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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소주·맥줏값 인상에…속타는 추경호

[취재후일담] 소주·맥줏값 인상에…속타는 추경호

기사승인 2023. 11. 0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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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송의주 기자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주류와 외식 업계마저 잇따라 제품 가격을 올리면서 물가 당국의 수장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속이 타들어 가고 있습니다. 유가 상승으로 물가 상방 압력은 커지는데 업계는 정부의 물가 안정 요청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죠.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8%를 기록하며 석 달 연속 올랐습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등으로 글로벌 유가의 변동성이 커진 데다, 이상기온과 맞물려 농산물값이 불안한 흐름을 이어간 영향입니다.

특히 서민 생활과 밀접한 먹거리 물가 상승이 심상치 않습니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4.6% 상승하며 전체 물가상승률을 웃돌았습니다.

앞서 정부는 먹거리 물가 안정을 위해 관련 업계에 가격 인상 자제를 여러 차례 당부했습니다. 추 부총리도 지난달 17일 올해 처음으로 열린 민생물가안정 관계장관회의에서 "업계는 원가 절감, 생산성 향상 등으로 가격 인상 요인을 최대한 자체 흡수해 달라"고 요청했죠.

하지만 추 부총리의 '자발적 동참' 독려에도 업계의 반응은 냉랭합니다. 당장 적자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더는 물가 안정 노력에 동참하기가 쉽지 않은 탓입니다.

결국 오비맥주는 재룟값과 물류비 상승 등을 이유로 지난달 11일부터 주요 맥주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6.9% 인상했습니다. 하이트진로는 오는 9일부터 소주와 맥주의 출고가를 각각 7%, 6.8% 올리기로 했습니다. 외식업계에서도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맘스터치는 지난달 31일부터 버거 4종의 가격을 올렸고, 맥도날드도 이날부터 13개 메뉴 가격을 평균 3.7% 인상했습니다.

정부는 이에 대해 말을 아끼는 모습입니다. 자칫 기업의 자율적인 가격결정에 정부가 간섭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죠.

기재부 관계자는 "주류 업계의 경우 과거 인상요인이 있었지만 한차례 자제를 했다"면서 "이번에도 폭리를 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원가 상승에 따른 최소한의 인상 조치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원재료와 인건비 등 원가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더는 무작정 요구만 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물리적인 압박에 나설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일 돼지고기 가공업체 가격 담합 정황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였습니다. 지난달에도 수도권 지역 4개 주류도매업협회가 소주, 맥주 납품가를 내리지 않기로 담합한 의혹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주류업체 등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과거에도 정부는 주류 가격 인상 자제를 위해 세무조사 카드를 꺼내든 전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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