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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사법 개정안 놓고 종교·민족주의-세속·다원주의 세력 양분

이스라엘, 사법 개정안 놓고 종교·민족주의-세속·다원주의 세력 양분

기사승인 2023. 07. 24.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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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정부, 대법원의 행정부 결정 무효권한 폐지 개정안 처리 방침
정부 "선출직에 자유 재량권, 민주주의 강화"
야권 "정부 견제 장치 제거, 민주주의 훼손"
NYT "이스라엘 국가 본질에 관한 실존 싸움"
MIDEAST-JERUSALEM-MARCH AGAINST JUDICIAL OVERHAUL
이스라엘 정부의 '사법 정비'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2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행진하면서 예루살렘 외곽의 고속도로를 걷고 있다./신화·연합뉴스
대법원이 장관 임명 등 행정부의 결정을 '합리성' 기준에 따라 무효로 할 수 있는 권한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사법 정비' 법안의 크네세트(의회) 투표를 앞두고 이스라엘 사회가 양분됐다.

베냐민 네타냐후(73) 총리의 연립 정부는 24일(현지시간) 의회에서 '사법 정비'를 위한 첫 번째 법안인 사법부에 관한 기본법 개정안을 표결 처리할 계획이다.

이 개정안은 대법원이 '합리성'이라는 논쟁의 여지가 있는 법적 기준을 사용해 정부 결정을 막는 것을 금지해 장관들이 사법부의 감독 없이 행동할 수 있는 더 큰 재량을 제공한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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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정부의 '사법 정비' 법안을 지지하는 우파 시위대가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앞서 연립 정부는 지난 10일 의회에서 '1차 독회(讀會)'라고 불리는 첫번째 절차에서 이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24일 2~3차 독회를 통해 이를 최종적으로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개정안에는 연립 정부가 판사 임명을 더 많이 통제하고, 정부 부처에서 독립적인 법률 고문직을 폐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연립 정부는 개정안이 선출직 의원들이 유권자가 선택한 법을 더 자유롭게 제정할 수 있도록 해 민주주의를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한다고 NYT는 전했다.

CNN방송은 네타냐후 총리와 그의 연정 파트너는 이번 조치를 개혁이라고 부르며 법원·의원·정부 간 권력 균형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말한다고 보도했다.

반면 반대 측은 이 법안이 정부 활동에 대한 주요 견제 장치를 제거해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보수적이고 민족주의적인 집권 연립 정부가 더 권위적이고, 덜 다원주의적인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개정안 반대 시민들은 22일 전국적으로 29주 연속 대규모 주말 시위를 벌였다. 예루살렘의 수만명 시위대 일부는 며칠 동안 걸어서 예루살렘에 도착했다.

이스라엘 공군의 중추 역할을 하는 예비군 1만여명이 전역하겠다고 위협하면서 군사 준비 태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명의 전직 육군 참모총장·정보기관 수장·경찰청장은 22일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 안보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특히 변호사 협회는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24일 이 개정안이 의회를 통과할 경우 대법원에 취소 청원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CNN은 전했다.

ISRAEL-POLITICS/JUDICIARY-PROTESTS-JERUSALEM
이스라엘 정부의 '사법 정비'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크네세트(의회) 인근에서 텐트를 치고 24일 의회의 법안 통과 반대 시위를 준비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NYT는 연립 정부의 계획이 통제 및 미래 형성 주체가 누구인지라는 이스라엘 국가의 본질에 관한 더 광범위한 감정적이면서 심지어 실존적 싸움의 대용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논쟁은 세속적이고 다원적인 국가를 추구하는 사람들과 종교적이고 민족주의적인 비전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 유대인과 민주주의 국가라는 두가지 개념에 대한 이견이 존재하는 가운데 이스라엘의 자아상을 유지하는 방법에 관한 사회의 고통스러운 분열을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이 분열은 무기 판매·이란 핵 프로그램·영토 주장·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장기적인 평화 구축 노력 등 통상적으로 의견 충돌을 유발하는 외교정책이나 국가안보 문제와 전혀 관련이 없고, 중동 민주주의의 역사적 보루인 이스라엘의 권력 균형과 자유의 미래라는 지극히 이스라엘 내부 문제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등 외국 정부가 깊이 관여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23일 새벽 텔아비브 인근 셰바 병원에서 심박조율기 삽입술을 받았다. 병원 의사들은 이날 수술이 순조롭게 진행됐다면서도 그가 이날 저녁까지 병원에 머물 것이라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입원 중 발표한 영상 메시지를 통해 "여러분이 보듯 내 상태는 아주 좋다. 우리는 (사법 정비) 입법을 마무리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며, 합의를 위한 노력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일(24일) 아침 의회에서 동료들에 합류할 것"이라며 개정안 투표 참여 의지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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