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인천 야구는 죽었다” 경기장 앞 근조화환 50개… 20년 팬들이 등 돌렸다

“인천 야구는 죽었다” 경기장 앞 근조화환 50개… 20년 팬들이 등 돌렸다

기사승인 2023. 11. 29. 16:52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온라인 커뮤니티

프로야구 SSG 랜더스의 팬들이 인천 야구 '사망 선고'를 내렸다.

29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인천 SSG랜더스필드 홈구장 앞에 늘어선 50여 개의 근조화환 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사진 게시자는 "23년간 헌신한 프랜차이즈 스타도, 우승 감독도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예의도 뭣도 없이 내치고, 육성한다는 핑계만 대면서 코치진 관련으로 타팀에도 피해를 끼치는 구단에 항의하는 팬들의 근조화환 시위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단장이 자진 사퇴했다고 끝이 아니니 많은 관심 보여주면 좋겠다. 우리의 슬픔과 분노가 많은 사람에게 닿기를, 더 이상 소중한 것을 무력하게 잃지 않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언급된 대로 팬들에게는 지난 10월 김원형 감독이 계약 해지했을 때 붙었던 불씨가 23년 프랜차이즈 스타 김강민을 놓치면서 걷잡을 수 없어진 것으로 보인다. 김원형 감독은 2021시즌부터 SSG를 이끌어 지난 시즌 KBO리그 최초로 개막전부터 최종전까지 단 한 차례도 1위에서 내려오지 않으면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하는 성과를 냈다. 한국지리즈에서도 키움 히어로즈를 제압하면서 통합 우승을 일궈냈다. 이후 SSG는 김원형 감독과 3년 연장 계약을 했으나, 올 시즌 정규 3위에 그치고, 준플레이오프에서 NC 다이노스에 연패해 탈락하자 곧바로 경질했다.

팬들이 보낸 근조화환에는 '삼가 인천 야구의 명복을 빕니다', '굴러들어 온 2년이 먹칠한 23년', '세상에 없어야 할 야구단', '인천 야구는 몰락했다' 등 격렬 비난 문구가 줄을 지었다. '책임자 전원 사퇴하라', '김강민 영구결번, '쓱런트'(SSG 프런트) 영구 제명' 등 구단 책임자에 대한 엄정한 조치를 요구하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이하 연합뉴스

이날 경기장에는 구단 측에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 SK 유니폼을 입고 온 팬도 있었다고 전해졌다. 그를 비롯한 팬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베테랑 선수들이 앞으로 또다시 홀대받을 문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구단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강민은 2001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18순위로 SK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 입단해 23년간 한 구단에서만 뛰어온 프랜차이즈 스타다. 5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함께 했고,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 결정적인 활약으로 한국시리즈 MVP에 오르기도 했다. 다만 올해 성적은 저조한 편이었고, 나이를 고려해 구단이 은퇴와 현역 연장을 놓고 상의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SSG는 태평하게 손 놓고 있다가 결국 김강민을 놓쳤다. 지난 22일 열린 한국야구위원회(KBO) 2차 드래프트에서 한화가 4라운드 전체 22순위로 김강민을 지명한 것.

SSG는 2차 드래프트 보호 선수 35인 명단을 작성할 때까지 김강민과 은퇴 관련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김강민은 현역 의지가 더 강했기 때문이다. 결국 다른 구단에서 김강민을 선택한다는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SSG는 확실하게 합의를 보지 못한 김강민보다 어린 유망주 한 명을 더 보호하는 편을 선택했다. 결국 보호받지 못한 김강민은 한화의 지명을 받았고, 내년부터는 23년 만에 아예 새로운 구단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SSG 구단은 지난 25일 "최근 감독 및 코치 인선과 2차 드래프트 과정에서 생긴 논란에 대한 책임을 물어 김성용 단장을 R&D센터(구 육성팀) 센터장으로 보직 변경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성용 전 SSG 랜더스 단장은 결국 구단에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29일 전해졌다. 김강민의 이적을 비롯한 이번 오프 시즌 일어난 일련의 사태에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팬들은 단장의 사퇴에도 분이 풀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근조화환을 보내고 그 자리를 지키는 팬들을 보면서 대부분 네티즌은 "타 팬인데도 팬들 마음 이해되고 안타깝다", "요즘 밤마다 울어서 두통이 생겼다", "오래된 스포츠 팬 입장에서 정말 마음이 안 좋더라", "타팀이어도 마음 찢어진다", "이젠 분노할 힘도 없다고 떠난 팬들 많은 게 느껴져서 너무 슬프다", "근데 이렇게 해도 23년 원클럽맨(김강민)이 돌아올 수 없다는 게 너무 슬프다" 등 안타까움을 공유하고 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