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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한동훈 갈등봉합이 ‘약속대련’이길 바라는 사람들

윤석열·한동훈 갈등봉합이 ‘약속대련’이길 바라는 사람들

기사승인 2024. 01. 24.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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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ㅇㅇ
석열 대통령이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현장을 점검한 뒤 떠나며 악수하고 있다./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설' 보도로 갈등을 빚은 후 이틀만에 해빙(解氷) 수순을 밟은 데 대해 야권에서 '약속대련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약속대련이란 말처럼 무술영화 배우들이 서로 합을 맞추듯 갈등과 화해를 연출한 것 아니냐는 겁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약속대련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했죠.

이들은 왜 약속대련이라는 낯선 표현을 꺼내든 걸까요?

야당 입장에선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의 갈등이 총선까지 지속돼 여권이 분열하는게 가장 좋은 일입니다. 보수 진영이 가장 싫어하는 분열의 양상이 연출되면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죠.

반대로 갈등이 해소됐다면 이건 '쇼'여야만 합니다. 야권에서 줄기차게 밀어온 '한동훈은 윤석열의 아바타'라는 프레임이 깨지기 때문입니다.

이날까지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모두 발언과 반응을 자제하고 있지만요. 추후 두 사람이 합의점을 찾고 여권의 문제를 해결한다면 '윤 대통령이 사퇴하라고 해도 사퇴하지 않는, 할말은 하는 한동훈'이 증명되기 때문이죠. 사퇴하라고 해도 사퇴하지 않는데 누가 한 위원장을 아바타라고 보겠어요.

총선의 구도도 바뀔 수 있습니다. 야당의 선거 전략 중 하나는 "한동훈은 윤석열의 아바타다, 이번 선거는 윤석열 정부를 심판해야 하기 때문에 한동훈이 이끄는 국민의힘에 표를 줘선 안 된다"는 논리의 정권 심판론입니다.

하지만 한 위원장이 아바타가 아니라면 '윤석열 vs 이재명'의 구도는 다소 흐릿해집니다. 대신 국민의힘을 이끄는 한 위원장이 대진표에 포함되겠죠. 여권에서 주장해 온 '한동훈 vs 이재명' 구도에 힘이 실린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 야당은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갈등과 해소 과정이 약속이고 거짓이어야 현재의 선거전략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죠.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갈등이 촉발된 계기나 그 과정에서 돌이켜볼 부분도 많습니다.

대통령실의 미숙한 정무적 감각에 따른 과잉대응, 당을 대하는 태도 등이 그렇습니다. 현명한 참모라면 윤 대통령이 불편한 마음을 갖고 있더라도 그걸 한 위원장에게 전달해선 안 될 일이죠. 오히려 대통령의 마음을 다독이고 물밑 조율을 더 철저하게 했어야 합니다. 한 위원장이 더이상 윤 대통령의 검찰 후배가 아니라 집권 여당의 대표라는 점도 마음에 새겨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 위원장도 분명 아쉬운 마음이 있을겁니다.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이 자신의 거친 발언에 대해 여러 번 사과하긴 했지만 마리 앙투와네트 비유, 윤재옥 원내대표를 포함한 대구·경북(TK) 의원들을 싸잡아 직격한 점은 비판의 여지가 충분하죠. 물론 김 비대위원은 윤 원내대표에게 직접 찾아가 사죄의 뜻을 전했다고 합니다. 국민의힘 당직자 출신 한 예비후보는 "외부에서 온 비대위원들은 '당을 반드시 살려야 한다'는 마음으로 강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이런 분위기를 잘 잡아야 하는데 한 위원장도 정치가 처음이니까 미숙했을 수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오로지 '윤심'에 맹종하며 갈등을 더욱 증폭시키려한 일부 '친윤' 의원들에게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한 초선 의원은 현역 의원들 단톡방에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는 취지의 기사를 공유하고 분위기를 형성하려다 실패했는데요. 전날 비대위를 비판하는 기자회견까지 열려 했다고 합니다.

두 사람의 갈등이 외부에 알려지자 갑자기 한 위원장에 대한 비방성 찌라시가 SNS에 돌기 시작한 점도 참 의미심장 합니다. 지난해 '나경원 연판장 시즌2'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죠. 이들은 총선이 코 앞인 상황에서 대안도 없이 한 위원장이 물러난다면 공멸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던걸까요?

눈내리는 영하의 날씨에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손을 맞잡으면서 이번 갈등은 일단락 됐지만, 생각해볼 부분이 여전히 많이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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