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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산업전망] ‘비’ 내리는 화학·배터리업계, 소재는 ‘구름조금’

[2024 산업전망] ‘비’ 내리는 화학·배터리업계, 소재는 ‘구름조금’

기사승인 2024. 01. 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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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화·배터리사, 수요 감소로 실적 악영향
양극재 등 소재사, 장기계약으로 부진 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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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업종별 온도 차가 상이했던 이차전지 및 석유화학업계 기상도는 2024년도를 맞이해 대부분 '흐림'을 보일 전망이다. 전기차 배터리 소재를 제외한 석유화학, 배터리 등 주요 기업들은 수요 부진 현상을 겪으며 적극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중국 시장 침체로 고전을 면치 못한 석유화학업계는 올해도 주요 제품의 공급 과잉 여파가 이어질 예정이다. 전기차 성장세와 함께 정점을 찍었던 배터리업계 역시 전기차 수요 감소로 부진할 성적을 낼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양극재 등 배터리 주요 소재업계는 전방산업 부진으로 성장세가 기대치에 못 미치나, 안정적인 장기 계약이 보장돼 있어 상당한 타격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실적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나프타 가격 차)는 지난 한 해 내내 손익분기점인 300달러를 밑돌았다. 연초에만 해도 289달러까지 오르면서 업황 활성화 기대감이 생겼으나, 이후 꾸준히 하락세에 접어들어 지난해 12월 말 기준 200달러 미만으로 형성된 상태다.

문제는 이러한 분위기가 올해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국내 기업 주요 제품의 최대 수출처인 중국 시장은 1년이 넘도록 부동산 경기 악화 등으로 시장 재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중국 내 NCC 설비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공급 과잉 현상마저 발생했다. 2년 연속 어려움이 가중되다 보니 주요 기업들의 화학 사업 규모를 줄이는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올해 에틸렌 설비 증설이 감소함에도 불구하고, 수요 대비 누적된 공급 과잉으로 수익성 개선폭은 제한적"이라며 "관련 기업들의 재무구조 악화도 우려되고 있다"고 내다봤다.

장기 불황을 대비해 석유화학업계는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각각 이차전지 소재인 양극재와 동박을 중심으로 신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일찌감치 태양광 사업을 핵심으로 삼은 한화솔루션도 내년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관련 투자를 지속할 전망이다.

이들 모두 탄소 다배출 업종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수소, 암모니아 등 친환경 사업도 추진하고 있으나, 단기간 성과를 보기 어려운 사업 특성상 올해도 획기적인 성장을 보여주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펼쳐온 신사업을 꾸준히 실행해 나가고 있다. 다만 아직 결과물을 내놓기엔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수요 감소에 부담 ↑…배터리사, IRA 수혜에도 어려워
전기차 상승세를 타며 한때 승승장구하던 배터리사들도 소강상태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글로벌 환경 규제 완화, 소비자들의 낮은 전기차 구매 심리 등으로 전기차 수요 감소 추세가 두드러지면서다.

이에 따라 지난해 6월 당시, 2024년 새해 전기차 판매량을 1750만대로 예상한 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NEF(BNEF)는 최근 시장 성장 둔화 흐름을 고려해 1670만대로 수정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기존에 계획했던 공장 건설을 철회하거나, 생산 목표를 낮추고 있어 배터리 기업들도 덩달아 투자를 활성화할 수 없을 것이라 예측한다.

기존에 구축한 북미 생산기지로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에 따른 세액공제를 받는다는 점이 타 업계에 비해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이 역시 실적을 방어하기엔 큰 도움을 줄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배터리 판매량 자체가 줄다 보니 실질적으로 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도 감소할 전망"이라며 "지난해까지만 해도 워낙 활황을 띄던 산업이다 보니 조금만 실적이 떨어져도 부각될 수도 있다고 본다. 침착하게 올해를 대비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중장기적으로 전기차 시장이 다시 되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국내 배터리사들은 이르면 내년 하반기 중으로 중국 시장에 대항할 저가형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양산을 구체화하며 성장 전략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또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장에서도 입지를 확고히 하고자 LFP 배터리를 적용하는 기술 개발에도 전념할 예정이다.

◇소재는 '바인딩 계약'으로 선방 예상…신소재 개발도 지속
배터리 소재인 양극재, 음극재 등 주요 기업도 배터리사들과 동일하게 전기차 수요 감소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기차 시장 둔화로 양극재 핵심 원료인 리튬 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하면서 당분간 제품 가격에 악영향을 줄 전망이다.

다만 선구매 형식인 '바인딩 계약'이 축적돼 있어 다른 업종에 비해 비교적 견조한 실적을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양극재 기업 대부분이 바인딩 계약을 체결하는데, 이러한 계약들은 전방 수요와 무관하게 80~85% 수준의 양극재 물량을 납품할 수 있도록 한다. 즉 외부 요인과 관계없이 꾸준한 수요가 뒷받침되는 셈이다.

양극재업계 한 관계자는 "배터리사들에 비해 크게 걱정을 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매해 일정량의 소재를 공급해야 하는 계약들이 존재하다 보니 급격하게 상황이 안 좋아지진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기업이 중국 의존도가 높은 천연 흑연을 대체한 인조 흑연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도 긍정적인 요소다. 포스코퓨처엠 등 양극재 주요 기업은 올해 인조흑연의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에 따른 신규 수주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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