리스 고두노프', '리골레토'를 신규 제작했다. '보리스 고두노프'는 오페라 부문 예술감독인 카즈시 오노 감독이 지휘를 맡아 심혈을 기울였다. 발레에서는 '지젤', 연극에서는 영국 극작가 톰 스토파드 경의 최신작 '레오폴드슈타트(Leopoldstadt)'의 일본 초연이 오가와 예술감독 연출로 이뤄진 것이 특히 주목할 만하다. 이중에서 오페라 '보리스 고두노프'는 9월까지 온라인으로 스트리밍 되고 있다. 무료이니 한국에서도 많이 관람하면 좋겠다.

◇'세계무대에 내놓을 일본오페라'를 목표로 수준 높은 일본오페라를 시리즈로 창작해서 공연하고 있다. 일본오페라가 세계무대에서 보편적으로 공연된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

카즈시 오노 예술감독은 일본에서 오페라를 새롭게 창작하거나 제작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일본에서 만든 작품이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런 것들이 활발해진다면, 우리 극장 인지도가 올라가는 것뿐만 아니라 일본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고급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2019년 2월 '시온이야기(Asters)', 2020년 11월 '아마겟돈의 꿈(A Dream of Armageddon)'이라는 일본오페라 두 편을 초연했다. 코로나19로 인해서 그동안 중단했었는데 가능한 한 빨리 재개하려 한다.

◇일본은 아시아에서 서양음악을 가장 빨리 발전시킨 나라 중 하나다. 그래서인지 고정적인 팬 층이 단단하다. 관객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신국립극장 도쿄만의 전략이 있다면.

일본의 오페라 팬들은 상당히 취향이 다양하고 여러 계층에 속해 있다. 그래서 우리 극장의 시즌 라인업을 균형 있고 다채로운 레퍼토리로 구성하려고 노력한다. 신규 프로덕션, 대중적인 작품, 잘 공연되지 않는 희소작 등을 골고루 공연하고 신규나 희소한 프로덕션의 경우, 토크 이벤트나 관련 전시 등 작품 이해를 돕는 부대행사들도 많이 진행한다.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 등장으로 클래식 공연장에 젊은이들이 오지 않는다는 우려가 있다.

젊은 세대가 실제로 극장에 오게 하기 위해서는 첫 번째 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때문에 NNTT에서는 매년 고등학생을 위한 오페라 감상교실을 도쿄와 교토에서 개최하고 있다. 매년 대략 1만2000명의 고등학생들이 NNTT의 오페라를 보러 오고 있다. 또 NNTT 합창단이 매년 일본 각지의 학교를 방문해 오페라 콘서트를 한다. 극장에 오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가 직접 찾아가는 아웃리치(Outreach) 활동도 매우 중요하다. 젊은 오페라 팬을 좀 더 늘리기 위해 39세 이하, 25세 이하 관객에게 티켓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제공하는 제도도 있다.

데이터를 보면 오페라 공연에 실제로 오는 이들은 대략 50~60대가 가장 많다. 그런 통계는 25년 전부터 계속 지속적으로 유지돼 오고 있다. 25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주요 관객층은 여전히 50~60대로 고정돼 있다는 얘기다. 그것은 아마 젊은 시절에 오페라나 예술에 대한 경험을 한 세대가 시간이나 경제적 여유가 생기고 난 뒤 극장을 찾고 있는 것으로 예측된다. 때문에 당장 젊은 계층이 극장에 적극적으로 오긴 어렵지만 이들이 예술에 종종 노출되고 감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면 훗날 다시 극장에 방문하게 되는 순환구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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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국립극장 도쿄의 오페라 '라 보엠' 중 한 장면. ⓒ Masahiko Terashi 제공=신국립극장 도쿄
◇새로운 시즌 프로덕션이 궁금하다.

2023~24년 시즌 오페라 부문은 9개의 작품을 상연한다. 시즌 첫 작품은 신작으로 푸치니의 '수녀 안젤리카'와 라벨의 '어린이와 마법'을 더블빌(double bill)로 공연할 예정이다. 어머니의 사랑을 주제로 한데 묶은 독특한 조합이 될 것 같다. 11월에는 두 번째 신작으로 베르디의 '시몬 보카네그라'를 카즈시 오노 예술감독의 지휘, 엑상프로방스 음악제의 총감독인 피에르 오데 연출로 공연한다. 세계가 주목하는 오페라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 공연예술단체와 협력할 계획이 있는지.

공연은 적어도 3년 이상 전부터 준비가 진행되기 때문에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일정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우선은 할 수 있는 것부터 협력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오페라라면 다양한 인적 교류라든가, 양국 작품의 온라인 상영회도 고려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마침 2년 후인 2025년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이 되는 해다. 앞으로 여러 교류라든가 협력이 진행되길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 또한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 국제 공동 문화예술정책이 나온다든지, 유럽처럼 이웃 국가들 사이에서 프로덕션을 공유하거나 가수 등의 아티스트가 부담 없이 오가며 출연할 수 있는 관계가 형성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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