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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스마트폰 등장에 SK하이닉스 ‘화들짝’…美-中고래싸움에 노심초사 韓기업

화웨이 스마트폰 등장에 SK하이닉스 ‘화들짝’…美-中고래싸움에 노심초사 韓기업

기사승인 2023. 09. 10.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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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A-HUAWEI TECH/ <YONHAP NO-2962> (REUTERS)
화웨이 로고가 있는 중국 베이징의 한 쇼핑몰에서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연합뉴스·로이터
중국 화웨이가 고성능칩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등 기술 패권을 둘러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화웨이는 보란듯이 추가적으로 신규 모델을 선보였으며, 중국 정부는 '아이폰 금지령'을 내렸다. 미국은 대중국 기술 제재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은 또 다시 격랑 속 노심초사(勞心焦思·몹시 마음을 쓰며 애를 태움) 상황에 놓였다.

10일 로이터통신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29일 공개된 화웨이의 신규 5G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에 대해 공식적인 조사를 착수했다. 메이트 60 프로에 탑재된 7나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기린 9000S'이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 제한을 우회했는지 여부를 알아보기 위함이다.

미국은 지난 2019년 미국 기업이 화웨이에 소프트웨어와 장비를 판매하는 것을 금지했고, 미국산 기술을 사용하는 국제 칩 제조업체가 화웨이와 협력하는 것을 제한했다. 2020년 5월에는 미국 외 기업들도 미국의 기술과 부품을 이용해 만들었다면 화웨이로 수출하기에 앞서 미 상무부에서 승인을 받도록 했다. 도입의 배경에는 사이버 공격 가능성이나 중국 정부의 스파이 활동 등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라는 이유에서다.

미국 상무부 조사 착수에 앞서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반도체 컨설팅업체 테크인사이츠에 메이트 60 프로에 대한 해체와 분석을 의뢰했다. 그 결과 SK하이닉스의 스마트폰용 디램 'LPDDR5'과 낸드플래시 메모리가 포함됐다고 보도되면서 SK하이닉스는 즉각 입장을 내놨다.

SK하이닉스는 화웨이의 신제품에 자사 메모리 칩이 쓰였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에 신고했으며, 경위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 조치가 도입된 이후 화웨이와 더는 거래하지 않고 있다"며 "미국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를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식 거래를 통한 유통은 아니더라도 다른 경로를 거쳐 한국산 메모리 반도체가 화웨이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게 드러났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양산한 제품이 반도체 중개 업체를 거쳐 중국 화웨이에까지 전해진 것으로 추정한다. 이들 제품이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공장에서 생산된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미국이 수출 규제에 대한 추가 제재에 나서는 것 아니냔 우려가 나온다. 추가 제재가 아니더라도 미국의 제재망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 사업 비중이 높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더 큰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지난 8일 SK하이닉스 주가는 4% 넘게 떨어지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중국은 매출 비중이 여전히 높은 주요 시장으로 꼽힌다. 올해 상반기 기준 중국 지역 매출 비중은 30.9%로, 미국(50.4%) 다음으로 크다. 실제로 아시아(한국·중국 제외) 13.4%, 유럽 3.3%, 한국 2.1% 등과 비교하면 중국의 비중은 상당히 큰 편이다.

또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내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의 약 40%를 중국 시안에서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SK하이닉스는 D램의 20%, 낸드플래시의 40% 가량을 중국 우시와 다렌에서 각각 만드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중국에 소재한 한국 반도체 공장에 대한 미국 정부의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유예 조치 연장에 영향을 주진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중국을 대상으로 하는 반도체 장비 수출제한 조치를 발표하면서 한국 기업에 1년간 유예 조치를 시행했고, 다음달 11일 기간이 종료된다. 그동안 정부는 미국 측과 유예 조치 연장에 대해 협의해왔고, 유예 연장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낙관하는 분위기였다.

화웨이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미국과 중국간의 갈등은 격화되고 있다. 화웨이는 메이트 60 프로 출시 이후 보란듯이 '메이트 60 프로+'와 폴더블폰 '메이트 X5' 등 스마트폰 2종을 추가 공개했다. IT매체 엔가젯은 두 제품에도 화웨이에서 자체 제작한 '기린 9000S'가 탑재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중국 정부는 자국 공무원과 국영기업, 공공기관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아이폰 금지령'을 내렸다. 미국은 의회를 중심으로 "대중 기술 규제가 무력화됐다"며 제제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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