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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韓 기업들, 미국과 묶여야 10년후 中 앞선다

[기자의눈] 韓 기업들, 미국과 묶여야 10년후 中 앞선다

기사승인 2023. 11. 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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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놓고 '악당(bad folks)'이라고 말하는 나라가 있다. 중국이다. 미국이 기를 쓰고 중국의 첨단산업 굴기를 꺾으려고 하는 배경은 위기감이다. 그간 중국은 안으로는 갖은 방법으로 현지에 투자한 외국기업들의 기술과 시설을 편취해 왔고 밖으로는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첨단기업들을 하나씩 사들이며 야금야금 경쟁력을 쌓아 왔다. 미국이 이미 10년전부터 'G2'라고 추켜세웠어도 여전히 중국은 '개발도상국' 지위에서 지원을 받고 혜택만 누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게 쌓은 힘을 바탕으로 중국은 공산당의 이름으로 자국 산업을 키우는 데 무한정 재원을 대고 있다. 미국이 결국 칼을 뽑아 든 이유다.

미국이 전세계를 대상으로 가동했던 강력한 관세장벽 '무역확장법 232조' 대신, 동시다발적으로 발동한 이른 바 '반도체 지원법'과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는 중국을 정확히 타겟팅 한 게 맞다. 미국이 아니면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반도체 지원법'은 반도체 설계와 부품, 생산이라는 공급망 생태계 주축인 미국과 한국·대만·일본을 끈끈한 동맹으로 하는 게 핵심이다. 중국에 반도체 관련 산업의 기술을 뺏기지도 않고 육성도 못하게끔 복잡하게 이들 국가를 묶었다. 어찌보면 통제라고도 할 수 있겠다.

IRA 역시 전기차에 대한 중국 압박이 골자다. 미국에서 생산한 전기차에 미국 또는 우호국에서 캔 광물을 넣은 배터리를 써야만 보조금을 준다. 미국이 사실상 중국 첨단산업에 대한 봉쇄령을 내린 것이다. 중국이 특별한 공지도 없이 한국산 차량 등에 보조금 차별을 준 것과 비교하면 그나마 양반이다.

당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내 반도체 설비는 확대가 어려워졌고, 현지로 첨단부품 수출길도 막혔다. 자동차회사와 배터리 회사는 미국이 제시한 공급망을 갖추기 위해 현지 대규모 투자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 과정에서 훨씬 많은 비용이 요구 되고, 또 기존 설비가 도태 되는 걸 감수해야 한다.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미국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어거지를 쓰고 있고 우리 기업들이 당장 큰 손실을 입게 됐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정말 우리한텐 손실만 있는 그림일까. 지금 이 시점, 미국이 아니라면 우린 중국의 독주를 막을 수 있을까. 강도 높게 반도체 굴기를 외쳤고 미래차 육성에도 총력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다. 중국이 노리는 시장은, 하나같이 우리나라 최고 효자 산업이다.

이미 내수를 바탕으로 성장한 중국 전기차업체 BYD는 지난해 테슬라를 제치고 신에너지차량 판매 1위에 올랐고, 총이익률 역시 22%로, 18%의 테슬라를 앞섰다. 중국산 전기차가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가자 중국산 배터리 역시 날았다. 7일 SNE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의 CATL이 전세계 배터리 점유율 1위, BYD가 2위다. 50%를 넘어서는 압도적 비중이다. 견제할 수 있을까. 반도체산업 역시 제2의 디스플레이 LCD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시점이다.

심화하는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과, IRA가 답일 수 있다. 이미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첨단기업들이 속속 중국 현지 투자에서 손을 떼고 있고 미국과 동조율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8월 이후 현재까지 발표된 외국기업의 대미 투자 계획 중 1억달러(약 1340억원) 이상 규모의 프로젝트에서도 한국(20건)이 EU(19건)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유럽 전역의 투자 약속보다 한국이 더 많았던 셈이다.

중국의 국민기업 화웨이가 기를 쓰고 새 스마트폰에 첨단공정 반도체를 적용하려고 하지만, 정부 지원이 없다면 유지 될 수 없는 쇼잉에 불과하다는 게 전반의 평가다. 세계 1등 자동차회사 토요타가 중국이 아닌 한국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진출을 위해 배터리 장기 공급계약을 맺은 건, IRA 쾌거일 수도 있다. 한국과 일본이 손 잡고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콜라보는 앞으로 줄줄이 이어질 전망이다. 토요타는 자체 배터리 역량을 키우려 하지만, 양극재 역시 LG화학으로부터 공급 받는다. 이래저래 공급망이 엮일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미국과의 동맹에 대한 성과는 10년 후, 가까우면 5년 후면 가시화 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는 메모리 공급과잉이 바닥을 딛고 빠르게 회복 중이고, 생성형 AI가 불러 온 고성능 칩셋 시장이 이제 막 새롭게 개화 중이다. 내연기관차는 2030년이면 전기차와 바톤을 터치한다. 이래저래 중국이 까먹고 있는 골든타임에 우리 기업들이 계속되는 기회를 잡고 있다.

물론 그 흐름이 진행되는 동안 우리는 줄기차게 우리의 요구를 전달하고, 주축의 자리에 머물러야 한다. 미국도 동맹국과 윈윈해야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다는 걸 안다. 과거 프라자합의로 일본이 일방적으로 맞이한 잃어버린 30년과는 다를 거란 생각이 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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