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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개방 모델 中 농촌 허시춘, 파산 비극 직면

개혁·개방 모델 中 농촌 허시춘, 파산 비극 직면

기사승인 2024. 03. 06.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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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0여 년 동안 찬사를 받던 곳
사회주의 시장경제 모델로도 부상
무리한 사업 추진으로 빚더미, 파산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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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개혁·개방 모델로 유토피아, 천하제일촌으로 불린 장쑤성의 화시춘이 파산의 비극에 직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무리한 사업 확장이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징지르바오(經濟日報)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모토인 개혁·개방의 모델로 유명했던 중국 장쑤(江蘇)성의 농촌 '허시춘(河西村)'이 최근 방만한 경영으로 인해 파산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직면, 충격을 주고 있다. 만약 진짜 파산할 경우 개혁·개방의 모델은 방만 경영의 상징으로 전락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서버를 둔 보쉰(博訊)을 비롯한 다수의 해외 중국어 매체들의 최근 보도를 종합하면 지금은 거의 기업 이름처럼 고착화된 화시춘은 지난 세기 70년대 말 개혁·개방 정책이 본격 실시된 이후 30여 년 동안은 아주 잘 나갔다고 할 수 있다. 고(故) 우런바오(吳仁寶) 전 당 서기가 개혁·개방의 바람이 몰아다준 긍정적 요인을 적절히 활용, 마을을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모델로 키워낸 탓이었다. 화시춘이 최근까지 자칭타칭 '천하제일촌'으로 불린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서 유토피아로도 불리는 마을에 재앙이 도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마을 산하의 화시그룹이 마을의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각종 무리한 사업을 차입을 통해 대대적으로 추진하다 급기야 400억 위안(元·7조4400억원)으로 불어난 채무를 감당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향후에도 금융, 신에너지, 의료, 교육 분야 새 사업들의 전망이 어둡다는 사실에 있다. 정말 파산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단언해도 좋다.

화시춘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실제 실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존에 잘 나가던 방직, 철강 사업은 대폭 축소된데다 현재의 새로 시작한 것들은 돈 먹는 하마가 됐기 때문이다. 주민들 사이에 10여년 전 사망한 우 서기가 환생한다 해도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이 고개를 드는 것은 분명 괜한 게 아닌 듯하다.

완전히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썩어도 준치라고 200여 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화시그룹의 자산이 아직 300억 위안 가까이 남아 있다면 진짜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상당히 쭈그러든 3만5000여 명 주민들의 평균 자산이 600만 위안(약 11억원) 전후에 이르는 사실까지 더할 경우 자포자기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도 할 수 있다. 십시일반으로 부채를 갚을 경우 극단적인 최악 상황에 봉착하지는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한번 금이 간 명성은 되찾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토피아라는 명예로운 호칭은 '월광에 물든 전설'로 남을 것이라는 말이 된다. 확실히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말은 불후의 진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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