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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이건희 회장의 ‘명언’ 혹은 ‘실언’

[데스크칼럼]이건희 회장의 ‘명언’ 혹은 ‘실언’

기사승인 2023. 08.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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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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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정치는 4류, 관료와 행정조직은 3류, 기업은 2류다."

1995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중국 베이징 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작심하고 한 발언의 일부다. 정치권을 비하하고 정부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이 발언은 당시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1992년 대통령 선거에 도전했던 정주영 회장과 현대그룹이 청와대와 정치권에 찍혀 어떤 시련을 겪었었던가...이 회장 역시 한동안 바싹 엎드려 지냈어야만 했다.

이후 30여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대한민국은 선진국이 됐고, 국민소득 역시 1만2000달러에서 3만7300달러(2022년 추정치)로 3배 이상 상승했다. K팝과 K드라마, K무비 등의 활약에 힘입어 수많은 외국인들이 분단국이 아닌, 문화강국으로서의 '코리아'를 받아들일 정도다.

세 번의 강산이 변한 시간...정치·관료와 행정조직·기업의 현주소는 어떠할까. 안타깝게도 당시 이 회장의 발언은 아직까지도 온전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바뀐 게 없기 때문이다.

일부를 제외하곤 기업들은 아직 1류에 도달하지 못했다. 다만 계속 발전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1997년 IMF외환위기와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등은 우리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체득케 했다.

반면 관료와 행정조직은 기업들 만큼 성장하기 못했다. 기업들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올려놓으려 한다는 인상을 받을 때가 더 많다.

정치인들은...여전히 자신만의 가두리 안에서 표류하고만 있다.

이달 초 개최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는 이들의 민낯을 여지없이 보여준 행사였다.

엄청난 시행착오로 쓰러져가던 잼버리는 기업의 희생에 간신히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은 물론 롯데, CJ, 신세계, 쿠팡, GS, SPC 등과 같은 유통기업들은 행사를 위해 아낌없는 희생에 나섰다. 그 어디에서도 공개하지 않았던 첨단 기술을 동원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착오와 오판으로 시작된 행사를 끝까지 몰고 갔다. 불분명한 자금 집행, 붕 떠버린 행사 주체...이들의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만 한다.

하지만 이들보다 더 심각한 집단은 위정자들이였다. 아이들이 쓰러져가는데, 국격은 녹아내리는데 여야는 서로의 탓만 하고 있다. 이들에겐 책임도 묻지 않는다. 앞으로도 정치권의 허무하고 어이없는 행태는 반복될 것이다.

공자는 말했다. "정(政)이란 정(正)이다. 당신이 바르게 다스리면 백성들은 누가 감히 부정을 저지르랴"냐고...

정치가 바로서야 기업도 1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2023년 대한민국의 정치는 기업들까지 오염 들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정치가 잘못될 경우 국민들까지 파멸로 몰게 된다.

위정자들의 책임 없는 행동이 30년전 기업인의 발언을 명언으로 만드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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