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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국 칼럼] 공천의 화룡점정은 비례후보다

[고성국 칼럼] 공천의 화룡점정은 비례후보다

기사승인 2024. 02. 1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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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국 주필
고성국 (아시아투데이 주필, 정치학 박사)
정당은 정권 획득을 목표로 결성된 조직이다. 공직후보자들을 추천하는 공천은 정당정치의 꽃이다. 공천의 목적은 승리다. 이기는 공천만이 의미가 있다.

이기는 공천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두 가지 대원칙이 있다. 국민 눈높이에 맞아야 하고 후보 경쟁력이 높아야 한다. 그러므로 모든 공천은 지역 맞춤형 공천이어야 한다. 아무나 해도 괜찮은 공천은 있을 수 없다. 253개 지역구를 공천한다면 253개의 공천 원칙이 필요한 것이다.

공천은 내전과 예술 사이를 건너는 위태로운 외줄타기와도 같다.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양상은 내전에 가깝다. 친명과 비명이 싸우다가 비명 일부가 뛰쳐나갔고, 다시 친명과 친문이 싸움을 하고 있다. 친명계는 비명계를 포용해 내분의 불씨를 안고 가느니 차라리 선거에서 지더라도 확실한 친명계만 남는 당으로 재편하려고 하는 듯하다. 이겨놓고 쫓겨나는 것보다는 지더라도 당을 계속 장악하겠다는 계산이다. 당 주류가 이런 계산이라면 공천 탈락할 비명계·친문계가 승복할 리가 있겠는가.

국민의힘은 오랜만에 단합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준석계가 나가 버려 분란의 씨앗이 제거된 때문이기도 하고, 여권의 중심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총선 승리에 대한 의지가 너무도 절박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서병수, 김태호 등 영남 중진들이 당의 지역구 조정을 흔쾌히 받아들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도권 험지로의 차출과 내부 조정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일부 지역구에서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나 석동현의 백의종군, 김성태의 선당후사에서 보듯 전체적으로 보면 국민의힘의 공천 과정은 예술에 가깝다.

모든 일이 그렇듯 공천도 마무리, 화룡점정의 순간이 중요하다. 그것이 바로 비례후보 공천이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설명이 필요 없는 후보들, '아' 하고 탄복할 정도의 스토리가 있는 후보들, 말 그대로 험지에서 온몸으로 헌신해 온 후보들로 구성된 비례후보군이야말로 공천 예술의 정점이 될 것이다.

비례후보 선정이 꼼수와 야합으로 이루어진다면 지역구 공천이 아무리 예술적으로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공천 전체가 빛을 잃을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의 공천이 질서 있게 진행되는 반면, 민주당과 야권의 공천은 지역구 공천뿐 아니라 비례공천에서 극도의 혼란상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오랜 고심 끝에 '민주개혁진보선거연합' 추진을 공표했는데, 그 '민주개혁진보선거연합'의 추진 과정이 출발부터 파행으로 얼룩지고 있는 것이다. '민주개혁진보선거연합'을 함께하겠다는 단체가 200개가 넘는 것도 그렇지만, 이 단체들 상당수가 광우병 파동, 세월호 사태 그리고 박근혜 탄핵 때 핵심 역할을 했던 단체들인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이 단체들 중에는 창원 간첩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용공 혐의자들이 간부로 활동한 단체도 있다 하니 비례 정당이 용공 혐의자들의 국회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전락하는 건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와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함께하겠다는 군소야당들은 벌써부터 지분 챙기기에 노골적으로 나서고 있다.

레닌은 러시아 혁명을 하는 과정에서 합법적 의회 공간을 공산당 선전선동의 장으로 활용하는 의회 전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소련 공산당은 레닌의 교시에 따라 전 세계 공산주의자들에게도 의회 전술을 적극 활용할 것을 지도했다.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추진하고 있는 '민주개혁진보선거연합'이 김정은 집단의 의회 전술의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으리라는 확실한 보장이 있는가? 용공 혐의자들이 비례대표 배지를 달고 뒷문으로 국회에 진출하는 것만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화룡점정의 비례공천이 김정은 세력의 의회 전술 구사의 화룡점정으로 전락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 이것은 여야 대결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체제 수호의 문제다. 정치권의 일대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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