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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데 잔금 일정 빠듯…외면받는 후분양 아파트

비싼데 잔금 일정 빠듯…외면받는 후분양 아파트

기사승인 2023. 10. 16.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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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 등서 미계약 물량 쏟아져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호반써밋 개봉 등 물량 소진 시도
후분양 특성 상 고분양가 책정 불가피…차익 기대 어려워
전문가 "주담대 인상 움직임…계약 포기자 증가할 것"
서울 내 주요 후분양 단지 사업 현황
청약 광풍이 불고 있는 서울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최근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올해 동작·구로·강동구 등지서 후분양 방식으로 공급된 단지들에서 미계약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 단지의 분양가가 인근 시세보다 비싸 청약 당첨자 입장에선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 힘들게 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잔금 납부 기한이 짧아 자금 조달 여건이 나쁘다는 점도 원인이다.

후분양은 시공사가 자체 자금을 들여 전체 공정의 60~80% 이상 진행된 시점에 분양하는 방식을 말한다. 모델하우스(견본주택)만 살펴보고 분양 계약 여부를 결정하는 선분양과는 대비된다.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건설사의 금융비용이 고분양가로 이어지고 입주까지의 기간이 짧아 수분양자(분양 계약자)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게 후분양의 단점으로 꼽힌다.

16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후분양 단지인 서울 동작구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 아파트는 이달 말까지 견본주택에서 선착순 동호수 지정 계약을 받을 예정이다. 통상 미계약 물량이 적을 경우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을 통해 무순위 청약을 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수의 물량이 남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이 단지는 지난달 초 1순위 청약에서 401가구 모집에 5626명이 몰려 14.03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완판'(100% 분양 계약)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고분양가가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 단지의 분양가는 전용면적 84㎡형 최고 기준 13억9393만원으로 책정됐다. 지역 내 대장주 'e편한세상 상도 노빌리티'의 같은 평형 매매가(14억6500만원)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는 금액이다.

다음달 중도금 30%, 내년 3월 입주 시 잔금 60% 납부 등 짧은 시간 안에 목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도 당첨자들의 계약 포기를 부추긴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역세권 여부, 단지의 경사도를 따져보면 가격 메리트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다른 후분양 단지인 구로구 '호반써밋 개봉'(내년 12월 입주)은 이날 72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에 나선다. 당초 190가구가 후분양 방식으로 일반에 공급됐지만 계약률이 62%에 불과했다. 1순위 청약에서 110가구 모집에 2276개의 통장이 몰려 25.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저조한 계약 실적이다.

전용 84㎡형 분양가(최고 9억9860만원)가 인근 브랜드 대단지 '개봉 푸르지오'의 같은 평형(8억4000만원)보다 비싸게 책정되면서 수요자들 사이에 시세 차익 기대가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강동구 '강동 중앙 하이츠시티'(내년 4월 입주) 역시 9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지난 7월 36가구를 분양했지만 본계약 시 15가구, 1차 무순위 청약 시 2가구 소진에 그친 것이다.

강동 중앙 하이츠시티가 100가구 미만 소규모 아파트라는 점과 전용 49㎡형 최고 분양가(8억6330만원)가 인근 '올림픽파크 포레온'의 같은 평형(8억8100만원)과 비슷하게 책정됐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선주 경기대 부동산자산관리학과 교수는 "주변 시세보다 싼값에 새 아파트를 잡는 게 분양의 최대 목적인데, 후분양 단지의 경우 대체로 분양가가 비싸 시세 차익을 얻기 어렵다"며 "주택담보대출 금리마저 오르고 있어 후분양 단지의 계약 포기 사례는 계속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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