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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공정함인가, 기업 죽이기인가...상속세의 ‘명’과 ‘암’

[데스크칼럼]공정함인가, 기업 죽이기인가...상속세의 ‘명’과 ‘암’

기사승인 2023. 12.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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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세율...상속세 3번 내면 경영권 넘어가
상속세, 투자와 고용을 막고 있는 것도 현실
최성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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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록 생활과학부 부장
아시아 4마리 용(龍) 중 하나였다. 10대 경제 대국을 넘어, 7대 경제 대국까지도 꿈꿨다. 하지만 이제는 국가 소멸을 걱정해야 한다. 나라 경제의 대들보였던 기업들도 성장동력을 잃고 있다. 가능성을 보고 들어온 외국인들마저 등을 돌린다. 바로 2023년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현실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앤드컴퍼니(맥킨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외국인들이 한국에 투자할 만한 매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 중 하나로는 상속세를 꼽았다. 대주주가 증여·상속 시 세금을 덜 내려고 주가를 눌러두기 때문이라는 이유와 함께 대안으로는 "정부도 상속세 부담 감소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일에는 '명'과 '암'이 존재한다. 상속세 역시 마찬가지다. 긍정적인 부분만큼 부정적인 부분도 따라온다. 부의 세습억제 및 기회균등의 제고...즉, 공정한 기회 균등의 원칙에 따라 모든 이들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닌, 똑같은 여건을 마련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중소기업들이다. 대기업은 회장의 '상속세'를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 절세를 도와줄 자산 전문가를 고용할 수도, 일부러 영업이익을 줄여 세금을 덜 내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이럴 여유조차 없는 대다수 기업들에게 과도한 상속세는 재앙과도 마찬가지다.

적잖은 기업들의 상속자들이 상속받은 주식 또는 부동산을 팔아서 납부할 수 있는 경우도 왕왕 생긴다. 대기업인 삼성전자와 넥슨의 사례를 보라. 상속세를 3번 내면 경영권이 넘어간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상속 부담을 이기지 못해 자신이 이룩한 기업을 남에게 넘기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세계 1위 콘돔 생산 기업 유니더스와 국내 1위 종자업체 농우바이오, 손톱깎이 점유율 글로벌 1위 기업인 쓰리쎄븐이 대표적이다. 국내 사무용 가구업계 1위인 한샘 역시 상속 과정에서 사모펀드에 경영권이 넘어갔다.

중소기업인들은 상속세가 필요 없다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세계 최고수준의 상속세율을 떨어뜨리는 일은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이미 미국(일부 주)·러시아·미국·스웨덴·스위스·싱가포르·이탈리아·캐나다·호주 등을 비롯한 세계의 수많은 국가들이 '상속세'를 폐지했다.

중기중앙회와 민간 경제 연구기관 파이터치연구원이 지난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기업 상속세율을 50% 인하했을 때 일자리 26만7000개가 생기고, 100% 인하하면 일자리 53만8000개가 생긴다는 결과도 나왔다. 상속세율을 인하하면 세금으로 나갈 돈이 기업의 투자로 연결돼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는 논리다. 이 같은 주장은 곧이곧대로 받아들인 순 없지만 과도한 상속세가 투자와 고용을 막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피터 드러커는 "기업은 사회에 유익한 존재임이 증명되었을 때에만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이 우리 사회에 유익한 존재로 거듭나는 일은 좋은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것뿐이다. 정치 역시 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게 전력을 다해야 한다. 과도한 '상속세' 역시 규제다. 경제를 살릴 수 있다면...걸림돌이 과도한 규제라면, 어떻게든 '칼'을 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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