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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각범 칼럼] ‘한풀이·매도’ 정치 끝내고 국가도약 이끌 새 정치 펼쳐야

[이각범 칼럼] ‘한풀이·매도’ 정치 끝내고 국가도약 이끌 새 정치 펼쳐야

기사승인 2024. 02. 18.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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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보수 구분은 좌·우로 구분해야
-지나간 시대에 집착하는 운동권 세력과 새 시대를 준비하는 세력 사이의 일전
-운동권 출신의 '한풀이 정치'와 '매도의 정치'로 21세기 대한민국 혁신 이룰 수 없어
-혁신의 힘으로 이루어야 할 대한민국의 미래 도약
-새 정치는 공공의 이익을 진영(당파)의 이익에 앞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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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각범 한국과학기술원 명예교수
대한민국에는 지금 혁신이 절실히 필요하다. 지난 10년 가까이 우리나라의 발전 동력은 저하되어 왔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의 문턱을 간신히 넘은 순간 진보를 자처하는 시대 역진 세력이 우리나라의 주요 거점을 점령하고, 발전의 시곗바늘을 뒤로 돌렸다.

진보란 사회가 발전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도 19세기 후반 칼 마르크스가 사회적 생산양식의 역사적 발전단계론을 설파한 이후 공산주의자들은 스스로를 진보세력이라고 참칭하였다. 세계적으로 역사발전에서 가장 뒤처진 북한을 추종하는 세력마저도 우리나라에서는 스스로를 진보라고 칭한다. '역사의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진보세력의 엄격한 선별이 필요하다.

러시아혁명을 주도한 블라디미르 레닌은 그의 인식론에서 보편적 진실을 부정하였다. 진실은 어느 편의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당파성(黨派性)은 그들에게 인식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 보편적 기준에서 보면 역사적 퇴보가 맞지만 당파성에 입각한 진영논리는 그것을 진보라고 주장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말한 바 있듯 "민주당의 이상한 정치와 발목잡기 행태"는 이제 끝나야 한다. 현재 민주당을 장악하고, 그 주변에서 권력을 다투는 세력들이 사회의 "진보"를 통한 공공선의 추구에서 너무 멀어져 있고, 그 결과 국회의 정상적인 운영, 나아가 국가 발전에 긴요한 정책의 실행을 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차출된다고 했을 때, 그를 높이 평가하며 기대한 사람들은 총선 한 번의 소모품으로 쓰기에는 너무 아깝다며 말리려 했다고 한다.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말라"는 심정도 있었을 것이다. 한동훈 위원장의 첫 일성인 선민후사(先民後私) 정신은 '그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다. '희생'과 '헌신' 또한 같은 맥락이다. 나라를 발전시켜, 온 국민과 함께 새 시대를 여는 것이 그의 정치목적이다. 여의도 운동권 사전에는 없는 말이다. 그의 등장으로 지나간 시대에 집착하는 운동권 세력과 새 시대를 준비하는 세력이 명확하게 대비되었다.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는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하기 위해 최소한 심정윤리(Gesinnungsethik)와 책임윤리(Verantwortungsethik)를 갖추어야 한다고 하였다. 심정윤리란 정치하는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지 사(私)가 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책임윤리란 아무리 소명의식에 충실하게 정치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행위에 따른 결과에 대해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는 뜻이다. 다르게 말하면, 의도가 무엇이었던 간에, 정치인은 자기가 한 행동의 결과로 말한다는 것이다.

미셸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부인은 "우리는 (가지지 못함에서 오는) '한풀이 정치 (the politics of resentment)'와 (가진 자는 다 나쁘다는) '매도의 정치 (the politics of accusation)'를 거부한다"고 연설한 적이 있다. 마치 한국의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에게 한 이야기 같았다. 특히 86운동권은 매년 후배 신입생들에게 입학식 날부터 집단적으로 자신들의 좌파 정치의식을 주입하였다. 이 관행은 수십 년간 전승되었다. 증오의 정치를 하는 당사자들은 스스로를 정의의 세력이라고 믿었다. 이렇게 그들은 '정의'를 독점하며 '위선정치'를 펼쳤다. 그들은 정의세력이므로 그들이 저지르는 비리 또한 언제나 정의로운 것으로 포장하고 가짜뉴스를 조직적으로 퍼뜨리고도 국민의 알권리 운운하며 어물쩍 넘어간다. 정권실세, 경제계 실세의 비리와 유착을 온몸으로 버티며 수사해 낸 검찰은 검찰독재세력이 되고, 정권의 입맛대로 수사한 검찰은 졸지에 검찰개혁세력이 되었다. 그들에게 보편타당한 진리란 없다. 그들에게 진실의 여부는 철저히 어느 편인가에 따라 결정되었다.

영화 '건국전쟁'을 본 많은 이들이 이 나라가 어떻게 세워진 나라인지 새삼 절감하였다고 한다. 어떻게 세운 나라인지, 어떻게 건설한 나라인지, 어떻게 개혁한 나라인지. 이 역사를 이룬 대통령 세 분의 영정이 지금 국민의힘 당사에 나란히 걸려있다. 일본의 고이즈미 전(前) 총리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취임하던 때 "지난 수 십 년간 각고의 노력으로 이룩한 발전의 성과를 이제 단 5년 동안에 다 까먹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현직 총리의 신사참배로 우리에게는 미움을 많이 샀던 그였지만, 객관적인 예측능력은 가지고 있었다. 국가경쟁력은 매년 쇠퇴하고 민생의 어려움은 해마다 높아졌다. 국가부채, 가계부채는 크게 증가하고, 괜찮은 일자리 수는 크게 감소하였다. 한반도 평화의 빅텐트 안에서 안보역량은 쇠퇴하였다. 비록 운동권이 세운 정권이었지만 최소한의 책임윤리의식이 있었으면 크게 사죄하고 다음 정권이 추진하는 "비정상의 정상화"에 침묵으로 협력했어야 했다.

반면 문재인 전 대통령과 정권 책임자들은 그러한 책임윤리를 지키는 대신 그들이 저지른 잘못을 후임 정권에 전가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경제위기·안보위기·국민통합위기의 삼중 복합위기에 처한 상태로 정권을 물려받은 난처한 상황에서도 왜 위기극복과정을 있는 그대로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았을까. 위기극복을 위해 악전고투하는 윤석열 정권의 발목을 잡으며 자신들의 크게 실패한 정책들에 대한 아무런 책임의식도 없이 무능한 정권 심판하자고 덤비는데, 왜 부당한 비난을 오롯이 받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한동훈 위원장은 이 나라를 운동권세력의 질곡으로부터 해방시켜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게 하겠다는 것을 일관되게 보여주었다. "세상 모든 길은 처음에는 다 길이 아니었다." 정치에 입문하면서 한 말의 의미를 그간 행보에서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기꺼이 "쓰이고자 하는" 한동훈 위원장의 발걸음에 더 많은 에너지와 생각들이 모여 역사적으로 중요한 이 시기에 혁신의 힘으로 응축되기를 바란다. 그것으로 우리나라가 당면한 세계적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다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지리라 믿는다.

이각범 한국과학기술원 명예교수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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